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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7 - 대한항공과 함께 떠나는 터키 여행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1-23 19: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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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1호, 11월24일]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     가이드 김방수씨와 사람들 틈에 끼여 고개를 있는 대로 빼고 성..
[제151호, 11월24일]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  
  가이드 김방수씨와 사람들 틈에 끼여 고개를 있는 대로 빼고 성지순례팀 일행을 기다렸다.  가슴이 설렌다.  얼마나 반가울까, 통통거리는 배를 타고 달리며 시원한 나일강 바람이 실어다 주는 이집트의 숫한 전설에 그들도 귀가 간지러웠는지.   틀림없이 보고 왔을 람세스 2세의 미라도 안녕한지도 물어봐야겠고, 그러나 저러나 그 삭막한 이집트를 어찌들 돌아다녔을까, 병이 나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을까. 온갖 궁금증과 걱정이 앞서 머릿속까지 어수선할 즈음 커다란 배낭에 육중한 카메라를 둘러멘 신부님이 씩씩하게 걸어 나오신다.  아니 일행은 다 어디 두고 혼자 오실까?

  쏜살같이 달려 나가 "신부니~임~!!"하고 외치자 신부님이 나를 반갑게 맞으시며 "와~ 여기서 만나니 무지 반갑네" 하신다.(홍콩서는 안반가우셨다는 말씀인가?)  다른 일행들은 짐이 많기 때문에 짐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거라고 하신다.  30여분쯤 지났을까, 신부님과 얘기하고 있는 동안 김방수씨로부터 일행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일행 20여명은 저마다 자기 몸집만한 가방들을 앞에 두고 터키 공항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쓰러질 듯 앉아있었다.  우리 옆집에 사는 이웃부터 평소 잘 알거나 혹은 인사만 하는 정도로 소원하게 지내던 분들까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치 10년 지기를 만난 듯 우리는 손을 마주잡기도 하고 또 얼싸안으며 그리움에 대한 회포를 풀었다.  

  그들은 미리 와서 배낭여행을 하며 느꼈을 터키가 궁금했고, 나는 그들이 느낀 또 다른 이집트가 궁금해 버스에 앉자마자 수다부터 풀어놓았다.  




  이집트 도착 첫날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 강행군을 시작해 터키에 도착하는 오늘까지 지옥훈련 같은 성지순례를 하고 돌아왔다는 그들의 얼굴과 몸에서 피곤에 절은 나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기원전 13세기 경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머물렀던 시나이 광야를 지나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을 희미한 등불 하나 밝히고 휘청대는 낙타 등에 올라타고 힘겹게 오르던 이야기.  어둠 속에서 시뻘겋게 떠오르는 시나이산의 태양과 그 앞에 펼쳐지던 황량하고 장엄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느끼던 경외감, 그 모든 걸 가슴에 안고 드리던 기도와 뜨거운 감동.

  또 끝없이 펼쳐진 백사막에서 어린왕자에 나왔다는 사막여우를 만난일이며, 퍼붓듯 쏟아지는 별들을 이불삼아 덮고 세상 밖으로 막 뛰쳐나온 어린아이들 마냥 재잘거리고, 또 콧노래를 쉼없이 흥얼거리며 밤을 꼴딱 새워버린 얘기를 듣는 동안 나는 그들이 혹시 생떽쥐베리의 비행기를 타고 어린왕자가 사는 작은 별에 다녀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프가프 궁전의 추억
  '토프가프 궁전'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름다운 기타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떠올랐다.  알함브라 궁전 위로 잔잔히 부서지는 달빛의 푸르름에 눈이 부실 것만 같은 내 상상속의 알함부라 궁전, 그 궁전을 떠올리며 토프카프 궁전을 찾았다.

  동서양을 가르며 세계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보스포러스 해협, 하얀 김을 내뿜으며 조용히 수면 위를 미끄러져 오가는 여객선과 각종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상선들 뒤로 보스포러스 대교가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토프카프궁전이 있었다.

  궁전은 15-19세기까지 오스만 술탄 황제들이 사용했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은보화가 가득한 궁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물과 보석이 소장되어 있어 오스만 황제들의 극에 달한 영화와 사치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에메랄드가 장식돼있는 토프카프의 단검과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86캐럿 다이아몬드 주위를 49개의 작은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물방울 모양의 스푼 다이아몬드(사진)에 우리 일행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저 큰 86캐럿 다이아몬드를 떡하니 목에 걸고, 반지에는 사파이어를 해서 박고, 귀걸이로는 에메랄드를 할까 루비를 할까,  저마다 눈앞에 펼쳐진 온갖 종류의 보석을 상상속의 자신에게 치렁치렁 걸어보느라 박물관이 폐관시간이 임박했음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이 궁전에 얼마나 많은 보석이 있으면 박물관의 보석을 다 팔았을 경우 터키 국민들이 몇년 간 그냥 놀고 먹을 수 있을까.  

  보석궁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어 옮기고 마지막 보석관을 지날 즈음, 우리는 유골함에 보관되어 있는 세례자 요한의 두개골과 다 타고남은 나뭇가지처럼 부스러져 내려앉은 손 뼈를 만났다.

  이게 2천 년 전 예수님에게 세례를 베푼 바로 그 오른 손이구나.  이 유골은 헤로데 왕에게 참수당한 그 두개골이구나....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애써 그 눈물을 훔치고 억누르지만 자꾸 앞을 가린다.  잠시 기도를 드리는 동안 금은보화를 몸에 걸치며 헛된 상상의 나래를 펴며 행복해하던, 실로 경박하기 짝이 없던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한심스럽고 또 죄스럽던지.

  나는 그제야 알았다.  왜 그토록 신성한 세례자 요한의 뼈가 인간을 가장 탐욕스럽게 만드는 그 허망함속에 머물러 있는지.  주님은 언제나 인간이 온갖 탐욕과 죄로 요동치는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요한의 뼈처럼 조용히 혼자 아파하고 계시지 않은가.

  육중한 문을 밀고 밖으로 빠져 나오니 해는 어느덧 보스포러스해협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늬엿늬엿 지고 있었다.


*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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