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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11 - 남자 그 은밀한 유혹 2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1-02 1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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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5호, 12월29일]   저녁 무렵 도착한 호텔은 이스탄불에서 묵었던 호텔과는 급부터 다른 호텔이었다.  아름다운..
[제155호, 12월29일]

  저녁 무렵 도착한 호텔은 이스탄불에서 묵었던 호텔과는 급부터 다른 호텔이었다.  아름다운 조경과 고즈넉한 산야가 호텔과 어우러져 더 없이 멋져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더구나 그 호텔에는 뜨끈뜨끈한 온천수가 펄펄 나온다고 하여 온천에 몸 담글 생각만으로도 벌써 피로가 반쯤 가셨다.  호텔 2층에 있는 뷔페식당도 넓고 꽤나 고급스러웠는데 그곳에서는 라이브음악이 연주되고 있었고,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눈치로 다년간 먹고산 그들이 '아리랑'을 연주하며 우리를 반겼다.  잠시 후 신나는 한국 음악이 연주됐고 열심히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 우리더러 자꾸 무대로 나와 춤을 추란다.  용기 있는 몇 사람이 드디어 앞으로 나가 나갔고, 멋쟁이 S가 신디사이저 앞에 앉더니 몇 곡의 음악을 신나게 연주해 여행객들의 마음에 신바람을 불어넣어줬다.

  일행들 대부분이 온천으로 달려갔지만 나는 일행과 합류하기 전 부르사에서 테르말(온천)을 경험해 봤고, 또 그 많은 아는 얼굴들과 맨몸을 드러내고 마주앉을 용기가 나지 않아 호텔 안을 이리저리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터키 남성들은 여자만 보면 치근덕대야만 하는 의무감에 시달리는지 눈만 마주치면 '아가씨 이뻐요'라며 어쭙잖은 한국말과 함께 의미심장한 눈빛을 끊임없이 보내왔다.  

  두어 시간 쯤 지나자 엊그제 이스탄불에서 거리로의 탈출에 실패한 우리일당 셋은 약속이나 한 듯이 다시 호텔로비에서 만났다.  옆 동네 호텔로 이동해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일행 너댓명과 합류해 야외수영장에 있는 예쁜 테이블에 맥주와 안주들을 풀어놓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수다에 몰입했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호텔 직원이 개장하지 않은 수영장에는 앉아있을 수 없다며 우리더러 나가라는 게 아닌가.  할 수없이 다른 곳으로 옮겼으나 다시 그 직원이 달려와 이곳도 안 된단다.  이렇게 서너차례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 호텔방 앞까지 쫓겨 들어와 숨죽이고 목소리 낮춰 소근 대고 있는데, 저녁식사 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꽃바구니를 하나 들고 나타났다.  두리번두리번, 우리들 얼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다 꽃다발을 선사할 여인을 찾지 못했는지 당황스러워했다.  오늘저녁 신디사이저를 연주한 여인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와 벌써 방에 들어가고 없다고 대답하자 무척 서운해 했다.  그러다 M에게 그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꽂혔고, 자기 직원한테 얘기 들었다며 매니저인 내 권한으로 호텔 야외수영장에서 너네들이 놀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게 웬 떡인가 하여 야외수영장으로 우르르 몰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한술 더 떠 우리를 위해 칵테일 한 잔씩을 사겠단다.  단, 자신이 우리 테이블에 합석하는 조건으로.  이게 무슨 가당치않은 소린가.  우리는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끼는 걸 원치 않는다고, 칵테일도 사양하겠다고 해도 쉽게 자리를 뜨지 않고 끈적임을 계속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협박조로 가달라고 하니 그도 포기 했는지, 흰 메모지에 뭔가를 끼적거린 후 슬며시 M에게 전해주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M에게 준 그 쪽지에는 자신의 이름과 호텔 룸 넘버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터키남자들의 그 엉큼한 속성은 지금 생각해도 소금이 좍좍 돋는다.


