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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LOVE & BABY 스토리 (12) - 아줌마의 한해 마감과 새해 소망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1-04 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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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6호, 1월5일]   또 한해가 지났다.  이런 생각을 찬찬히 음미할 사이도 없이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nbs..
[제156호, 1월5일]

  또 한해가 지났다.  이런 생각을 찬찬히 음미할 사이도 없이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사실 2006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그리 시원하게 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크게 나쁜 일이 있었거나 특정한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12월을 그저 빨리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아주 약간의 우울증에 싸여서 12월 한 달을 보낸 것 같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사무실 동료 M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상하게도 12월에 들어서면서 마음이 무겁고 즐겁지가  않다고, 12월이면 한해를 마감하고 친구들 만나고 파티를 하고 놀러 다니느라 스케줄이 꽉 차야하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기분이 영 나지 않는다고,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렇지는 않았다면서 자기가 왜 이렇게 우울할까 이런 저런 얘기를 나에게 했다.

  나도 비슷한 증상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이런 질문을 받으니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남에게 질문을 받으니 의외로 그 답이 시원하게 나왔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12월은 더 이상 ‘celebration’의 달이 아니다.  나의 생각은 대강 아래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아…또 한해가 지났군.”
  “올 한해 뭐를 했지?”
  또는 가장 전통적인 질문…
  “나이 한 살 더 먹는구나.”

  축제의 달이 아닌 자기반성 및 회고의 달이 되고 그저 다가오는 새로운 한해가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그런 나이 말이다.  자꾸 한해를 정리하고 올 한해 한일을 생각해 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 같다.  바로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연말이 되도 더 이상 송년회니 뭐니 나가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나 힘(?)이 없는 것 같다.  왠지 우울증에 몸을 담궈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12월에 이런 생각이 더 강하고 자주 오는 것 같다.

  이렇게 써 놓고 보내 굉장히 슬픈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이 또한 나이를 먹어 가면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싶다.  더 이상 흥분하면서 한해를 마감하지 않아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약간의 우울증에 빠지면 어떠랴? 그러면서 새로운 한해를 좀 더 보람차게 설계할 수 있으면 되겠지.

  12월이 되면서 약간 바쁘다는 이유로 나의 이 이상한 연말 우울증을 방치했던 점도 물론 반성했다. 그래서 회사의 아주 급한 일들을 정리하고 크리스마스 되기 전 어느 날 과감하게 하루 휴가를 내고 딸아이 선이와 이 시즌 홍콩에서 가장 복잡한 침사초이의 하버시티에 가서 '기분 업'을 하기로 했다.  나만을 위한 무엇인가 아주 작은 것을 사서 나 자신에게 선물 해야지.  그리고 딸아이의 옷도 좀 사야지 하면서…

  그런데 하버 시티의 그 많은 사람들을 보는 순간 솔직히 시작도 안한 쇼핑의 피로가 바로 느껴졌다.  전투하는 기분으로 화장품을 좀 사고 딸아이의 티셔츠와 바지를 사고 나니 정말 기절할 것 같았다.

  이건 정말 celebration이 아니야…  아니 역시 나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아줌마 인가봐.  기분이 안 나고 피곤하기만 하다.  조금 지쳐하는 선이를 끌고 잠시 다리를 쉬고자 하버시티의 작은 커피숍에 들어가 앉았다.  온 몸에서 카페인을 부르짖고 있어서 나는 당연히 커피를  시켰다.  그리고 선이를 위해서 작은 초콜릿 케익 한조각도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한참을 기다리고 나온 따듯한 커피와 달콤한 초콜릿 케익에 우리 모녀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어른이나 아이나 약간의 카페인이 몸에 들어가야 즐거워지나 보다.  하하…

  초콜릿 케익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으니까 이런 송년회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커피 한잔 하는 것.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어디 있을까?  기운이 넘쳐서 으쌰으쌰 돌아 다니지는 못해도 지금 이대로도 좋은 것 같다.  그래, 올해 약간 기운이 딸려서 질질거렸던 모든 것들 새해에는 더 힘차게 해야지! 더 열심히 더 신나게 새해를 맞이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더 힘내는 거야! 그래, 커피 한 두 잔 더 마시면 기운이 더 펄펄 넘칠 것 같다.  바로 Happy New Year다~


<글 : 박인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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