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을 앞두고 2월 6일 홍콩서라벌 한국식당(대표 신홍우)에서 ‘한국음식시식회’가 있었다. 일주일 전에도 다른 메뉴로 서라벌 마니아 교민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가졌다. 홍콩서라벌 한국식당은 불황에도 많은 회원과 단골들로 항상 만석을 자랑하는 으뜸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음식시식회를 한다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신홍우 대표는 “서라벌의 홍콩 상륙 30주년을 맞고 보니 여러 감회에 젖었습니다. 음식점의 근본은 무엇보다 맛일진데, 과연 얼마나 서라벌이 정통 한국의 맛을 내고 있는가에 대한 자성을 하게 되었고 맛을 향상해야 한다는 화두로 지인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옛날 서라벌을 회상하는 분들이 추억을 되새기며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에 먹었던 메뉴를 기억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면서 지금 서라벌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 세월이 또 흘러 한 사람의 소중한 기억으로 되새겨지겠구나. 그래서 시식회로 음식을 대접하며 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나라 음식 시식에 칠레, 프랑스, 아르헨티나산 포도주도 더불어 평가를 받았다. 소주 막걸리도 좋지만, 포도주에 곁들인 그날의 ‘돼지수육’은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음식도 좋았지만, 오순도순 앉아 옛날이야기를 하는 지인들과의 대화는 음식에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다.
족발요리에 같이 올라온 깻잎과 상추만으로도 서라벌식당에서 직접 재배해서 제공했던 시기의 이야기들이 또 이야기의 꼬리를 물고 홍콩의 역사스토리로까지 이어졌다. 장어가 구워지고 우대갈비가 지글거리면서 ‘라떼는’ 시절과 ‘엠지세대’의 사는 이야기도 머리를 젖히며 웃는 즐거움이 되었다.
30년 전 서라벌 식당 오픈부터 지금까지 같이 해온 한우리 파견 김 주방장 덕에 30년전 음식의 맛과 오늘의 음식맛은 변함이 없다. 거기다 오랜 음식 경험으로 이번에 합류한 40년 경력의 마담킴쉐프의 해물전골과 감자탕은 그야말로 엄지척이다. 디저트로 제공된 호박부꾸미는 어릴 적 부쳐주시던 찹쌀 부꾸미를 그대로 재현한 엄마의 맛이다.
서라벌한국식당의 회원은 현재 3천여 명이다. 신 대표에 의하면 년 인원으로 계산하자면 몇십만 명에 이를 텐데 그동안 컴퓨터 저장문제나 기록문제도 있었고 해서 현재 1년 회비 HKD100을 납부하고 있는 회원만 3천여 명이란다. 회비 HK$100을 내더라도 평상시 10% 할인과 이벤트 행사에 $300에서 $500 쿠폰이 발송되니 그 인기는 더할 수밖에 없겠다.
영사 신분으로 홍콩과 인연을 맺게 되고 이렇게 30년이 넘게 흐른 서라벌 한국식당에 암행어사를 투입해 식당의 서비스와 제반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신홍우 대표의 발전철학이 30년을 넘게 으뜸 자리를 내주지 않는 비결이 아닐까. 엄마가 학생 시절 먹었던 한우리의 로스편채와 국수전골, 그리고 바삭바삭한 해물전을, 대학생 아들딸과 같이 먹으며 그 변하지 않는 음식 풍채와 추억을 소환한다.
홍콩서라벌 한국식당에 오니 서른 살이 젊어진 '나'를 만난다.
<글.사진 위클리홍콩 Haidy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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