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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점을 찾아 (3) "서라벌" '맛과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3-10 20:38:20
  • 수정 2016-12-21 18: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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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호, 3월11일]   위클리홍콩에서는 홍콩의 한국 음식점을 찾아 게재하고 있습니다.     위클..
[70호, 3월11일]

  위클리홍콩에서는 홍콩의 한국 음식점을 찾아 게재하고 있습니다.  
  위클리홍콩의 탐방을 원하는 한국음식점에서는
   E-mail : rosa@weeklyhk.com이나  전화(2187-3633)로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장금과 한국요리


  요즘 홍콩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살맛이 생겼다.  아니 정확히는 TV 볼 맛이 생겼다고 해야겠다.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중국어나 영어, 그리고 한국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TV와 거리를 두고 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교민들을 만나면 한국에서처럼 골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그 전에 이미 홍콩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심심치 않게 방영해 왔으나 요즘처럼 대장금과 다모, 풀하우스, 파리의 연인 등 초대형 히트작이 한꺼번에 방영되기는 유래가 없다.  그러니 해외에 살면서 시간대마다 채널을 옮겨 다니는 재미가 아니 쏠쏠하겠는가?

  특히, TVB가 지난 1월 24일부터 방영한 대장금은 이미 한국에서 두 번이나 봤음에도, 다시 그 드라마를 보노라면 여전히 감탄사가 나온다.  홍콩에서도 중국과 대만에 이어 대장금 시청률이 무려 30%대를 넘어서며 일명 '대장금 폐인'이 생겨났다.  요즘 홍콩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만나면 대장금 얘기를 꺼내기에 바쁘고, 홍콩 연예계 곳곳에서는 장금역의 이 영애씨의 초청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장금이 다른 한국 드라마에 비해 특별히 지대한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뭘까?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먼저 요리라는 소재가 주는 신선함이 아닐까?  매회 등장하는 새롭고도 진귀한 궁중음식들은 먹는 재미를 최고로치는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먹을 거리를 제공해 삶의 활력소가 돼주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3대 요리인 '중국 요리'로 자부심이 대단한 홍콩인들이지만, 대장금에서는 맛스럽고 정성이 가득 담긴 고품격의 음식 향연이 아름다운 여인들과 함께 나날이 펼쳐지니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바베큐니 김치, 또 삼계탕 정도만 입에 올릴 줄 알던 대다수 홍콩인들에게 대장금이 선보이는 메뉴들은 한국요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꿔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홍콩을 휩쓰는 대장금 태풍으로 최근 대부분의 한국 식당들은 현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또 몇몇 음식점에서는 발 빠르게 그럴듯한 대장금 메뉴를 내놓아 홍콩인들의 요구에 200% 부응하고 있다.


서라벌의 8대 대장금 메뉴

  위클리홍콩 기자 일행이 서라벌 코즈웨이점에서 대장금 메뉴를 개발, 홍콩인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던 지난 수요일 저녁, 홍콩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려 꽤 춥게 느껴졌다.

  우리는 대장금에 나오는 궁중요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입맛에 맞을지, 또 외국
인들이 느끼는 한국 궁중요리의 맛은 또 어떠할지 궁금해 한국, 서양, 중국 요리에 모두 친숙한 외국인까지 한 명 대동했다.  

  취재가 이루어지는 동안 서라벌의 신홍우 사장과 신임 이정희 과장이 바쁜 일정을 접어두고 친히 참석해 궁중요리의 숨겨진 유래나 요리 개발 과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찹쌀과 우유의 만남 “타락죽”

  서라벌의 8대 대장금 메뉴는 탕평채, 골동반, 신선로, 연저육찜, 연계찜구이, 어만두, 타락죽으로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찹쌀가루로 죽을 쑨 후 우유를 넣어 끓인 타락죽이었다.  필
자 개인적으로는 비릿한 우유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타락죽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았으나, 진하고 부드럽고 또 어딘지 모르게 달콤하기까지 한 타락죽을 맛보며 서서히 행복감이 젖어 들었다.  옛 궁궐에서는 임금이 병이 나거나 몸이 약할 때 보양식으로 먹었다고 하니, 혹 병 끝에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드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파싸움은 물럿거라 "탕평채" 행차시다

  탕평채는 잘 알려진 대로 조선 영조가 당파 싸움을 뿌리뽑기 위해 실시한 탕평책에서 이름을 따온 음식이다.  각 당파를 상징하는 청포묵(서인:흰색), 미나리(동인:푸른색), 소고기(남인:붉은색), 김가루(북인:검은색)등 개별 재료의 색이 선명하게 살아있으면서도, 다른 재료와  어울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홍콩에서 대장금 주제가를 부른 인기 가수 겸 배우인 켈리 챈(진혜림)이 이 곳 서라벌 코즈웨이점에서 직접 대장금 메뉴를 시식하는 장면이 며칠 전 TBV로 방영이 됐는데, 그녀가 가장 맛있다고 평한 음식이 바로 이 탕평채이다.  


어? 이게 만두야? “어만두”


  독자분들, 혹시 장금이가 진가루(밀가루)와 음식 재료가 없어져  경연 대회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지...  
  이 때  장금이가 기지를 발휘, 채소밭에서 정성스레 가꾼 배추를 만두 피 대신 사용해 위기를 모면 했다는 그 만두가 바로 "어만두"이다.  

