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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27) - 내 것은 내것, 주인 것도 내 것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1-05 16: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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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2호] 내 것은 내것, 주인 것도 내 것   홍콩생활 13년 동안 메이드들을 여럿 쓰다 보니 성향이 참 가지각색이라는 것을 느낀..
[제62호]

내 것은 내것, 주인 것도 내 것

  홍콩생활 13년 동안 메이드들을 여럿 쓰다 보니 성향이 참 가지각색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공통사항이 하나 있다.  이들 열의 일곱은 별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자신도 모르게 술술 내뱉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당함을 위해 목청을 높인다.
  한 예로, 내가 처음 썼던 메이드 오필리아는 욕실 문을 잠그고 들어가 앉아서는 내 샴푸며 비누를 사용했
다.  내가 먼저 샤워를 한 날은 내가 사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오필리아가 먼저 샤워를 한 날도 어김없이 비누가 물에 흠뻑 젖어있고, 샴푸 뚜껑도 열려져 있다.  나는 4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샴푸 뚜껑을 열어놓은 채 방치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러나 오필리아가 샤워를 마치고 나온 후면 어김없이 샴푸 뚜껑이 열려있고, 그녀 머리에서는 내 샴푸 냄새와 비누 냄새가 났다.  좀 유치해 보이긴 하지만 하루는 참다못해 샴푸와 비누만큼은 각자 것을 쓰자고 말을 했다.  그녀는 한사코 자신은 자신의 물건만을 쓴다고 우겨대는 것이었다.  

  바로 전의 로이다의 경우는 또 이렇다.  지금은 서울로 발령을 받아 돌아간 혜은이가 유럽출장길에 에스띠로더 아이크림을 하나 선물로 사다 줬다.  나는 사실 얼굴을 가꾸는 데는 영 게으른 편이다.  세수한 후 스킨에 로션 바르는 것도 귀찮아 할 정도니 그 게으름의 정도는 두말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런 내가 아이크림을 맘 먹고 바
르면 딱 작심 3일이고,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면 1주일이면 족하다.  그 아이크림도 그래서 결국 일주일도 안 쓰고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하루, 내게 또 변덕이 생겨 눈가의 주름방지를 위해 한 번은 써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다시 뚜껑을 열게 됐다.  그런데 이건 또 어인 일인가?  그 비싼 아이크림이 바닥을 훤히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내 화장품이 좋은 줄은 어찌 알고 틈만 나면 쓰고 있는 남편에게 왜 남의 아이크림을 다 썼느냐고 다그치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릴 하냐며 데려 나를 나무랐다.  그렇다면 범인은 로이단데 그렇다고 무작정 고문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라 꾀를 하나 냈다.  아이크림 뚜껑에 나만 알 수 있는 표시를 하나 해둔 것이다.  그날 저녁, 아니나 다를까 크림에 손을 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로이다의 자존심도 있고 해서 애들을 팔기로 했다.  "로이다야, 아이들이 내 화장품에 손대는 모양인데 네가 관리해라, 난 딱 일주일 밖에 안 쓴 아이크림이 거의 다 없어졌는데 이는 필시 누군가 손을 댄게 틀림이 없다.  애들이 이걸 가지고 장난하는 걸 네가 혹시 봤니?  못 봤으면 주시해서 보고 언놈이 몹쓸 장난을 하는지 네가 잡아내라.  내가 가만두지 않으마." 하니 로이다가 깜짝 놀라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아마 진호가 그랬나 보다고 애꿎은 진호만 범인으로 몰았다.  뭐하나 놓치지 않고 예의주시하는 서진이에게 슬며시 물어보니 안티가 얼굴 하얘지는 마스크 한 다음에 엄마 화장대에서 엄마 화장품을 쓴다고, 그러면서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란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로이다는 내 화장품 쓰는 일엔 조심을 했고, 샴푸며 비누는 슬쩍슬쩍 쓰곤 하는걸 나는 아량도 넓게(?) 눈감아 줬다.  그러나 기분이 좋을 때야 이런저런 모습들을 그냥 넘길수 있지만  때로는 그로 인해 심술이 발동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CCTV라도 설치해 그 가증스러운 거짓말을 딱 잡아내 호되게 야단이라도 치고 싶어진다.  그런 속사정은 나뿐만 아니라 홍콩사람들도 마찬가진지 나처럼 아이들이 큰 경우는 메이드도 조심을 하지만 갓난아이를 돌보는 집에서는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홍콩사람들 중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메이드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이들이 허다하다.  


