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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나는 지금 터키로 간다 마지막 편 - 내 머릿속의 메두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2-01 17: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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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0호, 2월2일] 내 머릿속의 메두사      메두사가 내 머릿속에 있다.  머리카락 한..
[제160호, 2월2일]


내 머릿속의 메두사   
  메두사가 내 머릿속에 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모두 뱀이 되어버린 여인, 누구라도 그녀의 눈을 보면 돌로 변해버려 목이 잘려 죽을 때까지 남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야만 했던 기구한 여인 메두사는 여행기를 쓰고 있는 내내, 그리고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모른다.  신화 속에서도 모자라 현세 속에서까지 메두사는 저수조에 머리가 처박힌 채 저주받고 있다.

  메두사의 머리가 있는 저수조는 유명관광지 답지 않게 작은 레스토랑 같은 입구로부터 시작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가보면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어두운 지하 공간이 나오고, 조명을 받은 336개의 커다란 돌기둥들이 우뚝 솟아 있는 물저장소의 모습은 생각 외로 화려하다.  저수지를 잘 돌아 볼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통로를 통해 끝부분에 가면 대리석 기둥 아래 거꾸로 또는 옆으로 세워져 있는 메두사의 커다란 얼굴이 나타난다.  초록색 물 때가 잔뜩 낀 모습이다. 가슴이 두근댄다.  감동스럽다.  여행서에, 화보에, TV에서 보아왔던 그 무엇이 내 앞에 떡 하니 나타나날 때면 나는 이렇게 짜릿한 희열감을 느낀다.

   그런데 왜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가 이스탄불의 지하저수조까지 와서 거꾸로 쳐박혀 있는 것일까. 일설에는 콘스탄티노플 시민들이 메두사의 상징을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하 저수조에 거꾸로 파묻었다고도 하고, 식수로 사용되는 물 저장소에 사악한 기운이 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부적으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기독교라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대 신으로서의 역할과 권위가 사라진 것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분석들도 있다.  

  어둠이 내린 이스탄불, 여행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이스탄불에서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오가는 유람선과 어둠속에 잠긴 성소피아성당 그리고 블루모스크가 내 뿜는 조명 그리고 이스탄불의 허공에 떠도는 고대의 전설이 어우러져 신비감마져 느껴진다.  

  12일 전, 내가 이스탄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맑은 밤 하늘게 새초롬이 보였던 초승달은 어느 덧 환한 보름달이 되어 휘엉청 밝아져 있다.  달이 이렇게 가득 차오른 걸 보니 꽤 여러 날이 가긴 간 모양이다.


대한항공과 함께한 기나긴 여정
  이스탄불에서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긴 여정동안 주섬주섬 사 모은 기념품과 선물들로 일행의 가방은 이스탄불에 막 도착했을 때 보다 두 배는 더 커져 있다.

   터키 공항은 쿠르드족의 테러위협으로 철저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었다.  일행 중 몇몇은 가뜩이나 산더미만큼 커진 가방을  감춰진 속살 드러내듯 부끄러운 가방 속을 다 드러내놓고 터키 검색대원들과 씨름을 하고 있다.  

  나는 손에 들고 다니는 걸 꽤나 싫어하기도 하지만, 짐이 많아지면 그 중 하나는 꼭 빼놓고 다니는 내 정신머리 때문에 가능한 한 짐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걸 철칙으로 삼는지라 가뿐하게 검색대를 통과해 대한항공 비즈니스 카운터에 섰다.

  터키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대한항공 카운터 서니 그곳이 바로 한국이다.  카운터 마다 끝도 없이 늘어선 여행객들, 산더미처럼 쌓인 짐 가방들, 웃고 떠드는 소리, 일행을 통솔하는 가이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뒤섞여 이곳이 대체 터키인가 한국인가 싶다.  

  비즈니스 석 카운터에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찌나 겸손하고 예의들이 바른지, 한국인이 거칠고 투박한 뚝배기 같다면 그들은 유약을 발라 구워낸 수줍은 사기그릇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널찍하고 깊은 자리에 앉으니 내 짧은 다리는 기내 바닥에 잘 닿지도 않는다.  졸음이 쏟아진다.  승무원이 다가와 무엇인가를 계속 얘기하지만 나는 마취주사라도 맞은 듯 의식이 점점 잠 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정신없이 잤나보다.  부스스 일어나는 나를 보고 승무원이 달려온다.  시원한 물 한 잔 얻어마시니 잠이 다 달아난다.

  잠시 후 기내식이 나온다.  비빔밥과 스테이크가 있단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니 전채를 비롯해 한 상 푸짐하게 차려져 나온다.  뒹굴어도 좋을 만큼 널따란 자리에 앉아 입 안 가득 향과 맛이 그대로 남는 맛있는 와인과 아름다운 음악, 황송할 만큼 훌륭한 서비스를 받으며 즐기는 기내식은 '황후의 밥상'도 부럽지 않다.  

  쾌적한 환경과 손님들로 하여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대한항공의 이런 감동스러운 서비스는 국경을 넘고 인종을 넘어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도 같은 감동을 안겨 주었는지 미국의 타임(TIME)지는 대한항공에 "2006년 최고의 항공사"라는 찬사와 함께 명예를 선사했다.
  

여행기를 마치며
  10박12일에 걸쳐 이스탄불과 터키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성지들을 둘러보며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가득 채우기 위해 성지순례를 떠났던 내가, 무너지고 부서져 돌덩이만 이리저리 나뒹구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한 줌의 먼지와 바람이 되어 황량한 들판을 떠도는 낮은 음성들이 내게 전하고자 했던 말은 무엇일까.

  세상 모든 것은 쓰러져 가고 사라져 간다는 것,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것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다 내려놓고 놓아버려 스스로를 옭아매는 우매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내 마음이 내 정신이 바람처럼 먼지처럼 가벼워 졌을 때 바로 텅 빈 충만에 이를 수 있다는 것.....!!

  

  16회에 달하는 긴긴 여행기를 읽어주신 위클리홍콩 독자여러분과 터키 여행을 준비하고 또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도움 준 주위 분들, 함께하신 분들, 터키의 김방수님, 특히 홍콩-서울-터키 전 구간의 항공권을 제공해 주시고 마음 써 주신 김남선 상무님과 신무철 부장님, 임보경 과장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대한항공은 서울-이스탄불 간 화, 금, 일 주3회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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