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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5 - 비엔나엔 비엔나 커피가 없고.... 터키엔 터키탕이 없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1-09 16: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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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49호, 11월10일] 내가 지금 어딜 들어온 거야?   트로이에서 차낙칼레로 돌아오니 12시가 가깝다.  1시3..
[제149호, 11월10일]

내가 지금 어딜 들어온 거야?
  트로이에서 차낙칼레로 돌아오니 12시가 가깝다.  1시30분에 부르사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니 부리나케 점심을 먹고 가방을 챙겨 내려오면 될 터였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케밥집의 빵을 수북히 쌓아놓고 열심히 기둥에 붙은 고기를 깎아내리는 모습이 제대로 케밥을 할 듯 싶어 들어가 봤다. 주인인 듯한 사람이 너무도 반가워하며 2층으로 재빠르게 안내한다.  그런데 2층은 여자 하나 없이 시커먼 남정네들로 가득 차 있다.  더구나 담배연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모든 시선이 내게 무자비하게 쏠린다.  아, 괴롭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내가 아니다.  메뉴판은 그림과 가격이 제대로 잘 나와 있다.  터키의 케밥이란 케밥은 다 모아놓은 듯한 모듬케밥을 터키의 된장국이라 불릴만큼 대중적이라는 메르지메크 초르바스(렌틸콩 수프)와 함께 시켰다.  스프에 따라나온 레몬을 듬뿍짜서 넣으니 맛이 상큼하니 제대로다.  잠시 후 모듬케밥이 나왔는데 이건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양이 대단하다.  이걸 내가 혼자 어찌 다 먹을꼬.  식당에 앉아있는 그들이 다시 나를 관찰한다. 쟤가 제대로 먹기나 하는거야?  뭐 이런 표정이다.  케밥이 느끼하다 싶으면 식탁위에 놓여있는 새콤매콤한 고추절임을 입에 하나 넣으면, 코끝을 찌르며 느껴지는 매운맛과 양념이 잘 된 고기구이의 깊은 맛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그 고추절임은 우리나라의 김치나 혹은 단무지 같은 역할을 하는지 식당 어딜 가나 꼭 올라와 있다.  이 맛있는 고추절임이 있어 나는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케밥을 그리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그나저나 이곳엔 왜 여자들이 하나도 없는 걸까?  테이블이 비기가 무섭게 다른 손님들이 줄기차게 들어오는 이 인기 좋은 식당에 여성동지들이 발걸음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음식 사진 찍으랴, 내게 겁나게 쏟아지는 시선 처리하랴, 음식을 1/4이나 먹었으려나, 버스시간이 가까워져서 대충 마무리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주인장에게 물었다.  왜, 당신네 식당엔 남자만 있느냐고.  주인이 빙긋이 웃으며 여기는 '군인전용 케밥집' 이란다.  허걱, 그 시커멓게 모여앉아 있는 이들이 다 터키의 군인들이란 말인가?  세상에, 남녀가 유별한 터키에서 그것도 군인들만 들어가는 남자들의 소굴에 동양에서 온 조그마한 여자가 혼자 들어가 앉아있으니 얼마나 별스럽고 기이했을까?  아, 얼굴이 후끈거린다.  이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나온 것인가?


푸르른 부르사
  비가 아직까지도 줄기차게 내린다.  겨울 코트를 꺼내 입고 나온 터키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나도 가져온 옷을 겹겹이 껴입고 거리로 나섰다.  비가 내리는데도 터키인들은 우산을 쓴 이가 드물고, 비를 피하기 위해 뛰어 다니는 이들도 없다.  산성비에 머리 빠질세라 비 한 방울 더 안 맞기 위해 기를 쓰는 우리와 사뭇 대조적이다.  이렇게 추운 날임에도 오는 비를 다 맞으며 걸어 다니는 그들에게서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리고 공해에 찌들지 않은 이 상큼한 공기와 맑은 빗물이 부럽기만 하다.

