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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한국국제학교] 경계 위에서 피어난 섬세한 언어,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을 만나다
  • 위클리홍콩
  • 등록 2026-03-23 17:54:14
  • 수정 2026-03-27 03: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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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기자단 인터뷰]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 상영 및 작가와의 대담 -

 

 지난 20일, 홍콩한국국제학교(KIS) 강당은 소설 속 속초의 겨울처럼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엘리자 수아 뒤사팽 작가가 본교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동명 영화 상영회와 인터뷰 형식의 대담으로 꾸며졌다. 정체성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담았다.


 

 Q. 홍콩, 그리고 본교에 방문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홍콩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치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에요. 아시아라는 점에서 막연한 친근함을 예상했는데, 직접 와보니 홍콩만이 가진 독특한 공기와 에너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외국인으로서도 소통이 자유롭고 편리한 환경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Q. 작품마다 배경이 되는 장소가 인상적입니다. 장소를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저에게 장소는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의 연장선입니다. 제가 살았던 곳이나 발길이 닿았던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모티프가 되곤 하죠. 특히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느꼈던 특유의 분위기나, 그 과정에서 마주한 ‘공허함’ 같은 감정들이 제 글의 소중한 바탕이 됩니다.”

 

 Q. 한국과 스위스, ‘혼혈’이라는 배경이 작가님의 정체성과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스위스에서 자랄 당시 저는 유일한 외국인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죠.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경험이 오히려 제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한국의 ‘예의’와 프랑스의 ‘직설적인 태도’가 부딪힐 때면 때론 무례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런 미묘한 문화적 충돌 덕분에 타인을 관찰하는 저만의 예민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이 영화화되었습니다. 원작자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영화는 소설의 복제본이 아닌, 독립적인 하나의 예술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버전 역시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훌륭하게 구현했더군요. 20대 초반에 이 글을 썼던 저와 30대가 된 지금의 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결과물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기보다, 영화와 소설 각자의 호흡을 존중하며 감상하려 노력합니다.”

 

 Q.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글쓰기는 고된 노동이고, 전업 작가의 삶은 치열한 내공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벽도 분명 존재하죠. 그럼에도 책은 특별합니다. 소셜미디어가 단편적인 정보나 흑백논리에 갇히기 쉽다면, 책은 그 사이의 무수한 ‘회색지대’를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SNS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개인의 섬세한 진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책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매력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 역시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기에 조언이 조심스럽습니다. 우리는 종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느끼지만, 사실 그 고독은 세계 곳곳의 수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나만 유별나서 겪는 결핍이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이런 고민을 껴안고 나아가는 여러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근사한 사람입니다. 혼자라는 생각에 너무 잠식되지 않길 바랍니다.”


 

 [취재후기] '회색지대'를 긍정하며 나를 안아주는 시간

 행사에 앞서 학생들은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을 관람하며 작품 특유의 정서를 먼저 접했다.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 작가가 건넨 “혼자라는 생각에 잠식되지 말라”는 위로는 홍콩이라는 낯선 타지에서 이방인처럼 겉돈다고 느꼈던 기자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이번 만남은 우리가 각자의 ‘회색지대’를 부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껴안을 수 있게 한 소중한 이정표가 되었다. 영화의 여운과 작가의 진심이 어우러진 이 시간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내면을 따뜻하게 들여다본 뜻깊은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사진/글 KIS학생기자단(강우준, 김민후, 박소정, 박주얼, 최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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