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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의 추억을 풀어놓을 수 있는 그곳. 심천 쩐더루.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1-24 11:13:04
  • 수정 2009-06-18 16: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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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1호, 11월24일] 진짜루? 쩐더루? 진짜 쩐더루!!   자장면이 진하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n..
[제151호, 11월24일]

진짜루? 쩐더루? 진짜 쩐더루!!





  자장면이 진하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입에 척척 달라붙는 부드럽고 진득한 자장면을 한 입 가득 쓸어 넣고 매콤한 양파 한 조각도 춘장에 쿡 찍어 와작와작 씹어 먹는 그 맛.  더구나 누구나 있음직한 아련한 '자장면의 추억'을 떠올리며 먹는 그 맛은 차라리 짜릿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만 가면 가장 먼저 동네 자장면 집을 찾는다. 허름하기 짝이없는 자장면집 전화통은 신속 배달을 외치는 동네 사람들로 짜르릉짜르릉 불이나고, 시컴시컴 때에 절은 흰 가운에 철가방 든 짱깨집 총각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나이가 들면서 옛것이 그리운 나는 홍콩에서도 문득문득 그런 짱깨집이 그립다.

  어느 날부터 홍콩의 홍반장인 내 뒤를 이어 홍콩과 심천의 문지방이 닳도록 넘나드는 후배로부터 '쩐더루'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쩐더루?  이름도 재밌지 쩐더루.  만다린으로 '쩐더루(眞的樓)'는 우리말로 진짜루가 된다.  어떻게 이런 기막힌 이름이 나왔을까.,



  맛난 자장면을 먹기위해 쩐더루 방문을 벼르고 벼르다 지난 주 금요일, 홍콩 이공대에 교환학생으로 나와 있는 강보라 씨와 함께 그곳을 찾아갔다.  부려화 옥사우나에서 발마사지부터 전신마사지까지 고루 주물러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늦은 밤 그곳을 찾았을 때, 주인장 어른이 우릴 반갑게 맞았다.

  그곳은 고스란히 자장면집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붉은계열의 벽과 테이블, 좁고 그리 단정치 못한 자장면집 같은 분위기.  배달을 위해 즐비하게 서 있는 자전거와 흰 가운을 입은 짱깨집 총각들. 비록 그들은 중국인 이었지만 철가방을 든 짱깨집의 총각들 이었다.

  나는 먼저, '쩐더루'라는 이름의 탄생 배경부터 물었다.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심천에서 자장면집을 하고 싶다고 하니 이집 장남이 "진짜루? 자장면집 할거에요?  그럼 이름은 '진짜루'로 하면 되겠네" 해서 진짜루, 쩐더루가 탄생하게 됐다는 이야기.

  쩐더루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손님들이 몰려들고 배달비용을 낼테니 제발 자장면 좀 배달해 달라는 전화들이 빗발친다.  그렇다고 쩐더루가 광고를 빵빵 때려서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는 곳이 아닐 까 하는 의문은 갖지 말기 바란다.

  광고하나로 먹고사는 나로서는 살짝 심기가 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픈한지 3년 밖에 안 된 그곳은 광고를 최대한 지양하고 맛과 서비스 하나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심천 전역을 평정한 곳이기 때문이다.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자장면을 정말루, 진짜루 맛나게 먹었다.  가격도 HK$25이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새콤한 새우깐풍기도 일미였거니와 탕수육도 제법 맛있었다.  양장피는 자장면과 새우깐풍기로 배를 채우고 난 뒤라 젓가락이 자주 가진 않았지만 썩 괜찮은 맛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짬뽕도 있었다.  짬뽕, 술이 거해 속 풀이를 제대로 하고 싶을 때 꼭 생각나는 얼큰한 음식이다.  짬뽕도 나름대로 좋아하긴 하지만 이 집의 짬뽕은 입맛이 홍콩화 된 나에게는 상당히 맵게 느껴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매운맛을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한다.

  특별히 이집만이 갖고 있는 후식이 있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는 '호박식혜'가 그것이다.  입안에서 살얼음이 서걱서걱 씹히는 호박식혜의 맛은 최고다.

  한국 손님이 80%를 차지하고, 홍콩 교민들까지 심천에 들르면 한번쯤은 다녀간다는 그곳에는 자장면 맛을 아는 중국 손님도 제법 꾸준히 늘고 있다고 주인장은 말한다.  때로는 한국에 얼마나 거주했는지, 한국어를 제법 잘 하는 서양인들도 이곳을 찾아와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고 한다.

  이 집 주인장에게는 철학이 있다.  한국의 중국집 다운 중국집을 만들어 한국에 대한 작은 것 하나까지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있는 교민들의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는 것.  주인장은 그 맛을 내기 위해 한국의 한 중국집에 들어가 접시 닦는 일부터 시작해 음식 맛을 익혔다.  그리고 쩐더루를 연 이후 중국집에서 쓰는 그릇을 쓰고, 배달에도 스티로폼 그릇이 아닌 자장면집 그릇을 쓴다.  그릇을 슬쩍슬쩍 주어가는 중국인들로 인해 하루에도 수도없이 그릇을 분실당하지만 잃어버린 만큼 다시 사대는 게 주인장의 하루 일과 중 하나다.

  몸집도 작은데다 마음도 약하고, 얼굴에서는 선함이 뚝뚝 떨어지는 주인장에게 오늘도 화교성을 오가는 심천 교민들은 마음을 담아 '하루를 어떻게 지냈느냐'며 인사를 해온다.   푸근하고 마음 좋은 주인장에 한국 자장면집 같은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철가방에 배달까지 해주는 '쩐더루'가 있어 심천 교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싶어 필자는 그날 이후 심천교민들이 꽤나 부러워 졌다.




'쩐더루' 한국 중화요리집 찾아가기
주소 : 深圳市 南山區 華僑城 步行街 112號 (海景酒店 後面)
* 택시 : 화차오처엉, 하이지잉  죠우띠엔
전화 : (86-755) 2691 1398, (86) 1331 6565 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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