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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향유기] 홍콩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둑들
  • 위클리홍콩
  • 등록 2024-02-16 00:17:05
  • 수정 2024-03-02 00: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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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종횡사해>(Once A Thief), 작가 박시원


Pont des Arts 위 한 남자가 캐리커처를 받고 있다. 그는 화가에게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물은 후 자신만만하게 제 이름을 이야기한다. 담배 연기와 함께 강바람에 흩날리는 물결 진 긴 머리에 가죽 재킷과 스카프를 걸친 그의 이름은 제임스, 바로 장국영이다. <종횡사해>는 고아 시절부터 사부(증강 분) 아래서 함께 자란 아해(주윤발 분)와 홍두(종초홍 분) 그리고 제임스(장국영 분)가 프랑스 갱단의 의뢰로 ‘할렘의 여시종’을 훔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케이퍼(Caper) 장르 영화에 오우삼 감독 스타일의 액션이 섞인 <종횡사해>는 황홀한 비주얼과 재미로 관객의 마음마저 훔친다. 홍콩 누아르 영화를 대표하는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종횡사해> 또한 눈을 즐거이 하는 액션으로 가득하다. 전작인 <영웅본색>, <첩혈쌍웅>처럼 진중한 분위기의 정통 누아르에 코미디가 첨가된 <종횡사해>엔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배가되어 있고, 인물과 이야기에는 매력이 묻어난다. 아해, 홍두, 제임스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모호한 감정선이나, 프랑스 갱단과 사부(증강 분), 그리고 세 인물의 대립으로 발생한 갈등과 이어지는 사건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킬링타임용 가족 오락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종횡사해>는 매력에 매력을 더한, 그야말로 세련된 작품이다. 예술로 충만한 도시와 정장과 드레스로 치장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는 대도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에 은밀하고도 섹시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미술품을 훔치는 과정도 어찌나 재치 넘치고 기발한지, ‘할렘의 여시종’을 훔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중 이야기 외의 세 도둑의 다른 에피소드가 궁금해질 정도로 흥미롭다. 여기에 카 체이싱(Car chasing), 거대한 스케일의 폭발 장면 등 오우삼 감독의 전매특허인 액션이 영화 곳곳에 듬뿍 담겨있어 작품이 더욱 멋지게 빛나고, 폭약만 사용해 단순히 펑펑 터트리는 액션이 아니라 홍콩 영화로 대표되는 쿵푸 액션도 놓치지 않아 알찬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연출, 배우, 촬영 등 모든 부분이 마냥 완벽한 ‘육각형 영화’인 듯싶지만, 부족한 스토리가 아쉬움을 준다. 삼각관계인 세 사람의 러브라인이 애매한 스토리 때문에 모호한 감정선과 개연성으로 마무리된다. 아해를 사랑하던 홍두가 결국 제임스랑 이어진 후 아이를 낳고 사는데 여기에 아해가 그들의 살림을 도우며 함께 사는 모습은 영 의문스럽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고아인 그들이 어려서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아오며 쌓아온 유대로 엮인, 어쩌면 피보다 더 진한 관계가 있었단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개연성은 아쉬웠지만 삼각관계로 이어진 갈등의 러브라인에 친구 같기도, 가족 같기도 한 세 인물의 이야기가 합쳐져 로맨스 영화와 가족 영화의 맛을 고루 느낄 수 있다.



앞서 말한 이유도 분명 이 작품이 매력적이게 하는데 큰 몫을 하지만, 주윤발, 장국영, 그리고 종초홍으로 대표되는 홍콩의 톱배우들의 우아한 모습과 그들의 호연이 없었다면 이토록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주윤발의 긴 기럭지와 몸에 딱 붙는 정장, 종초홍의 화려한 마스크와 드레스, 가죽 재킷도 슈트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장국영의 독보적인 아우라까지. 세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작품의 격이 한 단계는 상승한 게 와닿는다. 배우들의 비주얼과 아우라에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들’이란 역할의 고혹함이 겹쳐 이들의 매력이 극대화되고 작품은 더욱 세련되어진다. 특히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홍콩의 톱배우들이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이국의 해변을 달리는 장면은 찬란했던 홍콩 영화계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듯해 한편으론 가슴이 아련하기도 하다. 직접 그 시절을 겪어볼 수는 없겠지만, 호쾌한 액션과 유머로 무장한 <종횡사해>를 통해 전성기의 톱배우들과 8090 시기의 빛나던 홍콩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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