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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9 - 새하얀 세상, 신기한 세상.... 소금 세상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2-07 12: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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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3호, 12월8일]   앙카라를 떠나 터키 여행의 '백미'라고 불리는 카파도키아로 향했다.  아나톨리아..
[제153호, 12월8일]




  앙카라를 떠나 터키 여행의 '백미'라고 불리는 카파도키아로 향했다.  아나톨리아 고원의 한낮 뙤약볕에 눈이 부셨다.  갑자기 길 오른편에 햇빛 반짝이는 새하얀 '벌판'이 펼쳐졌다.  어제 저녁 새벽녘까지 수다의 끈을 놓지 않느라 잠을 설친 탓에 그 이름난 소금호수(투즈게/TUZ GOLU)에 대한 가이드 김방수씨의 설명이 가물가물하다.  오랜 세월, 염분이 쌓이고 쌓여 소금호수가 되었다고 했던 것도 같은데, 홍콩으로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바다였다가 물이 빠지면서 생긴 호수라는 자료들이 있었다.  겨울엔 물이 2m쯤 차 있다가, 여름이면 증발해 소금밭으로 남는단다.  

  소금호수를 처음 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MBC 드라마 '주몽'이다.  주몽이 소서노와 함께 소금을 구하기 위해 고산국의 소금산을 찾아 나서는데, 드라마상 허구로 보여지던 이 대목이 이쯤에서 사실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금호수는 정말이지 신기하기만 했다. 내 발 밑에서 밟히는 얼음장 같은 것들이 다 소금이고 소금 덩이들이다.  맨발로 수면을 걸으며 발 구석구석 숨어있던 병균들이 다 소멸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 건 나뿐만이 아닌지, 어떤 여행자들은 발을 담근 채 저벅저벅 걸어 다녔다.  얼음처럼 찬 소금물에 발이 끊어질 듯 시리겠건만 그들이 그토록 인내심을 갖고 오랜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것은, 지긋지긋한 무좀균에 반평생을 시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파도키아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바위와 땅이 기억하고 있는 곳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바위와 땅이 기억하고 있는 곳.  화산 폭발로 생긴 지형의 주름에는 수백만 년의 시간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카파도키아는 21세기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곳의 독특한 지형은 수백만 년 전, 화산 작용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굳어 생기게 되었다.  용암 중 경도가 낮은 부분은 비와 바람에 쉽게 깎여 지금의 도토리ㆍ버섯 모양의 특이한 암석들을 만들어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구 같지 않은 땅을 찾던 제임스 루카스의 눈에 카파도키아는 어쩌면 영화 `스타워즈`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세트장으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비로운 기암괴석의 대명사로만 알려진 카파도키아는 그에 못지않게 기구한 인간 삶의 티가 새겨진 고장이기도 하다.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슬기가 조화의 극치를 이룬 지구상 몇 안 되는 명소다.  지상 지하 기암괴석 속에 삶의 터전인 도시와 마을, 교회가 복합구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들은 크리스천이 세운 지하도시 데린쿠유('깊은 웅덩이'이란 뜻)를 먼저 찾았다.  이슬람 세력의 기독교 박해가 심해지자 크리스천들이 지하도시안에 숨어살면서 지금 남아있는 것과 같은 거주지를 비롯해 교육기관과 교회 등을 축조했다고 한다.

  닭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아 주인이 닭을 찾기 위해 신고한 것이 이 지하도시를 발견하게 된 동기라고 하고, 어떤 사료에서는 어린 목동이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다가 우연히 입구를 발견했다고도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 150cm, 너비 60cm에 불과한 통로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뚫려있다. 몸집이 웬만히 큰 사람은 머리를 숙인 채 모로 걸음을 더듬어야 한다.  엉금엉금 기어야 하는 길목도 수두룩하고, 도시 전체가 미로라서 길을 잃기 일쑤다.  대부분 용암을 파서 만든 인조굴로 인구 2만을 수용했다고 한다.  지금껏 지하 8층(5)까지 발견 했으나 모두
17~18층은 족히 되리라고 보고 있다.

  층마다 거주공간은 물론, 부엌과 방앗간, 창고가 따로 있다.  

  몇 곳에는 회랑과 학교, 교회당과 수도관 딸린 세례소, 포도주 저장고 같은 부대시설 흔적도 보였다. 깊이 7~80에 달하는 수직 통풍구가 있는데, 환기 뿐 아니라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구실도 했다.  내부 곳곳엔 둥근 돌문을 설치해 외부 침입을 막았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지하도시가 북쪽으로 9km 떨어진 한 지하도시와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암석 유적과 괴레메 국립공원
  점심을 터키 케밥 뷔페로 맛있게 먹은 후 자연의 신비와 인간의 슬기를 조화시킨 또 하나의 현장인 바위교회를 찾아보기로 했다.  대표적인 곳이 '당신은 볼 수 없다'는 뜻의 지명인 괴레메 마을의 노천박물관이었다.  13개의 각기 다른 바위교회를 망라한 이 박물관은 한마디로 교회들의 집합체이자 설교장이다.  벽화 중에 예수가 손에 사과 모양의 둥근 물체(지구의 형상화란 주장이 있음)를 쥐었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사과(엘마리)교회는 네 개 원주가 받치는 돔 형식의 바위교회다.  벽화 가운데는 침례의 상징과 최후의 만찬,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유다의 배반 등이 그려져 있다.

  뱀(일란리)교회에는 몇 가지 흥미있는 프레스코화가 눈에 띈다.  왼쪽 벽면에 성 게오르기와 성 테오도르가 뱀과 싸우는 장면이 있고, 오른쪽에는 성 바실과 성 토마스 곁에서 늘 옷을 벗은 채 사막에서 선교하는 반남반녀의 오노프리스가 서있다. 그 모습이 퍽 해학적이다.  상하층 네 개 교회와 예배당으로 구성된 토칼리 교회는 예수의 일생을 세세히 그린 원형 프레스코화로 가득하다.

  교회 구조물과 안에 그려진 갖가지 프레스코화들은 로마~비잔틴 시대의 교인, 수도승들의 정신세계와 생활상뿐 아니라 초기 기독교 성립과 발전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역사의 한 토막을 장식했던 기독 세계를 펼치려고 성직자들은 벽화에 성심(聖心)을 그렇게 쏟아 부었다.

  오늘도 해가 어김없이 서산으로 뉘엿뉘엿 진다.  바람이 세월을 앗아갔는지, 세월 속에 바람이 속절없이 휘둘렸는지, 세월을 고스란히 몸에 새기며 남아 있는 카파도키아에서의 저녁은 유난히 춥고 바람은 거세다.  

  그렇게 많았던 교회와 융성했던 이곳에 세월의 흔적만 허무하게 남겨두었듯, 내가 애써 이루고 꼭꼭 다져온 발자취마저도 어디론가 모두 쓸어가 버릴 듯 바람은 점점 그 세기를 더해가고 있다.


<글 : 로사 / 계속....>

*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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