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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10 - 남자 그 은밀한 유혹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12-14 13: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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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4호, 12월15일] 안티오키아, 사도 바울의 첫 전도여행지를 찾아    예전에 소아시아로 불렸던 터키 땅에는 기독교 ..
[제154호, 12월15일]




안티오키아, 사도 바울의 첫 전도여행지를 찾아
   예전에 소아시아로 불렸던 터키 땅에는 기독교 초기 유적지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지중해와 접한 남부 해안의 안티오키아(안디옥)란 마을은 기독교 초대교회가 있던 곳이다.  현재는 안타키아라고 불린다.  버스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이스켄데룬이란 도시가 나오는데 구약 성서에 큰 물고기가 요나를 토해냈다고 전해지는 바로 그곳이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안티오키아 땅에 내리니 가장먼저 바람이 우리를 반겼다.  갈대와 잡초 등으로 목초지가 평화롭게 펼쳐진 언덕을 내려가다 커다란 제대가 덩그마니 남아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도 바오로의 대성당이 있었던 곳으로 지금은 여기저기 나뒹구는 돌덩이들과 넓은 제대만이 쓸쓸히 남아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약 45~49년경 사도 바오로는 세 번에 걸쳐 지중해 동부지역에 광범위한 전도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의 거점으로 삼은 곳이 바로 이 안티오키아였다.  제자 바르나바와 함께 전교활동을 펼쳐 많은 이방인들을 입교시키며 전도의 꽃을 피웠던 곳.  그러나 이곳엔 그들의 이름만이 바람소리와 함께 허공을 맴돌 뿐 어디에서도 지난날의 자취를 찾아낼 수 가  없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세상살이의 덧없고 헛됨을 노래하던 구약성서의 구절과 신부님의 가슴 뭉클한 강론, 감동과 회한으로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고 애써 미사해설을 보는 이의 흠뻑 젖은 목소리 그리고 눈물을 떨구던 우리 순례자들....

  나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가슴을 끌어안고 그곳까지 달려갔던 내 가슴이 저 앞에 펼쳐진 허공처럼 텅 비어가는 걸 느꼈다.  나는 이곳에, 이 터키에 더 많이 담고 더 많이 채우기 위해 왔는데 이처럼 텅 비어간다.  

  무너진 바오로성당의 잔해를 뒤져 작은 돌덩이 하나를 가방에 넣고 까마득히 멀어져간 일행을 쫓으러 달려가다 문득 사도 바울의 발걸음 소리와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해 뒤돌아보니 그곳엔 아직도 바람만 이리저리 흐르고 있었다.


하얀 목화의 성 파묵칼레

  파묵칼레의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를 잠시 들렀다.  기원전 2세기경 페르가몬 왕국에 의해 처음 세워져 로마 시대를 거치며 오랫동안 번성했다는데 그리스어 '히에로스'는 신성함을 뜻한단다.

  이곳에는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 신전, 공동묘지, 온천욕장 등 귀중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원형극장은 최대 1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란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용기백배하여 가요 한극을 멋지게 뽑아내 여행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제 드디어 파묵칼레다.  파묵칼레!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한 노천온천.  나는 야외 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온천욕좀 여유있게 해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이게 뭐야!  발이나 담그면 딱 좋은 만큼의 물만 졸졸 흐르고 있는게 아닌가.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라는 뜻으로 오랜 세월 동안 석회을 함유한 온천물이 흘러 석회가 하얗게 굳어졌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목화밭 같다.





남자 그 은밀한 유혹
  여행을 다녀온 후 '터키 남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느물거림과 끈적임이다.  특히 우리 버스를 몰던 40대 중반의 기사아저씨의 그 음흉한 눈빛과 나를 향해 찡끗 거리는 윙크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평화가 이정되만 돼라 싶을 정도로 평화의 극치를 이루던 내 뱃속에서 차츰 전쟁의 조짐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아저씨의 그 느물거리는 행위는 단지 나를 향해서 하는 꼬심의 행위가 아니었음을 나 다음으로 영계에 속하는 M과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됐다.  마음 착하기로 소문난 M도 만인을 즐겁게 하는 상냥한 웃음과 깍듯한 인사성으로 차에 오르내릴 때마다 기사아저씨를 향해 인사를 챙겼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느믈거림 이 짙어진다며 소름이 쫙쫙 돋는다고 했다.  아무도 없을 때 내게 슬쩍 다가와 몇 살이냐, 너 20살 밖에 안돼보인다.  넌 어쩜 그렇게 이쁘냐.  결혼은 했냐, 남편은 잘해주냐 등등을 물어대는데,  M에게도 그랬음이 분명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40대 중반인 B도 그의 끈적이는 '수작'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 차에 오르내리는 모든 여성들에게 추파를 던졌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버스 기사아저씨의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그나마 아주 가벼운 애교에 지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그날 밤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


<글 : 로사 / 계속....>

*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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