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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2 - 0을 다 떨궈 버린 터키 화폐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0-17 13: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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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6호, 10월19일] 0을 다 떨궈 버린 터키 화폐   비행기가 이스탄불에 거의 도착할 즈음 사무장님이 다가와 혼자 여행하..
[제146호, 10월19일]

0을 다 떨궈 버린 터키 화폐  

비행기가 이스탄불에 거의 도착할 즈음 사무장님이 다가와 혼자 여행하면서 드시라며 슬며시 땅콩 한 봉지를 건네주신다.  비행기는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에 미끄러지듯 착륙을 한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와 무비자 입국인 터키 이민국을 무리 없이 통과한 후 관광안내 책자가 얘기하던 대로, 환전소로 가서 20유에스 달러만 터키리라로 바꿨다.  한 보따리의 리라를 예상했는데 겨우 몇 장의 지폐를 줄뿐이다.  여행책자에서 자세히 소개해 준대로 환전연습 하느라 하루를 꼬박 소비했건만 그 많던 동그라미는 다 어딜 가고 하나씩만 남았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05년1월1일부로 터키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사실 터키화폐 단위는 어마어마했다.  담배 한 갑에 3,000,000 리라, 신문 한 부에 500,000 리라였으니 과히 그 엄청난 인플레이션은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터키는 동그라미를 6개나 줄이는 화폐의 대개혁 후 1YTL=1$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키 사람들은 여전히 1YTL(예텔)을 1 milyon(백만리라)으로 말해 나 같은 어리버리 여행객은 밤낮이 두어 번 바뀔 때 까지도 헷갈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터키의 환율을 잘 받을 경우는 1YTL=1.5$=2.0유로 정도인데, 공항에 쭉 늘어서 있는 은행들의 환율이 다 다르고 시내에 있는 환전소의 환율역시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여행경비를 무조건 다 바꾸는 건 도박과도 마찬가지란 것을 터키 땅을 며칠 동안 이리저리 헤매고 난 후에야 알았다.  


이스탄불에서의 첫날 밤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터키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를 한 대 잡아탄 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Hotel Spina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쇠귀에 경 읽기'라더니, 세계적인 관광도시 이스탄불의 택시기사가 그것도 공항까지 손님을 맞으러 온 택시기사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게 아닌가.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명한 포시즌스 호텔 옆이라고 해도 못 알아듣고, 더구나 호텔 주소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모른다며 다른 주소를 달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란 책은 다 뒤져 주소를 알아봤지만 주소는 다 똑같다.  이러다 공항에서 밤을 홀딱 새는 건 아닌가 싶어 불안이 엄습해 오는데 이럴 땐 배짱을 튕겨보는 게 상책이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며 팔짱낀채 고개를 창밖으로 휙 돌려버리니 이젠 이 아저씨가 몸이 닳았는지 오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어 드디어 '술탄아흐메트'라고 쓴 길로 접어든다.  아저씨는 다시 몇 번을 물은 다음에야 사진에서 본 바로 그 호텔 앞에서 나를 내려놓았다.  택시비가 19.5예텔이다.  30분 정도를 달린 택시요금이 홍콩 돈으로 150불이나 하니 이건 택시비가 홍콩보다 비싸다.  정신이 버쩍 든다.  국민소득 3-4천불대의 가난한 나라라고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일 아닌가.  20예텔을 줬더니 10예텔을 더 달란다.  참나, 이 아저씨가 지금 나를 '터키에 막 도착한 따끈따끈한 먹이'로 보이나, 미터기를 가르키며 20예텔이라고 했더니 인상을 한번 긁고 휭하니 가버린다.  터키라는 나라는 국민들이 천성적으로 정이 많고 친절해, 그 감동을 먹고 간 이들이 꼭 다시 한 번 찾는 곳이라더니 말짱 거짓말 아닌가?  관광객만 보면 달려들어 바가지 씌우는게 이집트와 별단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늦은 밤, 골목길에 켜진 가로등의 은은한 빛을 받은 호텔 스파나의 붉은 목조외벽에서 중후함과 우아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히멀건하게 잘생긴 벨 보이가 문 밖에까지 달려 나와 내 가방을 낼름 들고 호텔로 들어간다.  내 방은 3층이란다.  고급스럽고 그다지 화려한 호텔은 아니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 호텔은 테라스에서 보이는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가방을 놓자마자 테라스로 뛰어올라가 보니 과연 이스탄불의 명물 불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보스포러스 해협까지 건너다보인다.  캘린더에서나 봤던 이 아름다운 야경 앞에 내가 있구나 싶어 감동과 함께 넋을 잃고 있는데 조금 전의 그 벨 보이가 나타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 든다.  가방 들어다 준 팁을 많이 준 탓인가?  생각 같아서는 맥주 한 잔 쭉 들이키며 저 아름다운 야경 속에 푹 빠져보고 싶지만 과도하게 친절한   이 아저씨가 부담스러워 슬며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한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다.  아, 내가 이스탄불에 와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나는 내일 아침이면 트로이로 떠나지 않는가?  


사라져 버린 나의 아침

  갑자기 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눈을 떠보니 새벽 5시다.  바깥은 아직도 어둠이 짙다.  이게 바로 그 테이프 늘어지는 소리, 동이 트기 전 어서 일어나 기도를 드리라는 소리로구나.  날이 밝기를 기다려 밖으로 나가보니 날씨가 꽤나 춥다.  아침 운동 삼아 아야소피아 옆에 있는 공원을 한 바퀴 돈후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기 위해 옥상 테라스에 올라가 보니 어제 그 벨
보이가 오늘은 요리사 겸 웨이터가 돼 있다.  벨 보이도 하고, 요리도 하고 또 웨이터도 하다 더러는 카운터도 보는 이 시스템은 바로 홍반장 시스템이 아닌가?

  호텔의 아침식사로 여러 가지 빵과 샐러드, 요거트며 치즈, 계란, 소시지 등이 뷔페로 차려져 있었다.  이것저것 한 접시 담아다 바깥 테라스 테이블에 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상쾌하고 아름다운 아침을 먹기 위해 포크를 들었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히 치즈와 햄을 종류별로 가져다 놨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딱딱한 빵하고 샐러드만 남아 있다.  아무리 내가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다고는 하나, 이건 너무한 게 아닌가 싶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부족한 것들을 담으며 고개를 돌려 테라스를 얼핏 본 순간 모든 사태가 파악이 됐다.  이건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성 소피아 성당을 바라보며 아침밥을 우아하게 먹기 위해 차려놓은 나의 테이블에 시커먼 독수리들이 달려들어 성찬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나 참, 세상 다양하게 살다보니 이젠 아침밥까지 독수리에게 빼앗기는 신세가 됐구나.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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