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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97) - 화해로 향한 작은 계단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2-14 1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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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4호, 12월15일] 간첩보다 못한 국민   외국에 살지만 한국을 자주 오가는 교민들과는 달리 한국을 자주 방문하지 않은 탓인지 ..
[제154호, 12월15일]

간첩보다 못한 국민
  외국에 살지만 한국을 자주 오가는 교민들과는 달리 한국을 자주 방문하지 않은 탓인지 요즘 저의 서울 생활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배움의 현장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가뜩이나 길눈까지 어두운 처지에 새로 생긴 거리나 모르는 동네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난처한 질문을 던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길눈 어둠증세가 극심할 때는, 시청에서 남대문 시장 가는 방향을 찾지 못해 길을 묻다 지금 누굴 놀리냐는 식의 불쾌한 시선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하루는 새로 단장한 명동의 S백화점을 몰라보고 '어? 그 백화점은 이렇게 생긴 건물이 아닌데요…'하며 차에서 내리지 않고 꾸물거리다 택시기사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니 지리를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서울 토박이라면서 어떻게 S백화점도 몰라요? 하다못해 요즘은 간첩들도 그 정도 오리엔테이션은 받고 넘어오겠구만."

  간첩만 못하단 소릴 듣고 다닐 정도로 저를 멍하게 하는 것은 변해버린 서울의 생김새만이 아닙니다. 음식이든 서류든 애써 가지러 나갈 필요가 없게 발달한 24시간 배달문화, 웰빙바람을 타고 날로 늘어가는 먹거리와 식당들, 손님을 고객님으로 바꿔 부르는 깍듯한 매너의 종업원들, 동네 슈퍼를 찾기 불편할 정도로 많아진 대형마트, 정신 차리고 타지 않으면 실수할 만큼 노선이 늘어난 서울 지하철,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주름잡고 늘어선 럭셔리 아파트 단지, 시내외를 막론하고 매일 보이다시피 늘어난 주한 외국인들과 평일 오후 세종로 한복판에서 남자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담배연기를 날리는 20대 여성 등등이 낯설다 못해 아예 이국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어도 마음속에 담아두고 혼자 앓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그것을 당당히 드러내고 표현하는 행동의 사회변화도 흐뭇한 일입니다.  마음은 있어도 뒷전으로 숨기고 쉬쉬했던 돈과 성공에 대한 열망도 이젠 정당하고 건전한 것으로 인정하고 장려하는 분위기가 나라 곳곳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듯도 보입니다.  내친 김에 감정의 표현에도 적극성을 띠는 것인지, 길거리든 어디서든 악수를 동반한 정중한 인사 대신 등을 툭툭 두드려가며 뭉클한 포옹을 나누고 돌아서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한밤 토크쇼의 스킨십에 대한 농도 짙은 대화내용과 이젠 연속극의 감초가 되다시피 한 설왕설래(?) 키스씬, 심의기준이 궁금해지도록 아슬아슬한 애정표현과 노출수위 등에 절로 입이 벌어질 때도 역시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찌됐든 특유의 뻣뻣함을 벗고 스킨십의 낯가림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한국인의 또 다른 모습에 괜시리 웃음이 나는 요즘입니다.

이곳은 온통 사랑의 물결
  집에 있든 밖에서 일을 보든 하루 한번이라도 보고 듣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사용하는 국민의 단어로 떠오른 말 "사랑." 바로 코앞에 닥친 크리스마스와 망년무드까지 합쳐 천지는 온통 사랑이란 말의 홍수로 즐거이 출렁입니다.  신문을 펼쳐 봐도 사랑,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보이는 빌보드에도 사랑, "사랑해요"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않고 TV를 끄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연일 들리는 사랑의 반복은 개인의 갈등을 진단 해결하는 토크쇼의 단골 마무리 멘트로까지 자리매김한 모양입니다.  부부갈등과 그에 잇따른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해 섹스리스 커플이 되어 수년째 각방을 쓰고 있다는 40대의 부부 출연자.  결혼이후 줄곧 남편인 자신을 돈벌이나 신분상승의 수단으로만 여겨온 데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정겹게 맞아주기는커녕 집안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분풀이 상대로 푸대접하고 무시해왔다며 아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남편에게 남녀진행자들은 말했습니다.

  "하루 종일 청소하랴 빨래하랴 장보랴 거기다 시부모 챙기는 일에 아이들 육아까지 책임지랴, 정말 우리 주부님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밖에서 일하시는 남자 분들도 피곤하죠, 그렇지만 몇 사람 몫의 일을 하고 지쳐있는 아내에게 무조건 웃는 얼굴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남편분이 먼저 다가가서 사랑한단 말 한마디 해주시는 것도 좋은 일 아닙니까? 사소한 한마디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바로 여자들의 마음이니까요.  자 우리 남편 분들, 오늘 저녁 집에 가셔서 피곤한 아내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그동안 꽁꽁 얼었던 아내의 마음이 봄눈 녹듯 사르르 풀어질 테니 말이죠.  호호호.  그럼 저희들은 이만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시청자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호호."

  빠른 포기를 최선의 선택으로 보고 조기이혼 행렬에 뛰어드는 요즘 커플들과 달리10여년의 다툼과 불화 속에서도 이혼을 택하지 않고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그 부부가 자못 대단하게만 보였습니다.  나름 해결책을 찾겠다고 TV출연까지 불사한 결심도 쉽지 않았을 터입니다.  사랑한다는 남편의 한마디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독이 될 리는 없으나 부부도 그쯤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해답을 찾다찾다 방송국 스튜디오까지 가게 된 것이 역력했습니다.  그들은 사랑이란 목적지의 이름은 알지만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사랑, 행복, 건강, 믿음, 자기실현, 사업성공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저마다의 최종 목적지.  가야할 장소를 못 찾고 전전긍긍 헤매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가 찾고 있는 동네의 이름을 몇 번씩 말해주는 것보다 그리로 가는 방향과 경로가 담긴 나침반과 지도 한 장이 더 유용할 것입니다.  사랑과 화해를 권하는 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그로 향한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나갈 수 있는 노하우도 함께 전하는 2007년을 그려봅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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