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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LOVE & BABY 스토리 (6) - 엄마가 일하는 곳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0-03 12: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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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4호, 10월4일]   일하는 엄마들은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아이의 스케줄 관리,..
[제144호, 10월4일]

  일하는 엄마들은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아이의 스케줄 관리, 자신의 직장 스케줄 관리, 아이와의 시간 분배 등등… 아주 일상적인 일부터 때로는 도저히 해답이 없는 일까지… 내가 말하는 이 해답이 없는 일이라는 것은 바로 아이가 "엄마, 오늘 회사 안가면 안돼?"라는 질문을 갑자기 할 때이다.

  특별히 기분 나쁜 일도 없고 또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어느 날 아침, 딸아이가 나에게 갑자기 진지하게 말 하는 것이다.  "엄마, 오늘 회사 가지 말고 있다가 유치원 끝날 때 데리러 와라."  음… 이럴 때는 정말 내가 무엇을 하는지 슬프기도 하다.  일 한답시고 나가서 뭐 그렇게 대단한 업적과 성과를 얻는다고 아이가 이런 말을 하게 하는 것인지.  자식이 부모를 마치 신과도 같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시기라는 것이 사실 얼마나 짧은가.  그런데 나는 그런 아주 짧은 시간마저 쪼개면서 소위 '나의 일'을 한다고 나가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일하는 엄마이면서도 이런 종류의 죄책감에서 완전하게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일을 하면서 너무 재미있다고 느끼는 그런 찰나에도 나는 아주 작은 죄책감을 마음속으로 느끼게 된다.  아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서 일하면서 쾌감을 느낀다는것이 왠지 아이에게 미안한 것이다.

  그렇다고 나 자신에 대해서 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 어떤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성격과 스타일이 다르듯이 아이에 대한 생각 또는 일에 대한 생각 역시 다르기 때
문에.  Full-time mom을 선택했다면 그것 역시 자신의 선택이며, 일을 선택했다면 그 역시 나름의 진실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그녀가 선택한 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딸아이가 애절한 눈빛으로 아주 진지하게 오늘 하루 회사 가지 말라는 부탁을 할 때는 정말 순간 심각하게 깊은 늪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아이는 엄마가 회사를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 대한 개인적인 희망이 따로 있는 것이다.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니, 영원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좀 더 엄마의 일을 이해하게 할 수 있을까?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나는 아이에게 일하는 곳을 보여 주라고 당부하고 싶다.  나는 이전의 직장에 다닐 때도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 자주 갔다.  물론 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이지만, 엄마가 일하는 곳을 직접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막연하게 엄마는 '회사'를 다닌다가 아니라, 엄마가 앉아서 일하는 책상, 엄마의 컴퓨터, 전화기 등등을 직접 본 아이는 매우 감탄스러워한다.  엄마가 일하는 곳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르고, 막연하던 상상이 실제의 경험으로 채워지면서 아이는 엄마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중에도 한번 데리고 가서 동료들에게 소개를 시키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유치원에 가면 친구가 있듯이 엄마도 회사에 친구 또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엄마의 역할에 좀 더 다양한 층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엄마는 나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회사에서는 상사의 부하이고 다른 사람의 친구이며 동료라는 엄마의 또 다른 역할을 보게 된 아이는 엄마를 단지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내가 어렸을 때 나는 우리 엄마를 '엄마'로만 봤던 것 같다.  특별한 친구도 없고 특별히 아프지도 않고, 늘 나의 곁에만 있을 것 같은… 나는 그렇게 모든 것을 희생한 엄마에게 늘 감사한다.  그런 엄마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아마 죽도록 다 갚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위대한 길 대신 일하는 엄마의 길을 선택했다.  때문에 아이를 이해시키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새로이 직장을 바꾸면서 딱 한번 아이를 데리고 새 사무실에 갔다.  토요일날, 딸아이 선이와 간단히 미술 전시 하나를 보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이전의 사무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선이는 조금 놀란 것 같다.  

  전의 사무실은 상당히 깨끗했는데, 여기 사무실은 사실 굉장히 어수선하고 조금 구질구질한 편이다.  선이는 내 자리를 한번 보고 자기가 그린 그림들과 자신의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는 엄마의 자리를 보고 흡족해 한다.  사무실에만 가면 늘 인터넷을 하려고 했던 아이인데, 너무 구질구질한 분위기에 압도된 듯 컴퓨터 켜라는 말이 없다.  그때 마감할 일이 있어서 토요일에 나온 내 옆 자리 동료 레이첼이 아는 척을 하면서 선이에게 막대 사탕을 하나 주고 말을 건넸다.  금세 기분이 좋아진 선이와 나는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선이가 하는 말, "엄마, 엄마 회사 좋다.  우리 다음에 엄마 회사 또 오자, 응?" 그래그래, 엄마를 이해해 주고 엄마를 사랑해 줘서 늘 고맙다.


<글 : 박인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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