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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홍생] 홍콩 지폐 이야기 - 디자인은 달라도 똑같은 HK$100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6-17 09:14:48
  • 수정 2022-06-17 09: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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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할 적에, 홍콩을 처음 방문한 한 한국인 클라이언트와 미팅 자리를 가졌다. 미팅 중간에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이분이 ‘언제부터 홍콩에서 살기 시작했느냐’부터 시작해서 나의 홍콩 생활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폭탄처럼 쏟아내셨다. 아마도 미팅하는 내내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HK$20 지폐 두 장을 지갑에서 꺼내시더니 ‘왜 같은 HK$20인데 지폐 디자인이 다르냐’고 물으셨다. 

 

사실 이 질문을 한 사람이 이분이 처음이 아니었다. 꽤 자주 받았던 질문이다. 어릴 때부터 홍콩에 살았던 나에게는 여러 디자인이 있는 지폐가 딱히 특이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홍콩에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꽤나 신기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재밌는 홍콩 화폐 이야기’에 이어 홍콩의 지폐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예정이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이나 정부 등 단일 발행기관에서 법정 통화인 지폐를 발행하지만, 홍콩은 여러 기관에서 지폐를 발행한다. HK$10 지폐를 제외한 나머지 지폐들은 지정된 상업 은행 3곳에서 발행하고 있다 보니, 발행 은행에 따라 지폐 도안도 다르다. 그렇다 보니 같은 액면가라도 여러 디자인의 지폐가 존재하고, 발행 은행은 달라도 시중에서 구분없이 사용이 되고 있다. 

 

법정 통화를 정부 기관도 아니고 정부로부터 위임을 받은 상업은행에서, 그것도 한 곳도 아니고 세 곳에서 발행한다니 독특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웃 나라 마카오에서도 두 곳에서 지폐를 발행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도 법정 통화로 인정받지 않았지만 여러 발행기관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으며, 약속 어음으로써 해당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법정 화폐로서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역사적으로 홍콩 지폐를 발행한 은행은 지금까지 총 8곳이 있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던 홍콩 최초의 지폐는 1846년 The Oriental Bank에서 발행한 HK$5달러 지폐였지만, 19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지폐는 주로 상인간의 무역거래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1935년이 되어서야 홍콩 정부는 통화 조례에 따라 상업은행 4곳에서 발행된 지폐를 처음으로 공식 법정 화폐로 인정했다. 지금은 HSBC, Standard Chartered, Bank of China 이렇게 은행 3곳에서만 지폐를 발행하고 있고, 우리는 이 세 은행을 묶어서 ‘3대 지폐 발행 은행’이라고 칭한다. 

 

3대 지폐 발행 은행 중 Standard Chartered가 1862년에 가장 먼저 지폐를 발행했고, HSBC는 3년 후인 1865년부터 지폐 발행을 시작했다. Bank of China가 가장 후발 주자로 1994년부터 지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HKMA ‘History of Note-issuing Banks in Hong Kong’ 발췌

홍콩에서는 지폐의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다자인의 지폐를 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3사가 같이 시기를 맞춰 새로운 지폐 시리즈를 발행했던 것은 2003년, 2010년, 2018년 이렇게 총 3번이었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춘절에 맞춰 새로운 지폐를 발행했기 때문에, 춘절 연휴 전 새로운 지폐로 홍바오(세뱃돈)를 준비하기 위해 은행 앞에 긴 대기줄이 형성되는 진풍경을 펼쳐지기도 한다. 

 

가장 처음 3사 은행이 함께 새로운 지폐를 발행했던 것은 2003년이었는데, 이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각 액면가의 색상을 통일시켰다는 것이다. 2003년 이전에 발행된 지폐 중 HK$20지폐의 경우, 각 은행의 지폐 색상이 모두 달랐다. HK$50의 경우, 당시에 보라색이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 발행된 지폐부터는 HK$20은 파랑, HK$50은 초록, HK$100은 빨강, HK$500은 갈색, HK$1000은 황금색(노란색)으로 색상을 통일시켰다.


003년 이전 3사 은행의 HK$20과 HK$50 지폐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지폐를 발행할 때마다 정해진 테마(주제)에 따라 각 은행에서 지폐를 디자인했다. 주로 홍콩의 상징적인 지형지물, 문화유산 등이 지폐에 그려졌다. 


연도별 지폐 디자인 주제

가장 최근에 발행된 2018년 지폐 시리즈는 여러 가지로 특별한 시도를 한 지폐다. 지폐 뒷면을 세로형 이미지로 디자인해 전통적 가로형 이미지 지폐에서 탈피했다. 또한 기존에는 은행별로 디자인 주제를 결정했지만, 액면가별로 주제를 결정해 3사 은행의 통일성을 주었다.


출처 : HKMA 홈페이지 

새로운 지폐가 발행됐다고 해서 예전 지폐가 바로 법정 통화로서 사용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은행에서 오래된 지폐는 회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에서 2010년이나 그 이전에 발행된 지폐들이 종종 보인다. 이렇다보니 같은 액면가 지폐라 하더라도 3개 이상의 디자인이 실제로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다. 가끔 예전 시리즈의 지폐를 만나게 되면 참 반갑다. 

 

홍콩 화폐에 대한 더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배우고 싶은 분들은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IFC몰 55층에 위치한 홍콩 화폐 박물관을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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