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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천사 그들이 있었기에 행복했습니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2-23 11: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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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3호, 2월23일] Angels… Korean Angels… 꼴찌 Korean Angels…   전기리그 2승 10패,..
[제163호, 2월23일]

Angels…
Korean Angels…
꼴찌 Korean Angels…


  전기리그 2승 10패, 12개팀 중 11위.  하지만 그들에게 좌절과 절망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도 희망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공포의 외인구단' 이기 때문이다. "홍콩 리틀 야구리그 한국팀 Angels"

  일요일 이른 아침, 짓누르는 지난 일주일 간에 쌓였던 피할 수 없는 피로와 이로 인해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잠을 떨치고 주섬주섬 운동복을 입고 글러브와 가방을 들쳐 메고 문을 나선다.  운동장에서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Angels…  어느새 나의 홍콩 생활에 그들의 존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들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0월 어느 날 한인회 체육대회에서였다.  운동장 한편에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고 있는 그들을 발견하고 유심히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Angels… 한 녀석이 힘껏 공을 던진다.  하지만 5m를 못 가고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  다른 녀석들은 공을 놓친 이유가 잘못 던졌네 잘못 받았네 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  포수처럼 보이는 또 다른 녀석은 뒷짐을 진 체 하늘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는 투수가 던진 공을 찾아 배수구를 헤매고 있다.  곧 이어 감독님처럼 보이는 아저씨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 녀석들, 똑바로 안 해"

  나와 Angels의 인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직장인 야구동호회에서 주전 주전자 당번 겸 2루수를 맡았었던 경험을 되살려 그들의 코치가 되기로 하였다.  비록 주전자 당번이었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20m 이상 공을 던질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조롭지 만은 않었던 출발.  "아저씨, 우리 아빠가 이렇게 알려줬어요", "아저씨가 알려주는 것보다 원래 제가 하던 게 편해요" 쉽지 않은 출발이었다.  우선 아이들에게 먼저 새로운 '코치'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아이들의 닫혀있는 마음의 빗장을 열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한 주가 가고 또 한 주가 지나가면서 5m에서 10m, 10m에서 20m 던지는 모습을 그들 스스로 발견해 나가며 자기가 던진 공의 빠르기와 거리에 놀라는 눈빛이었고 어느새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익숙해져 갔다.  물론 곧 다시 '코치님'이라고 고쳐 부른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매일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은 항상 그들에게 지식과 예절을 가르쳐 주시던 분들이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먼저 배운 사람으로서 좀 더 쉽고 자세하게 야구를 가르쳐 주는 나의 태도에 조금씩 그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음을 암시하고 그동안 보여줬던 빗장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던 것이다.

  공이 아이들 손에서 익어갈 무렵 우리 팀의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Teamwork이었다.  한국이 아닌 홍콩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 대한 기억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서 한국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처럼 단체생활의 협동심, 단결력 요구했던 것이 오히려 우리의 지나친 욕심이었던 것이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욕심처럼 보였다.

  공을 놓쳤다고, 스트라이크를 못 던진다고 하면서 서로에게 소리 지르던 모습들… 하지만 먼 옛날의 기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비난과 질타보다는 "형 아까 던진 것처럼 최선을 다해 던져", "오 필승 엔젤스, 오 필승 엔젤스, 엔젤, 엔젤, 엔젤"와 같은 격려와 응원으로 채워졌다.

