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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홍콩 - 뱀탕 도전기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4-26 13: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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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1호, 4월27일] 스넥 먹으러 갑시다   얼마 전, 심천에 살고 있는 지인(젊은 부부)을 만났다.  한식당 S..
[제171호, 4월27일]

스넥 먹으러 갑시다
  얼마 전, 심천에 살고 있는 지인(젊은 부부)을 만났다.  한식당 S에서 고기를 거나하게 먹다 뭔가 생각난 듯 슬며시 웃으며 물었다.
  "뱀탕 드셔보셨어요?"
  "아니요,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오빠들 따라다니며 개구리 뒷다리에 메뚜기, 참새고기까지 두루 섭렵을 해봤지만 뱀만은 도저히 못 먹겠드라구요."
  "하하, 그런데 우린 심천서 뱀탕을 먹어봤다는거 아닙니까."

  허걱, 뱀탕을... 이 멀쩡하게 생긴 젊은 부부가 뱀탕을 먹다니...  눈이 휘둥그레지는 날 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자기네들도 모르고 따라 갔는데, 가보니 뱀집이었단다.  중국 동료들이 "스넥 먹으러 갈래?"라고 묻기에 배도 출출하거니와 얘네들이 웬일로 스넥(snack)을 다 먹으러 가자고 하나 싶어 순순히 따라 나섰단다.  

  그런데 군말 없이 따라 나서는 이들을 보며 중국 친구들이 너무나 즐거워 하더라는 것이다.  스넥이라 하면 인근에도 많은데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돌아 한참을 가서 좀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막상 도착 해보니 뱀(snake) 전문점이었단다.  그곳까지 따라가서 그냥 나오기에는 자존심어 하락치 않아 에라 모르겠다며 포기하고 앉아 시켜주는 대로 먹어봤더니 생각보다 냄새도 안 나거니와 쫄깃쫄깃 한 것이 뭐랄까 닭고기보다 깊은 꿩 같기도 하고 토종 토종오리 같기도 한 것이 꽤나 괜찮더라나.

  뱀탕을 먹으면 한밤에도 훤하게 보인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냐고 묻자, 흐흐흐 거리며 웃다 훤하게 보이는 건 아니고, 뱀을 먹으니 밤새 온 몸에 힘이 뻗치는 건지 어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근육이 뭉치는 듯 불끈불끈 힘이 들어가 심란한 통에 밤새 잠을 설쳤다고 했다.

  뱀 얘기 하니까 생각이 난다.  본인은 늘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남들을 까무러치도록 웃기는 튼실한 후배 녀석 하나가 있었는데 얼떨결에 뱀탕을 한 번 먹었단다.  가뜩이나 에너지가 펄펄 넘쳐나는 이 후배가 뱀탕을 먹었으니 오죽하랴, 그날 밤, 죄 없는 장롱만 밤 새도록 이리저리 옮기다 새벽녘에 엄마한테 된통 면박만 들었다고 한다.

  뱀, 뱀이 정말 기가 떨어져 비실대는 사람에게 원기를 왕성하게 해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홍콩에는 유독 뱀집이 많다.  지난 부활절 기간동안 뱀 수백 마리를 들여오다 세관에 걸리는 일도 발생하는 걸 보면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홍콩의 뱀 소비량이 세계에서 최고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홍콩의 뱀집들을 보자.  예전에 위클리홍콩 사무실이 있던상환 뒷골목에도 음습한 상자 안에 또아리 튼 뱀들이 우글댔고, 타임스퀘어 부근의 어디께 뱀집은 한국인들도 단골이란다.  또 케네디 타운, 완짜이, 몽콕, 야마떼이, 구룡성 등은 정신 놓고 걸어가다 보면 자칫 뱀상자와 맞닥뜨리기 십상인 곳이다.  

  우리나라 일반인들이 혐오스러워 하는 뱀집이 홍콩 사람들에게는 어떤 곳일까?  몸보신이 필요하다거나 특별식이 생각날 때 부담 없이 찾아가서 한 종지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은 한국인들이 보신탕집 찾아 몸보신 하는 경우와 흡사하다.  아니 그 보다 더 가깝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무실에서 퇴근하던 직장여성도, 세련되게 양복을 차려입은 젊은 남자도,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도 부담 없이 들어가 한 끼 든든히 해결 할 수 있는 곳이 뱀집이다.


◆가을바람이 불면 세 가지 뱀이 살찐다 = 秋風起 三蛇肥
  사실 뱀요리는 개고기 및 참새찜과 함께 광동요리 삼총사 중 하나로 불린다.  뱀은 동면을 앞두고 추운 겨울에 대비하여 영양분을 축적해 두어야 하므로 가을철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또한 뱀고기에는 각종 영양소가 많고 습기를 제거해 주는 효과가 있으며, 먹은후 열이 나므로 땀이 많은 여름보다는 가을바람이 일며 뱀의 몸집이 실해지는 때가 좋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 바로 위의 가을바람이 불면 세 가지 뱀이 살찐다(秋風起 三蛇肥)이다.

  이러한 뱀요리는 조리기법이 워낙 뛰어나므로 별다른 설명이 없으면 뱀이 들어간 사실을 알아챌 수가 없을 정도이다.  다만 뱀스프에 넣어 먹도록 되어 있는 국화 꽃잎이나 월계수 잎, 콘칩 같이 생긴 것이 딸려 나오면 뱀스프가 틀림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뱀 얘기가 나왔으니 뱀에 관련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기로 한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뜻하는 사족(蛇足)에 관한 이야기를 사족으로 붙인다.  전국시대에 초(楚)에는 소양(昭陽)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위(魏)를 쳐서 여덟 개의 성을 뺐고, 다시 제(齊)를 공격하였다.  

