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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19) - 완짜이가 주 무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11-03 1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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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4호] 완짜이가 주 무대   우리 로이다는 앞서 말했듯이 얼굴도 예쁘장하고 몸매도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거..
[제54호]

완짜이가 주 무대

  우리 로이다는 앞서 말했듯이 얼굴도 예쁘장하고 몸매도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거기다 술과 음악, 댄스를 좋아하다 보니 다른 메이드들처럼 센트럴 공원이나 구룡공원이 아닌 란콰이펑이나 완짜이 뒷골목이 주 무대이다.  
  일요일 저녁 9시쯤 집에 들어오는 그녀의 얼굴은 발그레 하게 상기된데다 술 냄새까지 휙 풍겨져 나오곤 했다.  
  어느 날 남편이 너는 오늘 어디서 지내다 왔느냐고 물으니 완짜이에서 술 마시고 춤추다 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 생활이 걱정스러웠는지 남편은 로이다가 술 마시고 춤추며 놀러 다니나 본데 못 가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사실 자식도 품안의 자식이고, 메이드도 집안의 메이드지 집 밖을 벗어난 메이드가 어떻게 어디에 가서 놀든 우리가 알 수 없고, 또 안다손 치더라도 그곳에 가지 말라 한다고 안갈 메이드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것도 한땔 테니 그냥 놔두고 못 본 척 하라고 했다.
  로이다의 주 무대가 완짜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TV 음악방송에서 신곡이 나오면 모르는 노래가 없이 줄줄이 따라 불렀다.  신곡 뿐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오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부엌에서 목청껏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가사가 어쩜 그리도 정확한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서진이에 의하면 TV를 틀어놓고 노래와 댄스를 따라 하는데 이젠 자기와 진호도 곧잘 할 수 있게 됐다며 자랑을 했다.  가끔은 서진이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네 남자친구 좀 보여 달라고 하면 부득불 자기는 남자친구가 없다고 우긴다.  아니, 있으면 누가 뭐라고 하냐고, 좀 보여 달라고 하면 실은 남자친구는 아니고, 아는 애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시커먼 녀석들이 득실대는 곳에 여성동지를 몇몇이 끼여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곳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우리 로이다가 이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음은 콩밭에

  아니나 다를까, 우리 로이다의 몸 치장이 날로 화려해 졌다.  어느 날 내가 피부 관리를 좀 하려고 얼굴에 붙이는 마사지팩을 사와 얼굴에 붙이고 누워 있자니 진호가 다가와, 우리 안티 로이다거랑 똑 같은 거라며 반색을 했다.  서진이에게 안티가 이거 자주 얼굴에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이틀에 한 번꼴로 붙인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내가 불어나는 몸매를 관리한다고 에어로빅 비디오테이프 하나 사다 놓은게 있는데 로이다가 그걸 매일 매일 틀어놓고 따라한다고, 그러면 진호와 자기도 따라하는데 무지 재밌다고 또 자랑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핸드폰이 생겼다.  일하다 말고 후닥닥 방으로 달려가서 왠일인가 따라가 보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긴게 틀림이 없었다.
  메이드들이 남자친구가 생기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어서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자칫 임신이라도 해서 들어오면 머리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주인된 입장에서는 메이드의 남자친구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더구나 남자친구가 생기게 되면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집안일과 아이들 관리가 건성이 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 였다.  짝 잃은 양말짝이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구석구석 먼지가 뿌옇게 쌓여만 갔다.  