  우리 "Angels"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2~3개 팀으로 운영되는 홍콩, 미국, 일본 팀과는 달리 홍콩 리틀 야구리그에 출전한 한국팀은 Angels 가 유일하다.  또한 단일팀으로는 최소인원으로 구성된 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대표 주전자와 대표 주전선수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다른 팀과는 달리 딱 10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누가 아프다고 못나오거나 야구가 싫어서 그만둔다면 그 한명으로 인해 팀의 존폐의 위기가 달린 그러한 팀이다.  하지만 개막전 이후 지금까지 정규 선수가 모자라서 경기를 포기한 경우는 없었다.  우리는 오합지졸로 모였고 그런 오합지졸들이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공에 눈을 맞아 눈가에 시커먼 멍이 든 채로 그리고 코에 맞아 코피가 날지라도, 경기에 패한 후 운동장을 오리걸음으로 돌 때도 우리 Angels는 항상 그 다음주 일요일 이른 아침이면 운동장으로 모였다. 이유는 하나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서 경기에 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리그를 마칠 때쯤에 그렇게 우리는 오합지졸에서 홍콩 유일의 한국 국가대표 "Angels" 라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지난 1월 7일 후반기 리그가 시작되었다.  2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놀랄만하게 향상된 실력으로 공을 뿌려댔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전반기에 콜드게임으로 패한 팀에게 5월말 마지막 회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전과는 달리 끈질긴 승부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난 2월 11일 홍콩 팀을 상대로 14:11 로 달콤한 시즌 첫 승을 거두었다.  지난 5개월 간 쌓였던 힘들었던 피로가 확 풀리는 순간이자 우리 Angels들이 한국으로 귀국하는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영원한 에이스이자 강속구 투수 박재후, 땀을 뻘뻘 흘려 안쓰럽지만 그래도 든든한 안방마님 포수 김태영, 전천후 플레이어 마무리 투수 겸 1루수 갈도경, Angels의 유일한 2년차이자 야구에 대한 센스가 있는 2루수 우제형, 꾸준한 실력향상과 함께 차세대 거포의 가능성을 보여준 3루수 정윤석(Alex), 2루에서 3루는 가르는 어려운 타구를 잡아 첫승을 신고하는데 기여한 유격수 박민준, 형보다 더 야구 감각이 있는 우익수 갈도현, 항상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그리고 코치를 제일 무서워하는 기합돌이 중견수 김재원, 항상 열심히 연습하고 성실히 훈련에 임하는 5m에서 20m의 주인공인 좌익수 임세현, 한국 Angels의 응원단장이자 전천후 외야수인 송욱현, 또한 이렇게 10명과 함께 홍콩 리틀 야구리그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신 기업은행 김진희 감독님,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11번째 선수로서 배팅훈련 및 캐치볼을 도와주신 아버지들과 경기 내내 'Angel Angel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시면서 격려해주시고 맛있는 점심을 차려주시면서 항상 Angels의 살림을 도맡아 고생하시는 고마우신 어머니들이 바로 홍콩 리틀 야구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Angels 팀이다.

  나는 이제 야구를 통해 아이들과 만들어 나갔던 지난 5개월간의 Angels의 추억을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간다.  야구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코 쉽지 만은 않았던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의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그들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국의 땅에서 자라고 다국적 교육을 받고 있지만 결코 저버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피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Korean Spirit이다.  처음에는 나약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어린 아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었다.  공에 맞아 엉엉 울던 모습은 사라지고 아무리 아파도 살짝 뒤돌아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왼팔을 올려 다시 화이팅을 외치고 서로의 실수를 비난하던 모습 대신 '잘하자', '이번에 우리가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라며 서로를 격려하는 그런 변화된 모습 속에서 Angels는 한국인의 '인내'와 '끈기' 근성을 서서히 몸에 익혀가고 있었다.  나아가 나보다는 우리 팀을 먼저 생각하는 Teamwork 중심의 플레이를 통해서 한 단계 발전된 Angels의 모습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전반기에는 우리는 분명히 꼴찌 Korean Angels 였다.  하지만 이번 후반기에는 그 어떤 팀도 우리 Angels를 만만히 보는 팀들이 없어졌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도 바뀌었다.  이제 남은 건 우리가 최강의 공포의 외인구단 Korean Angels가 되는 것만이 남았다.  아쉽게도 나는 언젠가 있을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  하지만 홍콩 리틀 야구리그의 최강의 팀 자리에 Korean Angels가 설 그 날, 그들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 다시 한번 꿈틀거릴 것을 기대한다.

  Angels! 너희들이 있었기에 내가 홍콩에서 보낸 지난 6개월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글 : 한성욱 hsw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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