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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 (28) - 고정관념과 편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11-03 17:10:45
  • 수정 2016-12-21 18: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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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4호] 열정을 느낄 수만 있다면   찰스는 금융회사의 간부로 일하다 최근에 퇴직한 이후, 스케줄이 맞는 친구들과 한 달 동안..
[제54호]


열정을 느낄 수만 있다면

  찰스는 금융회사의 간부로 일하다 최근에 퇴직한 이후, 스케줄이 맞는 친구들과 한 달 동안 골프 여행을 떠났습니다.  얼마 전 홍콩에 돌아온 그와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찰스, 당신은 일을 그만두고 나서 살이 많이 빠졌죠?"
  "그런 편이지, 몸무게의 4분의 1은 없애버렸으니까. 일 때문에 못 하던 운동도 하고 사무실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초콜릿을 종일 먹지도 않으니, 건강해졌다고 해야겠죠."

  그는 자기 취향에 맞게 지은 정원이 딸린 집으로 이사 들어갈 날이 가까워 온다며 신나했고, 그런 그가 마치 활력에 넘치는 사십대처럼 보였습니다.
   "찰스, 지금 내 눈엔 당신이 지금 막 새 삶을 시작해도 좋을 젊은이처럼 보여요.  다른 새로운 목표를 정해 보는 건 어떨까요?"
   "베로니카, 다시 일을 할 생각이면 아예 그만두질 않았겠지."
   "당신은 평생 먹고 살 돈을 이미 벌어놓았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닌 다른 뭔가를 찾아볼 여유가 있잖아요?"
   "내가 얘기 하나 해주지.  미국의 한 단체에서 50대 초, 50대 말, 60 대 중반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60대 중반에 퇴직한 사람들이 퇴직 후 10년 안에 죽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나왔지.  내가 55세 되기 전에 직장을 빠져나온 이유가 바로 그거야.  일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퇴직하면 빨리 죽는다는 소리지.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소."

  저녁을 먹으면서 찰스가 말해준 미국의 조사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어떠한 일을 오래 할수록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찰스, 남보다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그들이 금방 죽은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오래 했기 때문에 금방 죽는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몇 십 년씩 마음고생을 하는 동안 수명의 단축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피카소는 92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평생 해온 일에서 물러날 줄을 몰랐지요.  그가 지금 당신 옆에 있다면, '피카소, 당신 예술가 생활 오래 할수록 빨리 죽을 걸.  이제 그만 쉬지 그래.'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으음 사실 내가 좋아서 하던 일이었다면 더 오래 할 수 있었겠지만?
   "당신의 행복을 갉아먹지 않고 오히려 당신에게 힘을 주는 일이 있다면요?"
   "솔직히 그런 일이 있다면, 컨설팅을 해준다든가 하며 재미삼아 일해보고 싶기는 해요.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골프만 칠 수는 없잖소."
   "찰스, 조금 전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더니, 이젠 다시 일을 해보고 싶다구요!"

  그런 대화를 나누기 전보다 왠지 홀가분해 보이는 그를 보며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몇 명의 지인들이 모여 점심을 먹던 한가한 주말.  저와 다른 한 명을 뺀 나머지는 소아과 의사들이었고, 그 다른 한 명의 친구는 한국에서 15년 넘게 살다 이곳에 온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금발의 외국인이 하는 말이, 자기는 양질의 고추 가루로 담근 김치만 골라 먹는다는 것입니다.  질이 좋은 배추라도 놀랄 판인데, 저도 잘 모르는 질 좋은 고추 가루라는 말이 외국인의 입에서 나오자 신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양질의 고추 가루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대뜸 제 옆에 비어 있던 의자에 털썩 앉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전 아까부터 알아봤는데, 모르시겠어요? 저는(중략)하던 아무개잖아요."
   "아, 예, 맞아요.  잘 지내시지요?"
   "저는 재미있게 살아요.  그리고 칼럼도 봤어요."
   "어떻게 제가 쓰는 걸 아셨어요?"
   "이름이 끝에 나오잖아요?  아니, 그런데?
   "네? 왜 그러세요?"
  할 말을 하지는 않고 그대로 앉아서 우물쭈물 불편해 보이는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니 근데, 식모들 이랑도 같이 다니시나 봐요?"
   "예에?"
그 말을 이해 못한 제가 멍청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얘들 식모들 아녜요?" 라고 다시 물으며 저보다 더 멍청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녀가 가고나자 질 좋은 고추 가루만 먹는다는 친구가 말했습니다.
   "(유창한 한국말로)저 사람은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베로니카, 화 났지?"

  대뜸 다른 직종으로 오해를 받았던 필리핀 친구들은 점심을 먹고 어디로 쇼핑을 가느냐에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저는 화가 난다기 보다는 왠지 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기분이 들곤 합니다.
  "베로니카, 너는 지금 화가 났어.  그러니까 말이 없지."
  "아니,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없지.  저 사람은 이 친구들에 대한 코멘트를 했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코멘트를 해버린 것뿐이니까.  자기 자신은 그걸 모르고 있지만.  이 친구들과 같은 나라 사람은 식모라고 단정지어버리는 자기의 사고방식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뿐이야."



라이프 코치 이한미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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