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홍콩 LOVE & BABY 스토리 (7) - 아이가 아플 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0-12 12:12:03
기사수정
  • [제145호, 10월13일]   이제 홍콩의 더위도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도 ..
[제145호, 10월13일]

  이제 홍콩의 더위도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도 생기기 시작하고…….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하는 환절기가 되면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혹시나 아침저녁 찬 기운에 감기라도 걸리까봐…….

  늘 건강하고 기운이 넘치는 우리 딸 선이도 삼일 전부터 콜록콜록 기침을 시작했다.  자기 자식이 아파서 끙끙거리는 소리나 기침 소리.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 중의 하나일 것이다.  기침이 더 심해지기 전에 얼른 병원에 가야지 생각하고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의외로 의사 선생님은 상태가 심하지 않다고 한다.  엄마인 내가 보기에는 심한 것 같은데. 약도 항생제는 지켜만 보고 일단은 먹이지 말란다.  집에 와서 기침약만 먹기 시작했는데 기침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는 것만 같다.  어찌됐든 항생제는 좋을 리가 없겠다는 나의 일반적인 생각에 일요일까지 꿋꿋하게 항생제도 안 먹이고 버텨 봤다. 그런데 저녁부터는 더욱 더 심해지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하는데 아이는 계속 기침을 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한다. 밤새 기침하느라 아이도 못 자고, 나도 기침 소리에 걱정이 되어 잠을 설쳤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유치원을 쉬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들어 선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 유치원을 하루 쉰다니까 아이의 눈에 금방 생기가 돈다.

  "그럼 엄마랑 오늘 하루 종일 집에 있는거야?”
  아이에게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은 엄마랑 하루 종일 노는 날이라는 인식이 이미 아주 깊게 박혀 있어서 자동으로 이런 말이 나온다.
  "음... 엄마는 회사 가서 돈 벌어야지.  주말에 선이 뭐 많이 사주느라 돈 많이 써서 또 벌어야 돼."

  이런 식의 설명이 너무나도 저급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알지만 빨리 그 순간을 모면하고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유치한 설명을 아이에게 하게 된다.
  일하는 엄마에게는 아이와 관련된 많은 난관이 있지만 아픈 아이를 보게 되면 또 한 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가 아파서 유치원을 가지 못하는데 출근을 하는 심정은 사실 말로 설명하기 매우 복잡하다.  집에서 아이 옆에 붙어 있다고 아이의 병이 금방 낫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옆에서 시중도 들고 보살펴 줘야 마땅한 것을... 아이에게 너는 아프지만 엄마는 너를 돌보지 못하고 지금 회사에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해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엄마가 회사에 나간다고 해서 너를 덜 생각하고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어떻게 이해 시켜야만 할까?

  사실 정해져 있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아이가 조금이라도 엄마를 이해하고 믿고 따라 주길 바랄 뿐이다.  이상하게도 작년 이맘때 즈음에 비슷한 일로 고민 했던 흔적이 있다.

  작년 9월의 글이니... 일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늘 비슷한 고민을 일년내내 했나 보다.  특별하게 해결되지도 안았고...


  작년 9월초에 쓴 글이다.

  오후에 한참 을 하고 있을 때 집에서 전화가 왔다.  귀염이가 열이 엄청나다고... 집에서 일 봐주는 아줌마는 영어를 몰라서 해열제를 못 찾는 것이었다.  너무 당황스럽고 걱정이 되어서 퇴근시간이 되기도 전에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해열제를 한국말로 써놓은 글씨가 지워져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귀염이는 열이 높기는 했지만 정신은 말짱하고 괜찮아 보였다.  애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 의사를 보고 약을 타오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든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이든 다.
  아 이러니까 회사에서는 애 있는 여자를 싫어하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일의 능률이나 모든 면에서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니다 라고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이것은 사실이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이런 가정사 또는 개인 일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여자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귀염이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내가 사회에 나와서 일하고 돈 벌고 지위를 엄청나게 얻는다고 해도 귀염이에서 먼지만큼이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러한 것들이 전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일도 잘하고 엄마 노릇도 잘하기란 정말 너무 힘든 일이다.

  일도 잘하고 엄마 노릇도 잘하기란 아직도 힘든 일이다.


<글 : 박인선 / 계속....>
0
스탬포드2
홍콩 미술 여행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aci월드와이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