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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칼럼 - 새치기와 요즘 중국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2-17 0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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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7호] 2002년 8월 중국 천진의 번화가 한쪽의 맥도널드에서 콜라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 동안 나는 하나의 중국을 보았다. 기발한 새치기 수법을 목..
[제67호]

2002년 8월 중국 천진의 번화가 한쪽의 맥도널드에서 콜라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 동안 나는 하나의 중국을 보았다. 기발한 새치기 수법을 목도했다. 나는 그동안의 중국 경험에서 새치기는 중국인들이 생활하는데 있어 기본기의 하나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자기 앞에 다른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 못하거나 의식적으로 접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중국에서 새치기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맥도널드에서의 경험은 나의 시각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이동시켰다. 색안경을 쓴 어떤 노인이 손녀를 데리고 들어오더니 점원이 없는 줄에 섰다. 누가 보아도 그 쪽은 주문을 받지 않는 라인이었다. 그 라인에는 점원도 없었고 줄을 서 주문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게다가 계산기는 비닐포장이 덥혀있었다. 그 쪽에 줄을 선 노인이 점원을 노려보자 점원은 친절하게 <할아버지! 그 쪽은 라인이 아니예요> 라고 정중하게 말하고는 자기 일을 계속했다. 나는 그 옆의 라인에 서 있다가 콜라를 주문했다. 점원이 내 주문을 받는 사이 노인은 대뜸 큰소리로 자기가 줄을 서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점원이 그 라인은 서비스하는 라인이 아니라고 다시 말하자 노인은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면서 그냥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그 노인은 손님을 기다리게 했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고집하면서 10분 이상 억지를 부렸다. 상황은 결국 노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손님을 기다리게 했으니 당신들이 책임지라는 그 노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말도 안 되는 경우였다. 줄을 서있는 순서는 외면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억지만 부리는 경우였는데 다름 아닌 목소리가 큰 경우 이기는 고단수의 새치기에 해당한다.  

  2002년 8월 천진에서 바닷가 부두에 가려고 버스 터미널에 갔다. 표를 사는데 몇 번이나 새치기를 당했다. 그들의 덩치가 모두 나보다 크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화장실에서도 새치기는 흔했다. 지하철에서 매표할 때도 줄 안 섰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 기차역에서 경찰이 긴 대나무로 사람들을 때리면서 매표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2003년 운남성(雲南省) 곤명(昆明)의 어느 산 정상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려고 줄을 서 있는데, 몇몇의 중국인들이 뒤에서 슬금슬금 우리를 넘어 앞줄의 자기 친구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한둘이 아니라 스무 명 정도가 끼어들어 우리는 순식간에 뒤로 밀려 버렸던 것이다.

  교통질서 역시 중국인의 질서의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2003년 12월 북경의 교통상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다른 사람 눈치 절대 안보기, 다른 차 경적에 절대 반응안하기,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꼭 가기 등이다. 뒤에서 수없이 늘어서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새치기나 억지 부리기 만연 현상은 매우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이지만 그 사회의 민도나 현대화 측정에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그 무서운 일본적 합리주의를 따라가려면 100년 정도 걸릴 것이고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려면 또 100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논리가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 수치와 달리 양질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돈이 많다고 반드시 양질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듯이 경제적 수치가 증가한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닌 법이다. 새치기가 만연하고 있는 사실을 두고 말한다며 중국은 여전히 봉건시대를 살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이른바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봉건적 비합리를 상징한다. 중국이 여전히 <민주>와 <과학>을 간판으로 하는 현대화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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