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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의 영화칼럼] 화녀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6-24 09: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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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류를 대표하는 배우, “윤여정”의 대표작이자, 스페인 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된 기록이 있는 영화 “화녀”는, 김기영의 전작인 “하녀”를 1970년대에 맞추어 감독 스스로가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한 작품이라, 2021년에 복원된 후 재개봉 되었다. 영화는 “하녀”와 동일한 스토리로 구성되지만,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추어 제작되었기에 영화 속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은 조금 더 현대적으로 변하였고, 남성과 가정부의 외관도 변화한 모습을 갖고 있다. 


전작과 동일하게, 등장인물은 무서운 괴물(monstrous women)로 등장하는 외부의 여성, 가정을 갖고 있으나 무서운 여성에게 꼬임을 당해 죽는 남성, 그 남성을 지켜보는 아내로 구성되며, 평범한 여성이 성욕을 추구하게 되는 계기가 강요에 의한 임신 중절과 강간이라는 것은 비슷한 서사로 보여진다.


영화는 서울의 한 가정집에서 주인집 남자와 그의 가정부가 시체로 발견되며 시작된다. 감독 김기영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그 이후 일본에서 영화를 배웠기에 그의 영화에서는 일본 특유의 카메라 기법이나 플롯이 드러난다. 특히 남자 주인공에게, 식민지 남성성의 기질을 강하게 갖고 있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으로 일본에서의 감독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해준다. 순진했던 시골 처녀가 강간미수로 인하여 서울로 상경하고, 그녀는 가정부로, 함께 상경한 그녀의 친구는 술집 접대부(성 노동자)로 팔려 가는 것이라는 내용을 보아, 식민지 시대의 한국 사회보다는 현재의 한국 사회와 더 가까운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강간미수로 인하여 명예를 회복할 수 없다는 주인공 명자의 생각과 주인집 남자인 동식의 강간, 또한 그녀에게 강요되어진 임신 중절이라는 것은 흔히 “명예가 훼손된 사람에 대한 사회적 처분”과 관련되어 있는 “일본식 이타적 자살”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김기영 감독이 표현하는 여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주인집 남자의 아내, 즉 기득권이 소유하고 있는 여성, 또 다른 여성은 “출신의 차이” 혹은 “자격 미달”로 인하여 주인집 남성의 옆자리에 앉을 수 없는 여성으로, 두 여성 모두 남성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두 여성을 동시에 지배할 수 있는 남성도, 영화 속 등장하는 동식의 죽음에 관련된 행위를 미루어보아, 사회적 시선을 신경 쓰며, 타인으로 엮여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지배되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지배 계층에 의해 지배되는 피식민지국의 남성이다. 피식민지국의 남성을 차지하기 위한 두 여성의 쟁탈전은, 스크린 속에 참혹하게 다루어진다. 로라 멀비의 시각적 쾌락 이론에 의하면, 관객과 스크린 모두가 남성의 시선을 갖고 있기에, 우리는 시각적 쾌락을 얻을 때, 남성의 시선에서 얻게 된다. 이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의 흥행 이유와 직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식민지국의 남성이, 식민지 남성성을 드러내며, 그를 탐하는 지배 당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참혹한 치정불륜극이 아니라, 하나의 쾌락을 안겨다 주는 것은 아닐까.


김기덕 감독의 “화녀”와 “하녀”에 동일하게 등장하는 강요당하는 임신중절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보자. 남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은, 주인집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거나, 주인집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스스로 순결을 내준다. 그리고 그것을 감독은 여성의 욕망으로 치환하고, 그녀를 영화의 엔딩 직전에 죽이는 것으로서 악을 처단한다. 그녀들이 임신 중절을 강요당한 것은, 마치 낳아서는 안 되는 괴물을 낳는 행위라고 미루어 짐작되어지는 것은, 괴물의 재생산을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남성의 시선을 갖고 있는 관객에게 쾌락을 선사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화녀”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전작의 “하녀”에 등장하는 여성들보다 진취적이며 더 미쳐있다. 단순히 복수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화녀”의 주인공 명자는 확실하게 미쳐있다. “이 집 남자는 애를 배게 하고 이 집 여자는 애를 떼게 하고 내 몸을 장난감처럼 다룬다”라거나 “죽어서도 당신은 내 손아귀에서 못 빠져나가요” 같은 대사를 내뱉는 명자는, 순순히 동식을 놓아주지 않을 것을 단호하게 암시하며 항변하기도 한다. 이는 1980년대 이후 등장한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강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녀는 자신의 감정표현을 격하게 표현하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식민지 남성성의 특징 중 하나는, 강한 여성을 더 강하게 억압하는 사회인데 영화 속 플롯은 이를 그대로 스크린 속에 옮겨놓는다. 


김기영 감독은 한 남자를 두고 욕망하는 두 여성의 참혹한 이야기를, 영화 “하녀”와 “화녀” 뿐만 아니라 “충녀” 등 여러 편의 영화에 걸쳐 그려낸다. 그가 그리고자 하는 여성은, 욕망하는 여성이 아니라, 욕망하지만 철저하게 남성에게 억압당하고, 그것을 통해 남성의 시선을 갖고 있는 관객에게 거대한 쾌락을 선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이러한 영화를 지속하여 소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찰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여성의 이미지 소비에 대하여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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