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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13 - 성모 마리아의 집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1-11 16: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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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7호, 1월12일]   에베소에서 교회의 흔적과 옛 도시의 흔적을 찾아 이리저리 정신없이 다니다 성모 마리아의 집을 가기위해 길을 ..
[제157호, 1월12일]

  에베소에서 교회의 흔적과 옛 도시의 흔적을 찾아 이리저리 정신없이 다니다 성모 마리아의 집을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성모님의 집은 사도 요한이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십자가 상 유언에 따라 성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산 집이라고 한다.

  버스는, 성모님의 집을 본다는 마음에 설렘으로 부풀대로 부푼 우리 일행들을 싣고 에베소 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꼬불거리는 길을 강원도 대관령을 넘듯 한참을 달렸다.  그런데 산은 올라 갈수록 검게 그을려 있었고 불에 탄 나무들이 뚝뚝 쓰러져 있었다.  지난 8월 산불이 크게 일어 이 일대가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는 가이드 김방수씨의 설명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긴장된 마음으로 돌로 잘 다듬어진 길을 걸으니 아름답게 내리쬐는 햇살을 한 가득 받으며 청동의 성모님 동상이 우리를 반긴다.

  성모님의 집은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말만 있었지 확실한 유적지를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18세기 말, 안나 카타리나 수녀가 꿈에서 에페소의 뷜뷜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석조로 된 성모님의 집을 보았다.  그녀는 한 번도 에베소를 가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 계시를 따라 유적 찾기에 나선 사람들이 드디어 그 집을 찾아내었을 때 그녀가 꿈에 본 모습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그 발굴로, 1967년에 교황 바오로   2세가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하셨다.  그 후 옛 모습대로 복원되었을 뿐 아니라 마리아의 집 위치에 대한 논란은 종식되고 성지로 선포되었다고 하니 '신비'였다.

  성모님의 집에 당도했을 때 입구부터 가로수와 성모님의 집을 설명하는 안내판부터 너무나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어서 이 때까지 보아온 유적 지와는 전혀 달랐다.  그 중 눈에 띄던 것은 정성스럽게 글자 하나하나를 일일이 써내려간 한글 안내판이었다.  고맙게도 터키 한인회에서 세워놓았다고 한다.

  우리는 영화에서나 보아왔던 갈색 옷의 수사님을 따라 성모님의 집 옆에 있는 성당으로 안내됐다.  성당으로 가는 길에 보니 불에 모두 타버린 산이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한 것은 성모님의 집과 이 성당 앞에서 그 불길이 딱 멈췄는지 이곳만 멀쩡하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작고 아름다운 성당에서 우리는 너무도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와 감동 속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성모님의 집은 ㄱ자형 둥근 돔 모양의 낮은 돌담집이었다.  이 돌담집은 사실 주춧돌만 남아있었는데 1950년 이탈리아 키푸친 수도회에서 그 주춧돌 위에 사진과 같은 돌담집을 지었다고 한다.  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건물의 색이 이등분 되어 있는데 아래 붉은 돌이 발굴 당시 성모님의 집터이고,그 위에 집을 새로 지은 것이다

  초 한 대를 사서 안으로 들어가 성모님께 드리고 성호를 그으며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 오니 성모님에 대한 감회가 새삼스러워진다. 갈길이 바쁘지만 않다면 며칠이고 머물고 싶도록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지금은 많은 참배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성모님 생존시는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웠을까.  

다시 발걸음을 아래쪽으로 옮기니 오른쪽 담벼락이 온통 흰색 종이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그것은 '기도의 벽'으로 각자의 소망을 적은 종이를 촘촘히 끼워 넣은 것인데, 종이가 없었는지 화장지에 적어 매달아 놓은 것들도 많다.  나도 메모지 한 장에 소망을 정성스럽게 적어 그 많은 소망들 틈에 꼭꼭 끼워 넣어뒀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이 종이에 적힌 내 소망의 흔적이 비에 젖고 바람에 찢겨 점점 희미해 질 때 비로소 내 소망은 이루어질게다.  

  이곳에서도 역시 나머지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옮겨야 했다.  우린 왜 이리 갈 길이 멀고 많은지, 우리 마음이 머물고 싶은 그곳에서 좀더 오랫동안 머물며 많은 것을 보기보단 많은 것을 느껴야 함에도 '단체여행'이라는 것은 늘 이렇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다.

여행을 마치고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성모님의 집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기적의 성수'가 있다고 한다.  시간이 부족했던 탓인지, 아니면 발 빠른 앞의 몇 명만 가이드와 함께 가봤는지는 모르지만 마시면 지병이 깨끗하게 낫는다는 기적의 샘물을 보지도 마시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억울한지.  

  그러나 대체 내가 무슨 병을 앓고 있기에 기적의 성수에 이다지도 목 말라한단 말인가.  

  내 마음과 정신과 영혼에 걷어 들린 병은 언제쯤 치료하려는가....


<글 : 로사 / 계속....>

*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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