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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홍콩변호사]법률칼럼 116주 – 명예훼손 주요판례 1
  • 위클리홍콩
  • 등록 2024-06-28 01:55:24
  • 수정 2024-07-16 00: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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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ndmark Cases in Defamation)

안녕하세요? 이동주 홍콩변호사 (법정변호사)입니다.

 

영국 남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서섹스 (Sussex) 주는 영국 해협 (English Channel)을 바라보는 지리학적 관점에서 아주 아름답고 소중한 지역입니다. 서섹스 주 동쪽에 위치한 시포드 (Seaford)라는 작은 마을은 중세시대에는 중요한 항구도시였고 오늘날에는 바다를 옆에 둔 대표적인 휴양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시포드에는 1887년에 만들어진 유명한 골프장이 있는데 바로 Seaford Head Golf Course (시포드 골프장)입니다. 시포드골프장의 13, 14, 15홀에서는 Seven Sisters (세븐 시스터즈)라고하는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해안절벽을 볼 수 있고, 마지막 18홀은 해발 90미터에서 낮은 곳에 위치한 페어웨이로 공을 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5세기부터 존재했던 자연 경관을 벗삼아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입니다.

 

1930년대 시포드 골프장의 소유주는 Robert Deane (로버트 딘)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그의 아내와 함께 이 시포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역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한 골프장을 운영하던 소유주 로버트 딘은 골프장 회원들을 위해 여러가지 오락 시설도 제공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1932년 클럽 내부에 설치한 일명 Slot Machine (슬롯 머신)이라고하는 자동식 도박기계였습니다. 클럽 회원들이 사용하게끔 설치한 도박기계였는데, 사실 이 기계로 인해 소유주 로버트 딘은 꽤큰 이익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받은 도박장이 아니었던 골프장에서 이 슬롯 머신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 불법이었습니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도박기계를 통해 재미를 보던 골프장 회원들은 모두 암묵적으로 쉬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던 1935년 8월 26일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이 불법 도박기계의 존재를 경찰에게 신고하였고, 결국 소유주 로버트 딘은 큰 수익을가져다 주던 도박기계를 골프장에서 치우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935년 8월 27일 골프장의 메인 게시판에는 하나의 시가 게시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For many years upon this spot/ You heard the sound of a merry bell/ Those who were rash and those who were not/ Lost and made a spot of cash/ But he who gave the game away/ May he byrnn in hell and rue the day

 

(오랜시간 이 자리에서/ 당신은 즐거운 벨소리를 들어왔습니다/ 성급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우린 한동안 즐겁게 돈을 잃기도 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을 폭로한 사람은/ 지옥에서 불에 타고 (byrnn) 자신의 잘못을 늬우치길 바랍니다)

 

이 시의 주요 내용은 도박기계의 존재를 경찰에 신고한 사람을 비방하는 내용이었고, 이를 고자질한 사람이 “불에 타야한다”라는 내용을 포함하였는데, 문제는 “불에 탄다”라는 부분을 “Burn”이라고 쓰지 않고 일부러 틀린 철자법으로 “Byrnn”이라고 썼다는 것입니다. 즉 이 시의 작성자는 도박기계의 존재에 대해 경찰에 고자질한 배신자가 “Byrnn” (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절묘하게 공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골프장 회원이었던 Edmund Byrne (에드먼드 번) 씨는 다른 골프장 회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말을 듣게 될까 걱정하였고 끝내 골프장의 소유주인 로버트 딘과 그의 아내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근거한 소송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바로 유명한1937년 판례 Byrne v Deane (번 대 딘, 사건번호: [1937] 1 KB 818) 사건입니다. 

 

피고 딘과 그의 아내는 자신들은 문제가 되는 시를 작성하지도, 게시하지도 않았다고 했으나 해당 사건 1심에서 판사는 당시 시포드 골프장의 규칙 제12조항에는 “클럽 게시판에는 골프장 비서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공고문이나 플래카드를 게시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었고, 당시 골프장 비서는 로버트 딘의 아내였으니, 피고들은 문제가 되는 시를 본인들이 직접 작성하고 게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게시되는 것을 허락하였으므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이후 딘과 그의 아내는 항소를 하게 되는데, 2심 판결에서는 판결이 뒤집히게 됩니다. 상고 법원은 “원고는 해당 게시글이 원고를 배신자로 보이게끔 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명백한 불법행위를 경찰에게 신고하는 행위는 지극히 올바른 행위이며 칭찬받을 행위이므로, 원고가 경찰에게 신고한 사람임을 암시하는 글은 사실여부를 떠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지난 칼럼들에서 알아보았듯 영국 명예훼손법이 적용되기 위해선 해당 문구나 언어가 실제 명예를 “훼손”시키는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게 되어있는데, 문제가 되었던 시는 원고 에드먼드 번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효과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다음 칼럼에서도 주요 명예훼손 판례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동주 홍콩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는 홍콩의 법정 변호사 (Barrister)로, 기업회생 및 파산절차,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해외 분쟁에서 홍콩법 및 영국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인수합병, 합작투자, 금융, 증권, 지식재산권, 통상무역, 기업형사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건설, 에너지, 조선, 해양, IT, 통신 사건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고객 또는 로펌들의 각종 사건들을 수행, 대리하고 있으며, 분쟁해결을 위한 전체적인 자문 및 소송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

이메일: kevindj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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