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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14 - 터키 친구 씨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1-18 14: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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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8호, 1월19일] 터키 국내선   성모 마리아의 집 순례를 끝내고 이즈밀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이스탄불로 ..
[제158호, 1월19일]

터키 국내선
  성모 마리아의 집 순례를 끝내고 이즈밀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이스탄불로 가기 위해서였다.  터키에 도착한지 오늘로 열흘이 된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듯한데 겨우 열흘이다.  나는 이스탄불로 올라가는 대로 부르사에세 만난 터키 여학생 씨만을 만나야 하고 그 집에서 하루를 기거해야 한다.  마음에 맞는 몇몇과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밤을 제대로 한 번 지내보고 싶었는데 저 아랫녘으로 향하기 전에 미리 약속을 해 놓은 터라 어쩔 수 없게 돼 버렸다.  그러나 현지인의 집을 방문하는 것만큼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탄불로 향하는 터키 국내선(이름은 생각이 안난다)은 엉망이었다.  웃음 한 번 보기 힘든 무서운 승무원에, 입에 대기도 싫은 기내식, 특히 승무원들의 그 사납던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신경질이 난다.  승객들에게 서비스하는 승무원들의 기세는 후진국으로 갈수록 등등하고, 남성들보다 여성들일 수록 심한데 더러는 사나워 무섭기까지 하다는 걸 동남아 몇 몇 나라를 여행하면서 알게 됐다.  먹고살기 힘든 나라에서 세계를 훨훨 돌아다니는 승무원들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부러운 대상이겠는가.
  

터키 친구 씨만을 만나
  공항에 도착해 가이드 김방수씨한테 가방을 맡기고 일행들에게 하룻밤 외박을 하고 온다고 고하고 가뿐하게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씨만에게 전화를 거니 벌써 전철역에 나와 있단다.  동양여자 혼자 전철에 타고 내릴 전철역을 확인하느라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 모든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안내방송을 간신히 알아듣고 내리는 나를 보고 씨만이 달려왔다.  그녀의 집은 이스탄불 시내에서 꽤나 변두리 지역인가본데 우리나라로 치면 '수유리' 쯤 되지 않을까.  전철역에서도 한참을 걷더니 동네 어귀에 들어섰는지 우리나라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 과자 몇 가지, 담배, 특별히 나를 위해 터키인의 술 '라크'를 샀다.  터키인들은 라마단 기간이라 술을 입에 대면 안되며, 음식도 해가 떨어져야 먹을 수 있단다.  

  그녀의 집은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이 걸어서 올라가야 했고, 복도는 꽤나 어두워 밤눈이 어두운 나로서는 상당히 난코스로 여겨졌다.  씨만은 친구와 함께 살고 있었다.  친구는 시골에 내려가 앙카라의 대학에 다니고 있는 그녀의 언니가 와 있었다.  

  씨만은 대학에서 영재교육을, 그녀의 언니는 특수아동교육을 전공하고 있단다.  또 그녀의 어머니는 현재 교사로 재직하고 있단다.  터키에서는 꽤나 인텔리계급에 속하고, 또한 상당히 개화가 된 집안 인 듯 하다.

  씨만과 그녀의 언니는 종교가 이슬람교임에도 불구, 노출을 상당히 즐겼고, 이성친구도 한국처럼 자유롭게 사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갓 대학교에 입학했으니 18살이나 됐겠나 싶었는데 남자친구가 있고 벌써 깊은 관계라고 자랑스럽게 얘길 한다.  그녀 언니도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고 지금은 다른 남자를 사귀는 데 결혼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씨만이 나를 위해 음식을 해준단다.  어떤 음식을 해줄까, 터키의 가정식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 상당히 궁금해 기대를 있는 대로 했지만 토마토스프와 치즈춘권, 터키요거트, 썰어놓은 햄 몇 가지와 바게트 빵이 전부였다.  하긴 학생이 요리를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씨만과 그 주변 인물들
  잠시 후 언니의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부르사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들이고 한 동네에 살았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스탄불 대학의 건축학과를 나와 지금은 건설 회사 및 설계회사에 다니고 있다.  

