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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15 - 터키커피로 보는 점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1-25 1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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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59호, 1월26일]   터키를 여행하면서 반드시 시도해 봐야 할 것중 하나는 케밥을 비롯한 터키의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고 또..
[제159호, 1월26일]

  터키를 여행하면서 반드시 시도해 봐야 할 것중 하나는 케밥을 비롯한 터키의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풍부한 맛과 전통이 살아있는 터키커피를 마셔보는 일이다.

  터키커피는 오스만 제국 시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터키인들의 삶과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를 대접하고 또 그것을 마시는 일은 결혼과 성별 풍습, 정치적 사회적인 관계, 기도, 환대 풍습 등 수세기에 걸쳐서 많은 영향을 주었다.  비록 그러한 풍습들 중에 오늘날에 존재 하지 않는 풍습도 있지만,  커피는 터키인들의 문화에 꼭 필요한 존재로 남아 있다.

  그 옛날, 터키 여성들은 하렘에서 터키커피를 준비하는데 적절한 기술을 연마하는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미래의 낭군들은 그녀의 커피의 맛을 기초로 하여 그녀의 장점을 판단했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커피는 정치적, 사회적인 관계의 구심점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에, 여성들은 커피와 과자류 등을 먹으면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 했고, 남성들은 커피 하우스에 모여서 정치적인 토론을 하거나 놀이를 즐기면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 했다.  16 세기 초, 이들 커피 하우스들은 꼭두각시 인형을 이용한 정치적 풍자놀이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에도, 터키커피는 그러한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아라비카 콩으로 만드는, 터키커피는 매우 가는 밀가루처럼 그라인딩이 된다.  터키커피는 여섯 단계의 달콤함을 가지는데, 매우 달콤한 것에서부터 아무것도 타지 않는 블랙으로 그냥 마시기까지 다양하다.  커피가 서빙 된 후에 설탕이 더해지지 않기 때문에, 스푼이 필요하지 않다.

커피에 열이 가해지면 거품이 나기 시작한다.  터키 커피의 전통에 의하면 거품이 생기지 않으면 그것을 대접하는 사람은 체면을 잃게 된다.  터키커피는 체즈베라 불리는 특별한 커피포트로 접대가 되는데, 다 먹고 나서 컵을 뒤집었다 식히고 나면 여자 주인이 컵에 남아있는 커피 찌꺼기를 보고 점을 쳤다고 한다.  터키커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제공되고 있지만 과거의 많은 커피 의식들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 중요한 문화적 전통은 지속되고 있는데 결혼 풍습과 점을 치는 것이다.
  잘 준비된 예비 신부라면 신랑의 부모들에게 커피를 타 줌으로서 집안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만일 원치 않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설탕대신 소금을 사용하거나 다른 손님들에게 커피를 뿌리기도 한단다.  

  씨만네 집에서 씨만의 언니가 우리를 위해 터키커피를 준비했다.  잔 한가득 떠있는 거품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다음 마시는 커피의 맛은 기대만큼 내 입맛을 사로잡진 못했지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오묘한 맛이 잔잔히 남아있었다.

  내가 커피를 다 마시고 나자 위에서의 설명에서 처럼 커피잔과 받침에 흘러내린 커피 찌꺼기를 보고 점을 쳐주겠다고 잘 생긴 건축가가 나섰다.  보통은 여주인이 쳐준다더니 요즘엔 점보기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가 귀동냥이나 눈동냥으로 얻어들어 점쟁이가 된단다.

  그 친구가 장장 15분에 걸쳐 얘기한 점괘를 이곳에 일일이 밝히기에는 나란 사람이 그대로 드러나 버려 대략적인 것만 적는다.  그러나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찌꺼기의 흔적을 보고 읽어낸 '나'와 진짜의  '나'는 거의 흡사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밝힌다.

  나는 이렇단다.  지금 나는 큰 산을 이뤄가고 있고, 많은 부분을 이뤘단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둘러싸여 있고 잘 해나가고 있단다.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순탄할 거라는...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문화다.  터키인들은 이 점괘를 얼마나 믿을까, 그 친구로부터 점괘에 대해 듣는 씨만의 자못 심각한 태도로 봐서 우리가 재미로 보나 그렇다고 다 무시할 수만은 없는 길거리 점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씨만의 집에서 새벽 3시까지 수다를 떨다 각자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낯선 곳, 낯선 냄새, 낯선 사람들의 인기척 속에서자다 깨다를 수없이 반복하다 새벽 5시께 일어나 우리 일행이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마지막 정착역 이스탄불
  호텔 앞에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가니 우리 일행이 와~~ 소리를 지르며 어디서 외박하고 들어왔느냐고 농담 섞인 구박을 했다.  오늘은 동서양을 가르며 흐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보트를 타고 아침부터 달리며 그동안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낭만을 아쉬운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름답게만 보이던 보스포러스 해협도 홍콩의 빅토리아 항과 다름없이 쓰레기와 기름으로 얼룩져 있어 가슴이 아팠다.

  보트에서 내린 일행이 이스탄불 도심으로 접어들자 여기저기서 보따리상과 10살도 안돼 보이는 어린 호객꾼들이 몰려들어 물건을 들이댔다.  눈이 무섭게 생긴 어떤 남자 아이는 기념품 하나를 휙 던지듯 내게 던지며 내 가방 속으로 손을 쑥 들이밀었다.  생각 같아서는 머리라도 쿡 쥐어박고 싶었지만 여행을 다 끝내고 말년에 팔자에도 없는 고생을 할까 꾹 참고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우리 일행은 아름다운 유럽풍의 거리를 걸으며 경탄에 경탄을 했다.  그야말로 혼이 쑥 빠진 듯 했다.  돌 더미만 수북이 쌓인 유적지를 다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유럽풍의 거리를 걸으니 살 것 같다는 소리도 들렸다.

  첫 날 들리지 못했던 이스탄불의 상징, 성 소피아 사원(아야소피아 박물관)엘 갔다.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규모면에서도 세계 최대를 자랑하던 성 소피아 성당은 오늘날까지도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단다.

  오스만 제국이 들어서면서 회교사원인 모스크로 그 용도가 바뀌면서 성당 안은 회칠로 덮여 이슬람교의 코란의 금문자와 문양들로 채워졌다.  이후 복원작업이 진행되면서 두꺼운 회칠이 벗겨지면서 성모마리아를 비롯한 비잔틴시대의 화려한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블루모스크도 갔다.  거대한 모스크에 터키인들이 몰려 기도를 하는데, 수천 명이 드나드는 그곳에는 신발을 모두 벗고 들어가야 했다.  

  경외심을 안고 생전 처음 들어가 본 모스크 안에서 나는 나의 한계에 달했다. 터키인들이 풍기는 특유의 사람냄새와 하루종일 돌아다닌 여행객들의 발에서 나는 냄새, 거기에 기도하는 사람들이 흘리는 땀 냄새가 뒤섞여 비위가 좋기로 소문난 나도 더 이상 견디는 것을 포기하고 뛰쳐나오다시피 하여 그곳에서 벗어났다.

<글 : 로사 / 계속...>


*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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