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호, 2월2일]

‘돼지 마케팅은 돼도, 돼지 TV광고는 안된다.’

  중국의 기업들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황금돼지해'를 맞아 '돼지 마케팅'이 한창이다.  하지만 중국의 광고업계는 국영 CCTV가 돼지를 TV광고에 등장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바람에 모처럼의 돼지 특수를 날려 보낼 지경에 처했다.

  CCTV는 광고업계와 기업들에 보낸 서한에서 돼지가 등장하는 TV 광고가 중국내 약 2000만명의 모슬렘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부 지침에 따라 방영 금지한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이슬람권에선 돼지를 만져도 안되는 부정한 동물로 여기고 있다.  코란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다.

  이번 돼지광고 금지 조치는 최근 잦은 소요로 동요하고 있는 이슬람 사회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중국 경찰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이슬람조직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의 훈련 캠프를 급습해 18명을 사살하고 17명을 체포한 바 있다.

  CCTV 지침에 따라 설 연휴를 겨냥해 돼지가 등장하는 TV 광고를 준비했던 네슬레는 새로운 광고로 대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코카콜라는 돼지와 함께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인 판다를 소재로한 TV 광고를 준비한 덕택에 여유를 찾았다. CCTV에서는 판다 광고만 방영하고 돼지 광고는 이슬람 주민이 적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내보낸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광고업계는 중국에서 늘상 일어나는 검열 조치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도 '모유 장려'를 이유로 분유 광고를 금지했다.  JWT 광고대행사의 톰 닥터오프 대표는 "국민에 대한 통제권을 과시하려는 요식행위"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CCTV와 달리 인쇄 매체나 길거리 광고판의 경우 돼지가 등장하는 광고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TV 외의 매체를 통해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2005년 홍콩에 디즈니랜드를 개장한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위니 더 푸'에 등장하는 돼지 '피글렛'을 올해의 마스코트로 삼고 집중 홍보에 나섰다.  피글렛은 주인공 아기곰 푸의 친구인 조연이었지만 올해만큼은 맨 앞에 서게 됐다.  중국 우편국 역시 피글렛을 이용한 황금돼지해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스타벅스는 중국 본토와 홍콩 매장에서 붉은색 돼지 저금통을 서비스 차원에서 싸게 팔고 있다.  중국 최대 민간 은행인 중국은행도 "황금돼지가 복을 가져온다"를 슬로건 삼아 판촉활동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