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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95) - 공감이란 이름의 선물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0-12 12: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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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5호, 10월13일] 너만 아니면 되잖아   허리까지 닿는 긴머리에 볼이 통통한 일곱살 소녀 진영이를 본 어른들은 아이가 놀라..
[제145호, 10월13일]

너만 아니면 되잖아

  허리까지 닿는 긴머리에 볼이 통통한 일곱살 소녀 진영이를 본 어른들은 아이가 놀라든말든 무작정 달려들어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꼬집고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얘, 넌 참 귀엽게도 생겼다! 몇 살이니? 일곱살? 어머 미운 일곱살이란 말이 이해가 안 가는 애가 다 있네."  명절이나 집안잔치로 일가친척들이 다 모일 때면 진영이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릅니다.  "우리 진영이 오늘부터 작은 엄마네 가서 살자.  아이구 이 눈 큰 것 좀 봐, 이건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네 인형이야."  "얘가 무슨 피노키온가? 정신 멀쩡한 애한테 인형이라니.  진영아, 우리집에 와서 살면 넌 완전 공주된다 공주. 오빠들밖에 없는데 너를 얼마나 예뻐하겠니!"  "아이그 밥먹는 애 좀 그만들 건드려요. 아예 닳아서 없어지겠네 그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밥먹는 것까지 귀엽니? 뽀뽀~ 진영아 고모한테 뽀뽀해봐~빨리!"

  어른들 사이에선 인기 가도를 달리는 진영이지만 학교만 갔다하면 잔뜩 부은 얼굴을 해가지고 집에 오거나 어떤 날은 아예 눈물까지 훔치며 대문에 들어서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우리반 남자애들이 머리가 말꼬리같다구 놀려."
  "놀리든말든 무시해버리면 되잖니."
  "오늘은 말꼬리라구 놀리면서 막 잡아당겼어."
  "잡아당기게 가만 있었니? 그러니까 자꾸 잡아당기지!"
  "흑흑…내일부터 학교 안 갈래…애들이 쉬는 시간마다 머리를 잡아당긴단 말야…"
  "바보처럼 맨날 울기는. 빨리 옷입어, 머리 자르러 가게!"
  "엉엉 이젠 애들이 뚱땡이라구 놀려."
  "못들은 척해버리면 되잖아."
  "그래도 자꾸만 와서 뚱땡이라구 부르는데 어떻해…흐흐흑"
  "신경을 끄라니까. 뚱땡이라구 하든말든 너만 아니면 되잖아!"

  진영이는 부모의 어드바이스대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괴롭힐 때마다 일종의 자기최면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의 짧아진 머리를 가지고 검정 바가지라고 놀리면 두눈을 질끈 감고 '난 아무말도 못들었어.  아무말도 못들은거야' 속으로 주문을 외듯 반복했습니다.  신체검사가 끝나고 집에 가는 하교길에 남자애들이 대문 앞까지 쫓아오며 '넘버원 뚱땡이~ 넘버원 뚱땡이~'라고 불러댈 때도 '넘버원 뚱땡이?  나만 아니면 되잖아. 난 안 뚱뚱해.  난 뚱땡이가 아니야. 뚱땡이가 아니란 말야…"  중얼중얼 속생각에 빠져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듣고도 못들은 척 보고도 못본 척 무시해버리는 법을 일곱살 나이에 마스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배려의 자리

"당신 요즘 안색이 왜 그래요? 회사에서 무슨 일이라도…"
  "아무리 직속상관이라도 이건 마음이 맞아야 같이 일할 맛이 날 텐데 말야."
  "또 그 얘기네.  상관이 피붙이도 아닌데 마음이 맞겠수? 아예 기대를 말아요."
  "직장을 하루 이틀 다닐 것도 아닌데 웬만큼 코드가 통해야…"
  "기대를 말라니까 자꾸 그러네.  그렇게 고민할 기운을 일하는 데 써보지 그래요?"
  "…"

  친한 사람이 털어놓는 고민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들어주기가 힘이 듭니다.  특히 가장 친한 친구라든가 가족의 애타는 하소연을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일은 부단한 연습이 필요할 만큼 자기절제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평소 아끼는 상대가 자못 절박한 모습으로 심경을 털어놓는 마당에 입다물고 있자니 무관심해 보일까봐 입을 열기도 하고, 믿고 털어놓는 상대의 성의에 보답하는 뜻에서 말보따리를 풀기도 합니다.  속수무책으로 듣고만 있자니 답답한 마음에 화자의 운전대를 낚아채서 한참 대화를 몰고 가다 운전대를 돌려주고 어물어물 제자리로 돌아갈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말하는 이를 위하여 온몸으로 듣는 행위"인 경청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청이 코칭의 핵심스킬로 강조되고 대화의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로 꼽히는 것입니다.

  비만으로 고생하는 늦동이 아들 때문에 매일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고 나서 샐러드 한 접시로 저녁을 때운 지가 두 달이 넘는다는 50대 부부를 만났습니다.  아들을 헬스에도 보내고 좋다는 다이어트는 죄다 시도해봤지만 감량효과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그들은 서로에게 하이파이브를 해보였습니다.  전부터 해온 운동과 다이어트가 지금에야 효과를 보게된 이유를 묻자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사실 남다르게 특별히 신경쓴 일은 없어요. 아이들이 놀린다고 학교를 안 보낼 수도 없고 매번 학교에 쫓아갈 수도 없잖아요.  결국 자기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니까요.  그래서 화나는 일이 있으면 집에 와서 털어놓고 원대로 풀어도 좋다고 허락을 했지요.  저희는 무슨 말이든 무조건 끝까지 들어주는 것뿐이예요.  처음엔 화나는 일도 없고 할 말도 없다더니 같이 운동을 다니고 저녁을 먹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말수가 늘더군요."

  상대의 말을 온몸으로 경청하고 그가 자신의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동시에 그 탐나는 빈공간을 나의 급급함으로 채워버리지 않는 배려에서 공감의 첫걸음은 시작됩니다.  우리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과의 교감은, 앞으로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으리란 자신감의 불쏘시개가 되어 의욕과 실천력에 불을 당기고 난제의 해결에 꺼지지 않는 지속적인 연료가 되어줍니다.  마냥 어려보이는 일곱살 소녀 진영이의 가슴 어딘가 서린 용기의 여린 싹도 믿음과 배려의 품안이라야 뿌리를 내리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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