최신 평등기회위원회(EOC) 설문조사 결과, 홍콩인 절반 이상이 성별, 연령, 인종, 출신지 등에 따른 차별이 만연하다고 답변해, 차별금지법 강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11일(목), EOC가 지난 2월부터 4월 기간 15세 이상의 홍콩 거주자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홍콩 내 차별에 대한 경험 및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중 55.2%가 출신에 따른 차별이 만연하다고 여겼으며, 55.1%가 인종에 따른 차별이 만연하다고 답변했다. 응답자 49.9%가 연령 차별이 만연하다고 답변했다. 출신 및 인종 차별은 주로 중국 본토 출신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연관이 깊다. 

리키 추(Ricky Chu) EOC 위원장은 “홍콩 내 중국 본토 거주자, 본토 출신 이민자에 대한 차별, 괴롭힘, 모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조사했으며 관련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와 계속해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와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지역단체 SoCO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중국 본토 출신 이민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출신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이민자 54%, 미성년자 이민자 32%가 직접적인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SoCO는 “유엔 인권기구 CESCR 또한 홍콩 정부가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적 보호 장치 부재를 오랫동안 비판해왔다”며 정부에게 현행 인종 차별 조례에 본토 출신 이민자 차별 금지를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에는 인종에 따른 여러 가지 속어들이 존재한다. 백인 남성을 말하는 ‘그웨일로(gweilo)’, 백인 여성을 가리키는 ‘그웨이무이/그웨이포(gweimui/gweipo)’,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칭하는 ‘분무이(Bun Mui)’,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를 가리키는 ‘아차(Ah Cha)’, 흑인을 가리키는 ‘하그그웨이(Hak Gwai)’, 중국 본토인을 가리키는 ‘따이록잔(Dai Luk Jan)/노이데이잔(Noi Dei Jan)’ 등이 있으며 테렌스 슘(Terence Shum) 홍콩고등교육과학학원 교수 는 “수많은 이민자로 구성된 사회 속에서 피부색으로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뒤처지는 사회문화적 인식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콩에는 성별, 임신, 혼인 상태, 장애, 가족 관계, 인종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4가지 조례가 있다. 이 조례는 고용, 교육, 서비스 제공 등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는 홍콩에는 국적, 시민권, 출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며 현행 인종 차별 조례법 내에 관련 세부 법적 조항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차별 또는 괴롭힘 경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중 12.7%가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2015년 조사 결과의 9%, 2012년의 6%보다 증가했다. 차별 또는 괴롭힘 경험 중 연령 차별이 54.3%로 가장 많았으며, 성별 차별이 20.8%, 성적 모욕이 16.2%가 그 뒤를 이었다. 

리즈완 울라(Rizwan Ullah) EOC 정책, 연구, 교육 책임자는 “연령 차별은 지난 2015년 설문조사와 이번 2021년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차별 유형으로 나타났다”며 연령 차별에 관한 정기적인 대중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연령 차별 금지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반면 성별 차별과 가족 배경(가족 지위)에 관한 차별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인식됐다. 성별 차별과 가족 배경 차별이 만연하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각각 32.5%와 26.9%로 나타났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