  대형버스정류장인 오토갈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밖을 내다보니 가족들과의 이별에 서럽게 우는 두 여인과 이들을 안까탑게 바라보는 젊은 남자가 보인다.  터키인들은 우리보다 더 정적이고 감정의 표현을 잘 하는지라 만나서도 볼을 이리저리 비비며 인사를 하고, 떠날 때도 꼭 안아주고 등 토닥여 주길 수없이 반복한다.  

  나는 지금 오스만 제국의 첫 수도였고, 수세기 동안 자연적인 온천수로 인해 주변 세계에 널리 알려져 왔던 푸르른 부르사로 간다.  한 역사 자료에 따르면, 부르사는 비잔틴 제국의 황후 테오도라가 즐겨 방문했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에스키 카플르자'로 알려진 오스만 제국 시대의 공중목욕탕은 오늘날에도 부르사의 '체키르게' 방향에 있는 케르반 사라이 테르말 호텔(Kervansaray Termal Hotel)이 계속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여 별 5개짜리 최고급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금을 투자해 그곳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버스는 승차한 지 3시간이 지났는데 물 한 모금, 과자 부스러기 하나 안준다.  터키 군인들로 인해 긴장하다 제대로 끼니를 못 찾아먹은 탓에 벌써 배가 고파진다.  대한항공 사무장님이 한보따리 챙겨준 땅콩을 꺼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니 허기가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저러나 그 사무장 아저씨는 분명 '연애박사'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이렇게 여행하는 동안에도 그를 다시 한 번 떠올리도록 하는 매개체 '땅콩'을 내 배낭 속 깊숙이 찔러 넣는 걸 잊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 달렸을까... 말로만 듣던 푸르른 부르사가 눈에 들어온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참 아름답다.  부르사의 시내 진입도 깔끔하고 예쁘다.  잘 정비된 도로와 가로수도 예쁘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세련되게 차려입은 부르사의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는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어둡고 무거운 옷차림의 남성들과 히잡(무슬림 여성의 전통복장으로 머리를 스카프나 베일로 가볍게 덮는 복장)차림인 여성들이 대부분인 차낙칼레와는 달리, 유럽의 여느 도시처럼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낭만적여 보이는 이 중소도시가 맘에 든다.

  부르사 시내의 대형 광고판에서는 현빈과 김태희가 LG 초콜릿 폰을 들고, 지금 갓 빼내온 듯 멋진 현대차를 몰며 속도를 즐기는 부르사의 젊은이들을 향해 몸이 나른해지도록 진하고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을 보내고 있다.

  장거리 버스에서 내려 체키르게로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한 소녀를 만났다.  차에 올라타면서부터 눈을 한 번도 떼지 않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이 소녀의 앙다문 야무진 입과 무언가를 꿰뚫는 듯한 눈빛에 이끌려 나도 눈길을 거둘 줄 모르고 바라 보다 종점에 다다랐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종종걸음을 걸으면서도 내가 사라질 때 까지 눈길로 나를 쫓는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비엔나엔 비엔나 커피가 없고.... 터키엔 터키탕이 없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비엔나 커피로 알고 마시는 것과 비슷한 커피가 있기는 하지만 이름은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터키에는 터키탕이 있을까? 퇴폐문화의 산실인 우리나라 터키탕과 같은 의미의 터키탕은 없다.

  "터키에 있는 매춘업소를 '한국의 집'이라고 부르면 한국인들은 과연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매춘업소나 다름없는 퇴폐 목욕탕을 왜 하필이면 '터키탕'이라고 합니까?  터키와 터키탕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은 1977년 8월 퇴폐영업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물의를 빚고 있던 한국 내 터키탕에 대해 주한터키대사관의 여성 외교관이 각 언론사에 보낸 터키탕 명칭에 대한 유감과 이 명칭을 바꿔달라는 서한 내용의 일부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터키'의 저자 이희철(현 외교관)씨에 의하면, 터키탕은 원래 일본에서 유래하여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 터키정부의 공식 항의를 받고 퇴폐목욕탕에 '터키탕'이라는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소우프 랜드(soap land)로 바꿨다.  이후 한국정부도 터키에서 유래하지도 않았고 존재하지도 않는 터키탕을 '증기탕'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했다.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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