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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98) - 명품보약과 된장녀 아지트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2-01 17: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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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0호, 2월2일] 웰컴 투 코리아      1월처럼 시간이 빨리 가는 달도 없는지라 달력의 첫 장을 떼어내..
[제160호, 2월2일]


웰컴 투 코리아
  
  1월처럼 시간이 빨리 가는 달도 없는지라 달력의 첫 장을 떼어내는 손길이 아쉽기만 합니다.  별안간 흩날리는 눈발과 대설주의보, 입술이 쪽쪽 갈라지는 건조한 날씨에 적응하며 서울의 겨울에 길들어가는 요즘입니다.  가끔 케이블 채널에 홍콩의 거리가 나오거나 동네에 있는 딤섬 레스토랑 앞을 지날 때면 '아, 홍콩…'하는 그리움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아예 외국사람 다 됐다며 등을 한 대 때리더니 살짝 눈을 흘겼습니다.

  인터넷의 도움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나름 업무도 보고 짧은 소식이나마 전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도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실없이 웃고 있으니까요.  그런가 하면 홍콩을 그리워할 새도 없이 나타나서 저의 '고국적응기간'을 줄여주려는 도우미(?)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새로 바뀐 시내버스 이용법과 교통카드 충전하는 법, 대형마트나 도심 외곽의 가구단지 등을 발 빠르게 알려줍니다.  특히 새로운 먹거리와 트렌드, 유행어 등을 소개해주고 제 반응을 지켜보는 일에 제법 맛을 들인 모양입니다.

  세계의 음식이 총출동한 홍콩의 시민답게 다국적 입맛을 기른 저를 배려해 지중해 요리점으로 나오라던 어떤 지인.  원래 서양음식을 즐겨하지 않는 그는 자신이 주문한 음식의 반도 먹지 못했습니다.  누가 김치국물이라도 한 사발 떠다주면 단숨에 들이킬 듯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는데, 꽤나 무거워 보이는 짐가방을 저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저기 이거 좀 갖다 드세요."
  "아까 저녁도 너무 조금 드셔서 죄송한데 무슨 먹을 걸 주세요…"
  "아휴 전 괜찮습니다.  집에 가서 다시 제대로 먹을 거니까요.  이래서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니까요.  보약이 따로 없어요, 밥이 보약이지.  그래서 요즘은 쌀도 명품시대잖아요."
  "그럼 이게 쌀이란 말씀…?"
  "평소 드시는 걸 보니 주로 채식이던데 그러면 속이 허하지 않으세요?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사람은 밥 힘으로 산다는데 말입니다.  보약이 어디 따로 있나요 이게 바로 명품보약이지요!"
  장수와 웰빙 요리의 진수로 국내서도 각광받는 지중해식 밥상과 갈수록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우리의 곡물 쌀.  택시에 타자마자 창에 얼굴을 대고 수저질하는 제스처를 해보이며 밥 먹는 시늉을 하는 그를 보내고 '명품 쌀'의 맛은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집을 향했습니다.


귀족의 밥 걸인의 차(茶)

  워낙 생강을 좋아하는 열혈 팬인 탓에 알게 된 진저브레드 라떼.  11월부터 기다렸다 12월이 되면 스타 벅스에 출근하듯 들락거리던 홍콩에서의 버릇이 서울에서도 이어지려니 생각하며 12월 첫날 매장을 찾아가 종업원에게 물었습니다.  "진저브레드 라떼 있어요?"  "예? 무슨 라떼를…"  "아, 예 12월에만 파는 생강과자맛이 나는 라떼를 찾는데요…"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요." 알고 보니 그 매장만 없는 게 아니라 국내 스타벅스에선 아예 진저브레드 라떼를 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홍콩서 눈에 익어 반가운 빨간 종이컵 든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12월 한 달을 보냈습니다.

  그 후 1월 초에 새로 오픈 했다는 이태리 레스토랑을 찾아가 지인들과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동네 지리를 전혀 모르는 그들과 서울 새내기인 제가 차 마실 곳을 찾느라 단체로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니 시골서 막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헤매다 다음 약속에 늦을까 싶어 제가 불쑥 제안을 했습니다.  "그냥 여기 스타벅스로 들어가시죠." 그 말을 듣고 일행 가운데 한사람이 걸음을 멈추더니 간판을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거기는 된장녀들이나 가는 곳이에요.  저는 그런 데 안 다니거든요.  다른 곳을 계속 찾아보죠.  설마 이 동네에 커피숍이 거기 하나겠어요?"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된장녀'라는 말을 검색창으로 찾아본 후에야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인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대형체인 커피전문점은 서민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진 모양입니다.  명품벨트를 차고 연예인들이 피자를 즐긴다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 것과 비싼 체인점 커피는 결코 마시지 않겠다던 행동은 궁합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덕에 된장녀를 비롯해 국내서 많이 쓰이는 유행어들을 그날 저녁 마스터할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기왕 내친 김에 천지인으로 휴대폰 문자치는 법도 한번 배워볼까 생각중입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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