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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별곡(32) 속옷을 입어보는 여인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2-24 18: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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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8호, 2월25일]   지난 주 메이드 별곡 중 '내 친구 용미'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한 독자께서 "용미라는 아이의 행실로 그 아이가 ..
[68호, 2월25일]

  지난 주 메이드 별곡 중 '내 친구 용미'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한 독자께서 "용미라는 아이의 행실로 그 아이가 받았을 지탄과 모멸감은 상처로 남아있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사람이름이 나올 때에는 이니셜로 했으면 합니다.  메이드 별곡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부정적인 선입견과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라는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독자 분들께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그간 메이드 별곡에서 쓰였던 메이드 이름 중 필리핀으로 돌아갔거나 아니면 저와 함께 생활하고 있지 않은 메이드에 한해서는 본명을 썼지만, 다른 집 이야기를 쓸 때는 주인도 메이드도 모두 가명을 썼음을 밝힙니다.  물론 지난주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저의 스토리에 등장한 사람에 대해서도 가명을 썼습니다.

  좋은 지적해 주신 독자분과, 메이드별곡에 관심을 갖고 매주 기다려가며 읽어주시는 많은 독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 그럼 이번 주 메이드별곡도 시작하겠습니다.


속옷을 입어보는 여인

  요즘 홈쇼핑 채널에서 억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단골 아이템은 모피도 가전제품도 아닌 속옷이라고 한다.  여성지 앞부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광고도 다름 아닌 속옷 광고.  백화점 한쪽 구석에 속옷 할인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 날은 백화점 전체가 북새통을 이룬다. 그만큼 속옷은 우리 여자들에게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 되어있다.  심심한 면 팬티와 브래지어를 하던 사람들도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을 땐 자연스레 쇼윈도에 걸린 화려한 레이스 속옷에 시선이 간다.  속옷은 여자들에게 상쾌한 향수처럼 리프레시 효과가 확실하다.

  홍콩에야 대중목욕탕이 없지만 한국에서 대중목욕탕에 갈 때는 나는 특히 속옷에 신경이 쓰였다.  예쁘다고 할 수 없던 속옷을 입고 있던 나에 비해 옆에서 옷을 벗고 있는 그녀의 속옷이 화사한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고, 심지어 브래지어와 팬티가 예쁘게 한 세트였을때 괜스레 나는 주눅까지 들곤 하니 말이다.

  욕심을 내자면 겉옷보다 무섭다는 속옷 욕심.  남자들은 모른다.  여자들의 마음속에 꿈틀대는 속옷 허영심.  가끔은 속옷 허영심의 물꼬를 터주는 것도 지친 일상에 커다란 기쁨이 되어준다.  화려한 레이스의 속옷이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처럼 호피무늬의 야시시한 속옷들이 '백양'이나 '쌍방울' 등 우리나라 대명사급 면소재 왕팬티에 비해 불편하기 짝이 없는게 사실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감에 따라 결국 편한 왕팬티 쪽으로 자꾸 손이 가서 20대처럼 야시시하게 속을 한껏 치장하지는 못하지만 이 나이에도 그러한 속옷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미소가 번지니 어떻게 감히 이 여자들의 속옷욕심을 무시할 수 있을까?

  또 누구나 한 번쯤은 빨랫줄에 잘 넣어놨던 자신의 예쁜 속옷이 누군가의 손을 타 감쪽같이 사라졌던 경험이 있으리라.  물론 응큼한 남자들이 장난삼아 가져가기도 했겠지만 대개는 여인들이 속옷욕심을 다스리지 못하고 슬쩍 해 간 것이다. (비위도 좋지...)
  이런 여자들의 심리를 안다면 주인이 새로 사들인 속옷을 입어보던 비비안도 백분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멋도 모르고 메이드가 입었던 속옷을 입고 살았을 주인을 생각하면 딱하기 짝이 없다.  

  주인이 사들이는 값비싸고 화려한 속옷을 보며 비비안은 매번 군침을 삼켰다.  남의 집에서 가정부살이를 하며 받는 3천여불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 종일 궂은 집안일만 하지만 아름다운 속옷을 갖고 싶은 여성의 본능은 자꾸 그녀를 괴롭혔다.  속옷 욕심이 누구보다 많았던 주인 여자는 속옷을 사면 항상 세트로 서너벌을 사들였다.   비비안은 주인이 나간 사이 안주인이 새로 사들인 화려한 속옷을 들고 입어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껴 급기야 과감하게 입어보는 데 까지 발전했다.  화려한 속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마냥 행복한 비비안은 하루종일 주인 옷을 받쳐 입고 일을 하다 안주인이 돌아올 때 쯤 되어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그 이후부터 안주인의 새로 산 속옷은 비비안의 차지가 되었다.  입었다 가끔 실수로 더럽혀지면 빨아 말린 후 도로 넣어 놨다.  거기서 그치면 좋았을 비비안의 속옷욕심은 한 단계 발전해 속옷 중 몇몇 개는 아예 자기 속옷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차피 주인은 속옷이 허다하게 많아 일일이 없어진 걸 알지도 못할 일 아닌가.  예상대로 주인은 없어진 자기 속옷을 찾지 않았고 비비안의 속옷 패션쇼는 2년 이상 계속 됐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비비안의 속옷 패션쇼도 막을 내리게 됐다.  어느 여름, 주인 여자가 속옷을 사온 이틀 뒤 그 것을 입으려고 찾았으나 속옷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보통 옷을 사면 익숙해진 일주일 후에 입는 주인 여자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비비안이 주인 속옷을 속에 받쳐 입고 마음껏 즐기고 있는 참이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집안을 구석구석 찾던 주인은, 눈치를 보며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 보이는 비비안을 수상히 여겨 눈여겨보니 비비안 겉옷 속으로 속옷이 슬쩍슬쩍 비쳐나고 있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주인 여자가 비비안의 옷을 훌러덩 들춰보니 엊그제 사온 자신의 속옷을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비안은 하얗게 질려 미안하다는 말만 연실 쏟아냈다.  아니 어떻게 다른 옷도 아닌 속옷을, 가정부가 입었던 팬티며 브래지어를 그동안 자신이 입어왔던 게 아닌가?  안주인은 비위가 상해 속이 울렁거렸다.

  안주인은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뒤 비비안의 방으로 들어가 비비안의 옷장을 뒤졌다.  그녀가 그동안 사들였던 화려한 속옷들이 그곳에 얌전히 들어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 돌려놓으려고 했어요." 하는 비비안의 목소리에 억눌렀던 화가 다시 치밀어 몰라 현기증을 느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자리에 있다가 머리라도 잡아 뒤흔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뒤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물론 비비안은 다음날로 바로 보따리 싸들고 필리핀으로 쫓겨났다"고 하면 우리속이라도 시원하겠지만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들은 바가 없다.  그들은 그 이후로 정말로 어떻게 살까?

  여러분들!!  속옷 조심 하세요~~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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