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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 - 7편(“여보... 벌에 쏘였어요”)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4-26 11: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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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1호, 4월27일]   그러던 어느 봄 날 저녁 무렵. 저녁을 먹고 잠깐 쉬고 있는데 마을회관 근처에서 큰 목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
[제171호, 4월27일]

  그러던 어느 봄 날 저녁 무렵. 저녁을 먹고 잠깐 쉬고 있는데 마을회관 근처에서 큰 목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아내는 궁금증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30분정도 지났을까요?  밖으로 나갔던 아내가 허겁지겁 집으로 뛰어 들어오더군요.
  "여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내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 했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여보... 벌에 쏘였어요"
  그러고 보니 아내는 집에 들어올 때부터 턱밑의 목에 손을 대고 있었습니다.
  "벌에 쏘였다고? 어디 보자, 무슨 벌에 쏘였지?"
  "커다란 말벌에..."
  "말벌?"

  순간 커다란 쇼크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며칠 전 말벌에 쏘여 쇼크로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아내가 혹시나 그 사람처럼...  아내를 소파에 앉히고 플래시로 목을 살펴보니 턱밑 목 중앙에 조그만 바늘이 박혀있는데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지 뭡니까?  급하게 핀셋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바늘을 뽑아내고 나니 바늘이 박혀있던 구멍이 보이고 쏘인 주위가 벌겋게 변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어지러워요.  속도 메스껍고..."

  속이 메스껍다는 말에 어쩔 바를 몰랐지만 일단 아내를 소파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난 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 애썼습니다.  '자... 어떻게 해야 하나?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나, 아니면 우선 약국으로 가서 약을 사와야 하나... 지금 병원문은 닫았으니 응급실로 가야 하겠지...'

  복잡한 생각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아내는 춥다고 이불을 더 덮어 달라고 합니다.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가 다짜고짜 차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시속 400km로 10분 거리에 있는 약국으로 달렸습니다.

  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약국은 개인 가정에 간단히 차려놓은 약방입니다.  헐레벌떡 약방으로 뛰어 들어가 외쳤습니다.
  "계세요? 계십니까?"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왔습니다.
  "저기요... 말벌에... 큰 말벌에 쏘였는데요..."
  말이 끝나자마자 아주머니는 대답도 하지 않고 진열대 서랍을 열었습니다.  곁눈으로 보니 서랍 안에는 이미 조제해 놓은 듯한 약봉지가 쭈욱 보였습니다.
  "말벌이라... 아, 여기 있네"

  아주머니는 약봉지를 하나 주더니 얼른 가서 약을 먹이고 힘든 일은 하지 말라면서 혹시 약을 먹고 나서 이상하면 즉시 병원으로 가라는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이미 차에 타고 시동을 걸고 있었지요.  그리고 시속 800km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아내에게 약을 먹이고 이불을 덮어준 채 아내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여차하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위기의 순간이기 때문에 3시간 이상을 아내 곁에 앉아 온갖 상상을 다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을 먹은 아내는 몸이 조금 편해졌는지 이내 잠이 들었고 3시간이 지나도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취침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여보..."
  아내의 부름에 잠이 화들짝 깨어 벌떡 일어났습니다.
  "왜 그래... 괜찮아?"
  "물 좀 줘요"

  물을 벌컥벌컥 들이 키고 난 아내는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쓰러져 잠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1시간가량 앉아 있다가 저도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아내도 일어나고 저도 일어났습니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다행이다"
  "그러게 말예요.  그 말벌이 굉장히 큰 놈이었어요.  회관에 갔다가 오는데 계속 따라 오는 거예요. 겁이 나서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오다가 가로등 밑에서 고개를 드는데 그냥 목으로 돌진해 오더라구요"
  "아팠어?"
  "순간적으로 뜨끔하데요.  쏘이고 난 뒤 땅바닥을 보니 손가락만한 말벌이 떨어져 있더라구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내는 일어나 아침을 준비 하였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 여보..."
  "왜?"
  "몸이 이상해요"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군요.
  "몸이 어떤데?...."
  "몸이... 자꾸 뜨거워지는 느낌이예요"
  "뜨거워진다고?"
  "여기 손을 한 번 만져 봐요"

  아내의 손을 만져보니 어라? 예전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내의 손은 항상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그날 아침 아내의 손은 따뜻한 것이 아니라 뜨거운 손이었습니다.  그 느낌을 표현하자면 평상시 아내의 손이 식은 국그릇을 들 때 피부에 전해지는 미지근한 느낌이라면 말벌에 쏘인 후 아내의 손은 펄펄 끓는 국을 담은 그릇을 들 때의 뜨거움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약 6개월 이상 아내의 몸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저는 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이라 3월이 되면 내의를 벗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보통 여름이 되기까지 내의를 입고 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아내는 내의를 입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여름이 되어 웬만큼 덥지 않으면 반팔이나 치마를 입지 못할 정도로 몸이 차가운 편인데 그 해 여름에는 반팔 티에 치마도 곧잘 입었습니다.

  항상 차가웠던 아내의 발도 뜨겁게 변했습니다.  발을 만져보면 따뜻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뜨끈뜨끈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언제나 몸이 차가워서 움츠러들고 의욕이 없던 사람이 몸이 뜨끈뜨끈 해지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그해 봄부터 여름까지 우리 부부는 정말 뜨거운(?) 생활을 만끽했습니다.

  말벌이 쏜 침 한 방이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 줄이야.... 정말 자연의 힘은 위대한 것 같습니다.  아내의 체질은 말벌의 독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부작용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반응을 한 것 같습니다.  그 일 이후로 말벌이 나타나면 저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거나 줄행랑을 치지만 아내는 아예 말벌을 일부러 흥분시키고 말벌 집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말벌들아! 제발 나를 쏘아 다오!" .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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