  홍콩에서 온 나를 그들은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홍콩에는 홍콩뱅크나 차이나 뱅크, 최근 IFC 건물 등에 이르기까지 건축가들이 한 번은 꼭 가서 직접 보고 싶은 유명 건축물들을 매일같이 보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씨만의 언니와 아주 각별한 사이다.  과거 연인으로 지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친구란다.  그러나 이들은 그저 친구라고 함에도 불구, 꽤나 끈적거려 눈길 둘 데를 찾느라 나는 몇 시간 내내 곤욕을 치렀다.

  터키인들은 유난히 끽연가들이다.  만나본 터키인 치고 담배를 안 피는 사람이 없었고, 나이어린 씨만도 골초중의 골초다.  그리고 담배를 끝까지 피워 몽땅한 꽁초만 남기게 피우는 것도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았다.  이들은 모이면 가지고 있는 담배를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서로 서로 나누어 피며, 네 것은 어떤 맛이고, 이건 새로 나온 맛인데 어쩠느냐며 담배 품평회도 갖는다.  그러면서 언니의 옛 남자친구는 담배를 열심히 피워대고 있는 씨만에게 어떻게 건방지게 오빠 앞에서 담배를 피우느냐며 핀잔 섞인 농담을 던졌다.   어? 너네도 그러면 안돼? 우리랑 같네, 하면서 전통문화 얘기를 하면서 그네와 우리는 참으로 많은 면에서 같다는 걸 느꼈다.  그들은 이웃과 형제처럼 지낸다.  마치 우리가 이웃을 이웃사촌으로 여기는 것과 마찬 가지다.  또 부모에 대한 공경심이나 형제자매간의 우애는 우리보다 더 돈독하다.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있다가 한 회사에서 연수를 했다는 씨만 언니의 친구들은 미국사회에가 가장 견디기 힘들 것이 바로 '철저한 개인주의'였다고 한다.  회사에서 아무리 친하게 지내다가도 퇴근하면 모두 바이바이, 하며 돌아서 가는데 터키인들은 회사에서 친구면 밖에서도 친구고, 친구들은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이다.  이 부문에서 역시 우리와 비슷하다.  두 나라간의 서로 비슷한 문화를 찾아내며 우리는 6.25 전쟁과 2002년 월드컵, 형제애를 느꼈던 이 두 가지 사건을 있게 한 우리의 '뿌리'에 대해서도 긴 얘기를 나누며 우리는 형제라며 감격했다.  


그들의 조상은 곧 우리의 조상
  그 옛날 중국 북방과 몽골의 초원을 누비던 흉노와 돌궐족을 조상으로 두고 있는 터키인들은,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하여 구석기시대를 전후해 몽골과 만주지방으로 이동한 후 부여, 고구려, 동예, 옥저에 이어 백제를 이룩한 한민족의 조상인 '예맥족'을 조상으로 두고 있는 우리와 그 뿌리가 같다.

  예맥족은 기원전 700~500년에 중국의 고원지대인 오르도스 지역에 살았는데 이 지격은 흉노족이 거주했던 지역과 동일하여 예맥족과 흉노족이 같이 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언어학적 연구에 따르면 예맥족이나 훈족은 곰과 연관을 갖고 있고, 예맥족과 흉노족은 모두 곰을 신성시하여 수호신으로 숭배한 같은 토템민족이었다.  

  터키인의 조상 돌궐이 고구려, 백제와 서로 동 서로 헤어진 지 1,300여년이 지난 1950년대, 터키인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중국과 소련을 격퇴하기 위해 한국까지 달려왔다.  이산민족인 터키민족과 한민족의 만남은 이렇게 다시 시작된 것이다.


<글 : 로사 / 계속...>

*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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