요한묵시록의 초대 일곱교회
  터키 여행 마지막 3일을 남겨놓은 우리 일행은 요한묵시록에 기록된 초대 일곱교회의 흔적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다.

  로마제국의 도미시아누스 황제(81-96년 재위)는 말년에 자신을 '주님이요 하느님'(Dominus et Deus)이라 자처하며 황제 숭배를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는 유대교인과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요한 묵시록 저자는 에페소 일대 아시아 속주 일곱 교회에 편지를 보내 신앙을 굳건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  성서에서 '일곱'이란 전부를 가리키는 충만한 숫자이기 때문에 묵시록의 일곱 교회는 세상 모든 교회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요한계시록에 나타나는 초대 일곱교회 지역이 모두 터키에 있다.  서머나, 에베소,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교회들이다. 지금은 모두 무너져 쌓여있는 돌무더기에 불과하지만 거대한 기념교회들의 유적을 통하여 융성했던 기독교의 흔적들을 느낄 수가 있다.

  일곱교회터를 순례하며 말씀을 묵상함으로 오늘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 서머나 폴리캅 기념교회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신약 성경의 마지막 책, 요한계시록에 적혀있는 이 유명한 말씀은 서머나 초대교회에 주신 주님 말씀의 일절이다

  '서머나'라는 이름은 "몰약"이라는 향료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8, 9피트의 높이에 아라비아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자라는 가시 돋친 나무로서 쓴맛을 지니고 있으며 그 향기는 대단히 훌륭하여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때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드리기 위해 준비해올 만큼 값지고 훌륭한 향료란다.  '서머나'는 소아시아 일곱 도시 중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서머나교회가 배출한 빛나는 인물은 순교자 폴리갑이다.  서기 2세기 전반, 교회 지도자중 한사람 이었던 폴리갑은 오랫동안 서머나교회의 감독을 지냈으나 교회가 환난을 당할 때 체포되어 그 곳 로마 총독 앞으로 끌려갔다.  당시 그의 나이는 86세였는데 총독은 그의 나이를 고려하여 죽음을 면해주려고 "내 앞에서 예수를 부인하면 살려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폴리갑은 "지난 86년동안 나는 예수님을 섬겼소.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나를 버린 일이 없었소.  어떻게 그를 모른다고 하여 나를 구원하신 주님을 욕되게 할 수가 있겠소".  그는 이 유명한 말을 남기고 화형을 받고 순교했다. 오늘날 서머나에는 순교자 폴리갑 기념교회가 있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극적으로 감동적인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외부인의 출입을 극도로 경계하는지 교회를 지키던 이탈리안 수녀님은 사전에 미사시간을 예약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굳게 잠긴 철문 안에서 알 수 없는 말만 계속했다.  영어도 안통하고, 터키어도 안 통하는 이분 앞에서 김방수씨는 진땀만 흘렸다.  이렇게 팽팽한 긴장감과 슬슬 고개를 드는 절망감을 안고 30여분을 기다리다 신부님께 여쭸다.  신부님, 만일 오늘 여기서 미사를 못 드리면 어떻게 해요.  그러자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우리의 뜻이 아닌 주님이 뜻하신 대로 될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자 잠시 후, 바글거리는 헤어스타일의 젊은 남성이 나타나 서머나 교회 문 앞에 나타났다.  교회에 잠깐 볼일이 있어 왔다는 이탈리언 남성은 우리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더니 수녀님에게 한참동안 설명을 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수백 년 동안 잠겨있었을 법 한 그 육중한 철문이 철커덕 열리면서 엄해보이던 수녀님의 얼굴에 어찌된 일인지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내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고 하셨던 그 영광된 초대 교회에서 우리는 '주님 뜻대로' 기적과도 같은 미사를 봉헌했다.

  감동과 은혜로 가득 찬 가슴을 안고 교회 밖으로 나오니 강렬하고 찬란한 햇살이 우리 머리위로 가득 쏟아져 내렸다.


<글 : 로사 / 계속....>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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