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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LOVE & BABY 스토리 (11) - 이 시대의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2-07 12: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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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3호, 12월8일] 나는 일본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소설을 내 돈을 주고 사는 일은 거의 없다. ..
[제153호, 12월8일]

나는 일본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소설을 내 돈을 주고 사는 일은 거의 없다.  하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좋아하는 하루키의 소설도 싫어한다.  일본작가의 횡설수설과 주절거림이 너무 싫어서이다.  일본 현대 소설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런 내게도 일본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에 흠집이 가게 만드는 책이 한 권 있었으니 이는 다름 아닌 가네시로 가즈키의 "Fly, Daddy, Fly"이다.

  일본 소설 광팬인 동생의 권유로 읽게 된 이 소설은 한국에서 판권을 사고 영화화까지 된 소설이다.  그것도 이준기 라는 스타까지 동원하여.

  일단 한마디로 “감동"이었고, 한 단어 더 하면..."통쾌" 였다.  소설을 읽는 동안 정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은 모두 한번씩 읽어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월급쟁이라면 동감하는 부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Fly, Daddy, Fly는 마치 Shall We Dance? 의 학원폭력판이라고나 할까? 40대 직장인과 학원폭력물?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소설에서는 말이 된다는 점이다.  Shall We Dance? 의 주인공이 일상의 허무함이나 40대 후반의 권태감을 사교댄스로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찾았다면 Fly, Daddy, Fly는 폭력을 통하여(?) 자아를 발견하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찾게 된다.

  스토리를 일단 소개한다.
  간단하다.  너무나도 평범해서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40대 월급쟁이인 주인공, 이름조차도 평범한 남자.  기업의 부장인 그는 아직도 주택 모게지가 남아있는 아주아주 보통의 남자다.  조신한 아내와 예쁜 딸을 둔, 그저 average, 아니 어떻게 보면 우리 주위에 가장 많은, 보통보다 약간 밑인 아저씨 그 자체.  그런 그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서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그것도 '폭력'의 형태로.  딸아이가 고등학교 복싱 챔피언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복수를 위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느냐가 주된 내용이다.

  포인트, 포인트를 짚고 싶다.
1) 작가는 재일교포 3세로서 그의 전작에는 늘 마이너리티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의 주된 주제이다.  Fly, Daddy, Fly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아니 사실 어떤 면으로 보면 주인공이 소외계급은 아니다.  기성세대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제도권에 도전하게 되는 주인공 아저씨의 발달과정을 본다면 그런 면에서는 역시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 있겠지. 자기 딸이 폭행을 당했을 때 일반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공권력에 호소하고 사과를 받아내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아저씨가 입은 마음의 상처와 딸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라고?

2) 정말 통쾌한 이유는 폭력을 폭력으로 다스리는 과정이다.  이 소설은 절대로 진부하지 않다.  나쁜 놈들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그럼 우린 평화로... 사건을 해결한다? 아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주인공 아저씨는 과감히 폭력을 선택하여 나쁜 놈을 응징하기로 결정하고, 그 결과까지 본다.  정말 소설이라는 매체만이 줄 수 있는 묘미다.  이 말도 안 되면서 말이 되는 묘한 부분..

3) 소설의 첫 페이지, 첫 구절부터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자기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주인공. 프로필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평범한 샐러리맨의 신상 소개.  그리고 소설의 초반부에 주인공 아저씨의 일상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나는 정말 엉엉 울고 싶었다.  늘 같은 시간에 출근 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정어리 통조림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려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는 장면이 묘사된다.  그 버스를 타는 멤버는 늘 똑같다.  5년 내내, 그런데 주인공은 이 사람들과 5년 동안 단 한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작가는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산뜻한 일이냐고 반문한다.  내가 울고 싶었다는 것은 나와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늘 루틴하게 일하고, 거의 같은 시간에 집에서 나와 같은 시간에 버스로 회사에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밥먹고, 자고, 다시 일어나고....

  이 일상이 늘 지겹다가도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나타나면 짜증이 난다.  이 얼마나 모순 되면서도 한심한 현대인의 모습이란 말인가?
  
4) 주인공 아저씨의 딸아이가 폭행을 당하고 입원하는 장면, 그리고 때린 상대방 남학생과 남학생을 두둔하는 교장과 복싱부 코치를 병원에서 만나는 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주인공과 똑같은 분노와 무기력함을 느꼈다.  딸 가진 입장에서 정말 이 세상의 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폭력성에 나는 얼마만큼 나의 딸을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주 깔끔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책 읽고 난 후의 기분이 아주 개운한 소설이었다.

<글 : 박인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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