  서라벌에서는 그러나 배추잎 만두 대신 생선살로 어만두를 내놓았다.  대장금 메뉴를 개발하면서 배추잎으로 만들어 보았으나 예전처럼 고소한 맛의 배추가 아닌 이상 별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라벌은 이에 기지를 발휘, 생선살을 얇게 떠 어만두를 내놨단다.  서라벌의 어만두에 쓰이는 생선은 민어라고 하는데 밀가루 보다도 속을 엷게 내비치고 있어 생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맛은 어떨까?  고소하고 졸깃하며 그야말로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래서 엄지가락을 바로 추켜 올려주고 싶을 만큼 취재진에게 가장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정희 과장은 어만두 개발이 쉽지만은 않았었다고 고백했다.  민어를 밀가루 피만큼 얇게 저미는 것도 문제였지만, 생선살인지라 쉽게 터져버리고 비린내가 끝내 사라지지 않아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노하우를 습득해 오늘의 어만두가 탄생했다.

  타락죽이나, 탕평채, 어만두는 애피타이저로 손색이 없다.



뱃속의 새끼돼지 “연저육찜”


  연저육찜과 연계찜구이는 한상궁(양미경 분)과 최상궁(견미리 분)이 최고 상궁 자리를 두고 겨룬 3차 경연 때, 두 팀이 내놓은 요리로 유명하다.  특히, 돼지 뱃속에 든 새끼돼지로 요리했다는 연저육찜은 최상궁이 자신이 만든 최고의 음식이라고 자부했으나 아깝게 패하고 만 요리다.      

  연저육찜은 삼겹살을 푹 삶아 기름기를 일단 쏙 빼 담백한 맛을 낸다.  거기에 인삼, 대추, 은행, 호두, 잣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고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재료만 골라먹는 재미도 선사한다.  달콤하고 짭짜름하게 자자든 간장 소스에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을 법 하다.  


영계의 봄나들이 “연계찜구이”

  연계찜구이는 연저육찜과 조리 방식이나 부재료, 맛이 거
의  비슷하다.  다만 삼겹살 대신에 영계가 쓰였다.  닭은 간이 달달히 배어 맛이 겉돌지 않았고, 닭 속을 찹쌀로 꽉꽉 채 워 꽤 실속있는 메뉴 였다.  또한 기름기도 적어 몸매관리 하시는 분도
마음껏 드실 수 있을 것 같다.


신선이 둘러앉아 먹는 음식 “신선로”

  모양만으로도 근사한 신선로는 담박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름도 범상치 않은 신선로의 비밀은 뭘까?

  신선로는 구자탕(口子湯) ·열구자탕(悅口子湯) ·탕구자(湯口子)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여러 가지 어육과 채소를 색스럽게 돌려 담고 장국을 부어 끓이면서 먹는 음식으로 홍콩의 핫팟이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신선로는 조선시대 연산군 때 한림호당(翰林湖堂)을 지낸 정희량이 사화를 겪은 다음 갑자년에 다시 사화가 있을 것을 예견하고 속세를 피하여 산중에 은둔하여 살 때,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이치로 화로를 만들어 거기에 채소를 끓여 먹었는데, 그의 기풍이 마치 신선과 같았다 하여 그릇을 신선로라 하였다 한다.

  색깔도 저마다 다른 갖가지 재료를 써서 오색영롱한 신선로는 현란해지는 아름다운 시각으로 인해 먹기도 전에 이미 입안에 군침에 가득 돌게 한다.

  서라벌의 신선로는 담백하고 시원하며 갖가지 재료들을 한 가지씩 음미하며 먹는 재미가 남다르다.


전주비빔밥의 선조 “골동반”

  골동반은 '여러 가지 재료를 미리 쌀 속에 넣어서 찐다'라는 뜻으로 지금의 비빔밥으로 전해져 왔다고 하며, 설렁탕은 이미 궁중에서 민간으로 널리 퍼진 음식이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한 가지 덧붙일 점은 골동반에는 고추장이 없다.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장금이 시절에는 고추란 것이 아예 없었다고 신사장은 귀뜸한다.  그래서 고추 가루가 듬뿍 든 매운 음식으로 알려진 한국 음식도 한때는 아주 순한 시절이 있었던 것...  물론 서라벌의 골동반은 한국인을 위해 고추장이 따로한 종지에 나온다.

  8가지 궁중요리를 맛보다 보니, 따로 웰빙 음식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극적인 향신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육류는 기름기가 쏙 빠져 담백했으며, 몸에 좋은 견과류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이 요리들이 느끼하고 심심하게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 자극적으로 입맛만 사로잡는 음식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놓치기 쉽다.  

  이런 점에서 궁중 요리는 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고품격의 요리다.  그렇다면 이 대장금 메뉴의 가격대는 어떨까?  많은 정성과 값비싼 재료들을 쓴 궁중 요리임에도 불구, 일반 메뉴와 값의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는 않았다. 가장 비싼 연계찜구이가 128 홍콩 달러, 타락죽은 38달러다.

  신 사장은 이번 대장금 특선 메뉴의 지속 기간을 고객들의 호응을 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두부선이나 맥적(정 상궁이 최고 상궁에 올라 임금에게 처음 바친 요리)도 내 놓을 계획이며, 특별히 반응이 좋은 음식은 행사 이후에도 본 메뉴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대장금 열풍은 궁중 요리와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우리 한국 식당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특히 서라벌은 한국의 언론 뿐 아니라 홍콩의 ATV, TVB 또 명보나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지 같은 유력 일간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대장금 메뉴와 함께 대대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대장금을 계기로 홍콩인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한국 요리의 세계에 풍덩 빠지길 기대해 본다.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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