안티가 때려요

  로이다가 우리집에서 일한지 1년 반이 넘어섰을 때부터  그녀는 여러모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서진이가 슬며 와서 요즘 안티가 자꾸 진호 머리를 때리는데 동생이 맞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나는 너무 놀랐다.  남들 집 메이드가 아이들 때린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그런 얼토당토 않은 일이 우리 집에서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일어나면 안될 일이었다.  로이다에게 왜 진호의 머리를 때리느냐고 물었더니 때린게 아니라 알밤을 줬는데 알밤도 아프게 준게 아니라 쓰다듬듯 줬다며 둘러댔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서진이가 저렇게가 아니고 이렇게 라면서 진호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니 울상이 된 진호도 안티가 자꾸 내 머리를 누나같이 때린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화가 났다.  머리 맞는걸 가장 싫어하는 우리 한국인 아닌가?  왜 하고많은 데 두고 머리를 때리느냔 말이다.  내가 그냥 물러서지 않을 태세를 보이자 로이다가 이실직고를 했다.  
  맘이 진호 공부시키라고 해서 공부 시키는데 자꾸 안한다고 해서 머리를 쥐어박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머리를 쥐어박는 일은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자기도 너댓 되는 자기 동생들 머리를 수도 없이 쥐어박고 산다고, 그런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며 자꾸 자꾸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심하게 때리지 않는 다는 사실에 안심을 했다.  그러나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머리 쥐어박다 엉덩이 한 대 때리지 말라는 법이 없고, 그러다 머리 쥐어박듯 아무렇지도 않게 '누구나 말 안들으면 엉덩이 두어 차례 때려가며 키운다'고 엉덩이 후두려가며 아이들 다스리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나는 나의 허락 없이는 절대 아이를 때리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리고, 만에 하나 꼭 때려야 될 만큼 말썽을 피우면 나에게나 아빠에게 말해주면 그에 해당하는 체벌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사라진 로이다

  로이다의 생일이 지나고 진호의 생일도 지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크리스마스에는 나도 이래저래 약속이 많아 집안살림 챙길 여력이 없다.  거기에 맞춰 우리 로이다도 마음이 들떠 집안일은 뒷전으로 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고, 또 쉬임 없이 걸려오는 전화로 인해 아예 자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오죽하면 나 없는 동안 영준이 엄마가
영준를 진호와 놀리기 위해 우리집에 왔는데 로이다가 전화통을 붙들고 놓지를 않아 아이들이 염려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랴.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었던 것 같다.  오후 두시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서, 오늘 약속이 있어서 나가니 커튼 좀 빨고, 나머지 미뤄둔 집안일 좀 하라고, 만약 우리가 늦게 들어올지도 모르니 먼저 자도 된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8시쯤 돌아왔다.  집안은 너무 조용했다.  나는 로이다의 방문이 닫혀 있어 자려니 했다.  낮에 커튼을 빨라고 시켜놨는데 커튼은 한 구석에 둘둘 말아져 젖은 채로 뒹굴고 있었다.  어찌 이런일이...
  서진가 갑자기 안티는 어디 갔느냐고 물어왔다.  글쎄다, 어디 있겠지, 찾아봐 하며 이러저리 다 찾아봐도 그녀가 보이질 않았다.  슈퍼라도 갔나 싶어 20여분을 기다려도 그녀는 나타나지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얘가 귀중품 싸들고 도망한건 아닌가 싶어 그나마 몇 개 없는 금붙이들을 찾아보니 그대로 있고, 로이다의 방으로 들어가 그녀의 옷장을 열어보니 옷들도 그대로 있었다.  일단은 안심을 했지만 나타나지 않는 그녀로 인해 다시 불안해 졌다.  이거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9시는 다 돼서 그녀의 모빌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내 목소리를 감지한 그녀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사촌언니가 크리스마스 파티하자고 해서 나와 있었다고...  나는 너무 기가 막혔다.  내게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외출한 거며, 나 몰래 외출했으면 일찍이나 들어올 일이지, 이 늦은 시간까지 거기서 그러고 있으니 내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녀는 지금 바로 들어가겠다고 하고는 10시쯤 들어왔다.  언니네 집과 우리집이 너무 멀기 때문에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 아니 그렇게 먼 거리를 내가 전화도 걸지 않았으면 대체 몇 시에 들어올 심산이었을까.  대체 커튼은 왜 저렇게 팽개쳐 있느냐고 물으니 마르지 않아 일단 둘둘 말아 뒀다고...  홍콩은 밖이 훤해 커튼이 없으면 잠을 못 자는데 우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는지 물으니 젖어서 안달아 놨단다.  아니 커튼이야 쭉 펴서 걸어놓으면 햇빛 좋겠다 지가 다 마를 텐데 둘둘 말아놓고 안 말랐다고 변명을 해서 나는 꾹꾹 참고 있던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분명, 파티에 정신이 팔려 하던 일 내 팽개치고 빠져나갔으리라.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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