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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29) - 서영씨네 특별한 메이드 2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1-19 16: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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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4호] 서영씨네 특별한 메이드 2 메이드(made) 인 홍콩   처음에는 남편을 불러 저녁만 먹이던 서영씨네 릴리는 기어코..
[제64호]

서영씨네 특별한 메이드 2

메이드(made) 인 홍콩

  처음에는 남편을 불러 저녁만 먹이던 서영씨네 릴리는 기어코 남편과 합방하기에 이르렀다.  서영씨네 가족만 살던 집이 갑자기 손님이 들어 대가족이 되니 가족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누구하나 내색할 수가 없었다.  머나먼 곳으로부터 남편이 오래간만에 찾아왔으니 이들의 밤은 또 얼마나 깊고 푸르으랴.  이를 두고 요즘 사람들은 '안 봐도 비디오'라고 하던가.  여하튼 릴리가 남편과 그렇게 합방을 하더니 결국 일이 벌어졌다.  '메이
드 인 홍콩'  베이비가 들어선 것이다.
  서영씨는 불러오는 릴리의 배를 보면서 시킬 것 못 시키고 많은 부분을 자신이 감당하며 릴리를 배려해 줬다.  릴리는 출산 한 달을 앞두고, 필리핀으로 돌아가 출산하고 돌아오겠다며 다른 파트타임 메이드 한 명을 소개해 주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년가와 출산휴가를 합쳐 2달 반 동안 필리핀에 있다 돌아온 릴리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항선 마도로스인 남편이 다시 찾아들기 시작했고 서영씨네는 다시 손님을 맞아 잔치 상을 봐야했다.  이들의 이런 생활에 서영씨네도 익숙해 질 무렵, 릴리는 또 임신을 해서 필리핀으로 돌아갔고, 서영씨네는 적응하기 힘든 파트타임 메이드와 다시 석 달을 지내야 하는 기막힌 생활이 계속 됐다.


파트타임 메이드

  파트타임 메이드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들은 풀타임 메이드들보다 더 약고 시간관념이 뚜렷하다.  자신이 약속했던 시간은 칼같이 지키고 계산 또한 정확하다.  또 이들은 풀타임 메이드들이 주인에게 밉보일까 망설이는 요구사항들을 떳떳하게 요구를 한다.  
  주인들 또한 파트타임 메이드가 그리 편하지만은 않아 나름대로 긴장을 바짝 하게 된다.  설령 주인이 이런저런 걸 요구해도 파트타임 메이드들은 자긴 그런거 모른다거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전에 우리 메이드가 잠시 홍콩을 비워 파트타임 메이드를 써본 적이 있는데 참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서진이가 여섯 살쯤 됐었을 때였나 보다.  서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후부터 저녁 9시까지 집에서 아이를 봐주기로 했던 메이드가 피오나였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이 있어 9시 40분쯤 돌아 왔는데 서진이 혼자 집에 덩그마니 남아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안티가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자신은 9시까지 있기로 했으니까 간다면서 9시에 갔다고 하는 것이다.  너무 황당했다.  아무리 9시까지가 근무시간이지만, 저렇게 어린아이를 혼자 두고 전화 한 통화 해주지 않고 떠나가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아무도 없는 집을 밤늦게까지 혼자서 지낸 서진이가 안쓰러워 울컥 눈물이 났다.  "서진아, 너 무섭지 않았니?" "음, 쪼금요" "안티한테 엄마 올 때까지 같이 있어달라고 하지 그랬어.  무섭잖아"  "괜찮아요.  엄마, 우리 집에 오는 안티도 무서워요.  흐흐흐 웃는 게 이상한데 밤이 되면 꼭 마녀 같아요.  마녀가 밤에 없으면 더 좋잖아요."  서진이는 눈물을 글썽이는 나를 오히려 위로하고 있었다.
  그렇듯 파트타임 메이드들은 대부분 그다지 책임감이 없고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더 좋은 조건으로 파트타임 제의가 들어오면 다른 메이드 한 명을 세워놓고 본인은 또 훌쩍 가버린다.  파트타임 메이드들이 그러고 보니 서영씨네 파트타임 메이드도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서영씨에게 물으면 손사래를 치며 말도 말라고 한다.  참 별의별 메이드가 다 있다는 건 그때 알았다고...

바통을 이어받은 동생

  서영씨네서 7년여를 살며 아이 둘은 낳았던 릴리는 어느 날, 이제는 필리핀으로 돌아가 세 아이 키우는데 전념해야 겠다며 자기 동생을 데려다 놓고 떠났다.
  릴리 동생 크리스틴은 릴리와 사뭇 달랐다.  릴리가 매우 여성스럽고 찬찬한 성격에 말이 별로 없던 조용한 성격이라면 크리스틴은 완전 톰보이였다.  괄괄하고 호탕한데다 늠름하고 씩씩한 젊은이였다.  그런데 이 크리스틴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메이드들 같으면 에이전트를 통해 홍콩 생활에 대해 설명이나 비디오라도 봐가며 교육을 받았겠지만, 이집 메이드는 깜깜한 시골에서 마닐라도 아닌, 국제도시 홍콩으로 급 이동 했으니 어찌 동서남북을 가릴 수 있었으리.  
  어느 날 서영씨는 심부름 보냈던 크리스틴이 한참을 지나도 오지 않아 걱정이 되어 나가 봤더니 아파트 그라운드 층에서 무작정 엘리베이터만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아파트 꼭대기 층에 대기 중인 엘리베이터가 내려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틴은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버스와 같은 줄 알았던 것이다.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가 다가와 사람 싣고 떠나듯, 엘리베이터도 기다리면 내려와 사람들을 싣고 올라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루는 서영씨가 외부에서 약속이 있어 머리를 드라이기로 정성스럽게 손질하고 나가니 크리스틴이 꺄악~~~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맘 맘, 머리에 매직이 생겼나봐요.  와~~  맘, 어떻게 매직 했어요?"  "무슨 소리야?  무슨 매직?" "맘, 맘 머리가 어제 밤에 곱슬곱슬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곱슬머리가 없어진 거예요?"
  맙소사. 크리스틴은 서영씨가 파마했다는 사실도 몰랐고 또 드라이를 하면 머리가 펴질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정말이지, 깜깜한 시골에서 갓 올라온 순진무구한 시골처녀였던 것이다.

새벽에 들이닥친 경찰

  서영씨네 가족이 깊은 잠에 빠져있던 새벽 두시, 갑자기 현관 벨이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깜짝 놀라 나가보니 경찰 두 명이 무시무시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대체 왜 이 시간에 경찰이 들이닥친 것일까?  
  경찰은 다짜고짜 이집 메이드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방에 있을 거라며, 메이드 방에 가서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었다.  방문을 열어보니 그녀가 없었다.  경찰은 신고가 들어왔다며 메이드가 들어오면 경찰서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서영씨네 가족은 메이드가 걱정이 되어 밤새 한 숨을 자지도 못하고 뜬 눈으로 새워야 했다.  새벽에 들어온 메이드를 붙들고 어찌된 사연인지, 경찰이 너를 찾으러 새벽 2시에 들이 닥쳤다고 설명하니 겁에 질려 덜덜 떨기 시작했다.
  홍콩생활 참 오래한다지만 메이드가 경찰서에까지 불려가게 생겼으니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서영씨는 어이가 없었다.  크리스틴은 바로 경찰서 출두해 벌금 500불을 내고 풀려나 훌쩍훌쩍 울며 집으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졌다.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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