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호, 11월10일]

하이힐이냐... 플랫슈즈냐.... 이것이 문제로다.

  요즘같이 패션 상품이 넘쳐나고 또 패션 정보가 무궁무진한 시대에 여성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중에서도 나에게는 영원한 딜레마인 "힐이냐 또는 플랫이냐"에 대해 최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시 직장을 다니면서 더 많이 보고 또 돌아다니고,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가 생겨서 일까? 딸아이를 낳고 당연시 여겼던 납작한 신발이 왠지 괴상하고 조금 아줌마(?)스러운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나는 2000년 플랫슈즈가 대유행할 때 과감하게 그 유행에 동참한 상태였다.  거기다가 아이를 임신하고 공부하느라 뚜벅이로 학교를 다니면서 하이힐을 안신은지는 오래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에 세일을 이용해 구입한 7센치 힐을 신고 출근을 하자니 너무너무 발이 아파서 마치 인어공주가 된 것같이 하루 종일 괴로웠다.  세일 때 싸게 샀으니 망정이지.... 그 후로 그 힐은 한 번도 신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의 위치가 워낙 홍콩에서도 중심지고 오피스 밀집 지역이다 보니.... 늘씬한 아가씨들... 혹은 멋진 아줌마들이 7센치에서 10센치를 왔다갔다하는 높은 구두를 신은 모습을 보면 내가 영 납작한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납작한 신발 중에서도 비싸고 또 아름다운 제품은 많다.  그래도 아무리 예쁜 플랫도 힐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신고 있는 사람이야 고통이 어마어마하겠지만 보는 사람은 즐겁다.

  올 가을 겨울 런웨이에서도 다양한 하이힐들이 대거 등장했다.  Balenciaga의 어마어마하게 높은 굽.  아마도 신고 있는 사람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의 굽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으로 걸어 다니라고 디자인된 신발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 명확한 일.  신발 자체의 구조와 디자인 철학만을 이야기해도 아마 하루가 모자르겠지… 하지만 실용성으로 볼 때 아이가 있는 아줌마들에게는 그다지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킬러 힐이라고 생각되는 Marc Jacobs의 엄청난 구조의 구두.  올 초 인터넷의 한 패션 관련 사이트에서 이 구두를 보는 순간 편안함을 추구하는 아줌마인 나도 악 소리를 질렀다.  너무나도 괴상하게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까?  기괴함의 정도로 따지면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실험성과 상업성이 아주 적절하게 섞여진 모습에 또 한번Marc Jacobs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아름다운 힐들이 시중에 있다고 해서 그 물결에 동참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가 있고 일을 해야하고 살림을 해야하는 엄마들은 늘 빠른 스피드로 달려야하고 달릴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  나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2000년 전후로 이미 플랫에 길들여진 나는 힐로 완전히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거기다 이미 처녀때처럼 무조건 키가 커 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고 애를 데리고 나갈 때는 플랫이 영 편하니 어쩌겠나....  아마도 나의 역할에 이제 만족하고 더 이상 높은 구두로 나 자신을 증명하거나 포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 기분이 우울한 아침, 가지고 있는 구두 중 가장 높은 (그렇지만 그나마 편한..) 힐을 신고 집을 나서면 나의 기분은 한껏 즐거워지고 자신감 마저 느끼게 된다. 이것이 하이힐이 가진 매력이겠지.

  딸아이 선이도 벌써부터 하이힐의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신발 가게에 가면 늘상 하이힐이 예쁘다고 감탄 한다.  아마 아이의 눈에도 아슬아슬한 높이와 절묘하게 휜 아치가 이상적으로 보이나?


<글 : 박인선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