메이드의 사생활 보호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집안에 몰래카메라 설치했다가 집주인이 옴팡 뒤집어 쓴 한 사건을.  
  사건 전말은 이랬다.  몇 년 전 한 홍콩 맞벌이 부부가 간난아이의 정서가 점점 이상해지자 급기야 집안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이 부부는 녹화된 테이프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메이드는 아이가 울거나 보채면 아이의 발바닥을 심하게 때릴 뿐 아니라 아이를 거의 짐짝다루듯 다루는 것이었다.  주인은 메이드를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증거물로 이 테이프를 제출했다.  재판 결과, 메이드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져서 재판비용을 고스란히 본인들이 다 지불해야만 했다.
  그 이후로 홍콩 사람들의 몰래카메라 설치는 많이 줄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홍콩 사람 중 몇몇은 아직도 몰카를 설치해 놓고 슬며시 감시하곤 한다.  어떤 홍콩 사람은 메이드에게 공식적으로 말을 한 후, 화상채팅하는 카메
라를 거실 컴퓨터에 설치했다.  이 주인은 일정시간 동안 메이드가 거실에 나타나지 않으면 바로 전화를 걸어 카메라 앞으로 나오도록 요구한다.
  우리야 그런 홍콩사람들처럼 메이드들의 사생활을 무작정 침해할 수는 없다.  간혹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그런 마음이 슬며시 들다가도, 만일 누군가가 내 주변에 몰카를 설치한 후 나를 감시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접는다.  그러면서 우리민족이 불같은 성질 못 죽이고 불끈 불끈대는 다혈질의 민족이듯, 솔직
하지 못한 그네들 나라 사람들도 민족성이겠거니 하며 체념해 버리고 만다.  


빚더미에 오른 메이드
  메이드들 중에는 알뜰살뜰 돈을 모아 나름대로 알부자인 메이드들도 있고, 빚을 산더미처럼 지고 숨어사는 메이드들도 있다.  자기 나라에 땅을 산다, 집을 짓는다, 아니면 홍콩에서 살다보니 눈만 높아져 사치를 부리다 이래저래 빌린 돈이 점점 불어나 갚기 힘들어 지면 이들은 사채업자에게 여권을 맡기고 사채를 빌려 쓰기에 이른다.  사채업자들은 메이드들이 정해진 기간동안 돈을 갚지 않으면 청부업자들을 시켜 위협을 가한다.  이런 청부업자들의 협박에 밤낮없이 떨며 지내다 주인에게 이실직고 하고 주인의 조치 아래 본국으로 돌아가는 메이드들도 여럿 봤다.  
  메이드들이 진 빚은 법적으로 누가 갚아야 하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내 주변의 한국 주인들은 메이드의 빚을 다 탕진해 주었다.  그러나 주인의 몫은 아닌 듯 하고 확인해 봐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그나마 주인에게 이실직고를 한 경우는 곱게 봐 줄 수 있지만, 계약 후 갑자기 가족이 위급하다며 급히 휴가를 얻어 필리핀으로 간 후 종적을 감추는 괘씸한 메이드들도 있으니 주인들은 메이드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만의 하나를 위해 메이드와 계약을 할 때 처음부터 여권을 맡아 관리하는 주인들도 있는데 이는 불법이다.  여권은 반드시 본인이 소지해야 한다.  이를 강제로 맡아 두었다가 불미스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가능한 여권은 소지 않는 편이 좋으나, 여권 사본과 아이디 사본을 챙겨두고, 메이드가 의심스러울 경우는 여권과 아이디의 소재 여부를 확인해 보도록 권하고 싶다.


메이드에게 빚지고 사는 주인
거짓말 같지만 메이드에게 빚을 지고 사는 주인도 있다.  몇 백불씩 꾼 돈이 몇 년이 모여 몇 만 불에 가까운 돈이 된 경우가 그렇다.  생활이 넉넉치 않은 주인이 메이드의 월급날 월급을 준 후, 한 달 내에 몇 번에 걸쳐 몇 백불씩 빌리곤 했다.  이 집의 착한 메이드는 주인이 빌려달라니 안 빌려 줄 수는 없고, 또 넉넉하지 않은 주인 형편을 잘 아는지라 돈을 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지내다 그 액수가 점점 불어나 결국 몇 만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들 주인과 메이드는 그 돈 때문에 계약을 파기하지 못하고 그렇게 10년 가까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들은 얘기인데, 지금은 빚이 청산되어 각자 갈 길을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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