  이때 제의 진진(陳軫)이라는 사람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소양을 만나보고자 하였다.  진진은 소양에게 물었다.  "초나라에서는 적을 무찌르고 성을 여럿 얻으면 어떤 상을 내립니까?" "높은 벼슬과 작위를 줍니다."  "가장 높은 벼슬은 무엇인가요?"  "오직 재상자리뿐입니다."  그러자 진진은 말하였다. "어떤 이가 시종들에게 큰잔에 술을 가득 부어 주었는데, 여러 사람이 마시기에는 부족해 그들은 땅에 뱀을 그려서 제일 먼저 그린 사람이 혼자 마시자고 타협을 보았습니다.  그 중 그림에 재주가 있는 사람이 남보다 먼저 뱀을 그린 다음 술잔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다리를 그리면서 자기는 다리까지 더 그릴 수 있다고 뽐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틈을 타서 얼른 뱀을 그린 다음 술잔을 뺏어 들고서는 뱀은 발이 없으니 뱀을 먼저 그린 사람은 자기라고 하면서 맛있게 마셨습니다.  그런데 재상께서는 이미 재상의 신분으로 있으면서 위를 공격하여 여러 성을 빼앗고도 모자라 우리나라까지 공격하려 합니다.  더 이상의 벼슬이 없음에도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다보면 몸을 다치게 되고 재상의 자리는 남의 것이 될 것입니다.  이는 뱀의 발을 그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소양은 옳다고 생각하여 공격을 멈추고 군대를 돌리었다.  고려 성종 때 글안족이 80만 대군을 거느리고 우리를 침략해 왔을 때 서희(徐熙)가 소손녕(蕭遜寧)을 만나 담판 지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하겠다.


◆뱀 고기 먹어봤니?
  홍콩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면 의례히 인사치례로 ~~을 먹었느냐, 라고 묻고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예를 들어, 추석 즈음에는 월병 먹어봤어? 라고 묻고, 먹어 본적이 없다고 하면 맛있으니까 꼭 한 번 먹어 보라고 권한다.

  또 어떤 집의 에그타트 먹어봤어? 라고 물어 모른다고 하면, 홍콩에서 굉장히 유명한 곳이니 꼭 한 번 가보라면서 어드바이스를 해준다.  그러나 뱀탕에 대한 문답은 위의 예들과는 다르다.
  "뱀 스프(뱀탕) 먹은 적 있어?"
  "없는데..."
  "……왜"
  '왜' 라니, 당연히 먹어야 하는 걸 왜 여지껏 안 먹고 있느냐는 반응이다.  그걸 대체 어떻게 먹느냐고 펄쩍 뛰자 홍콩에서 그래 오래 살고 있으면서 뱀탕을 안 먹어봤단 말이지, 설령 뱀탕을 안먹겠다면 뱀집 구경이나 한번 해봐야 할 것 아니냐며 굳이 나를 조단에 있는 한 뱀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런치 세트 A찬은, 뱀탕(蛇羹, 걸쭉한 스프.  중국요리에서 '羹'자가 들어가면 녹말이 들어간 걸쭉한 스프를 말한다)과 맑음 뱀탕(蛇湯)에, 중국소시지에 닭고기가 들어간 밥이고,  B찬은 뱀탕(蛇羹)에 거북이 스프에 A와 같은 밥이다.  대략 70홍콩달러지만 같이 간 다른 친구와 나눠먹으니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늘에야 안 사실이지만 뱀탕이 생각보다 저렴하다.  한 그릇에 1-2백불은 할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뱀탕 한 그릇에 겨우 40불밖에 하지 않는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 집의 뱀탕(蛇羹)은 뱀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어 더욱 맛이 있단다.  거북이 스프는 검은 것이 거북젤리와 비슷한데 맛은 짭짜름하단다.  친구가 혀를 내두르며 뱀탕에 빠져있는 내내 나는 내 뒤에 놓여있는 뱀상자에서 뱀이 스멀스멀 기어나 올 것 같아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가리는 음식 없이 이것저것 다 잘 먹는 나지만 뱀집에서의 뱀탕이며 한 번 맡으면 3박4일 코언저리서 떠나지 않는 중국소시지가 들어간 밥만큼은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때문에 뱀탕의 맛이 어떠하더라, 라며 상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뱀탕 애호가들에게 상당히 미안하다.  그 대신 이곳에 홍콩에서 소문난 뱀집들을 소개하니 적당한 때 한 번 찾아가 보길 바란다.

  단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뱀요리는 뱀 전문점에서 먹어야 한다.  자칫 뱀 독이 있는 뱀요리를 먹었을 경우, 뱀독이 이빨을 삭게 하고 뚫고 들어가는 효력이 있어 그대로 두면 모든 이빨이 흔들리고 뽑아야 할 지경에 이른단다.

  이 때문에 뱀술도 술잔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빨대를 꽂아 이빨이 닿지 않도록 마셔야 한다는 점도 명심하시길...



뱀탕 전문점

蛇王如蛇店

주소 : 大埔大埔墟靖遠街29號地下 (懷仁街交界)(No. 29 Tsing Yuen Street, Tai Po Market, Tai Po, NT)
전화 : 2656-2308


蛇王二(She Wong Yee)
주소 : 24 Percival St., Causeway Bay, Hong Kong
전화 : 2831-0163


蛇王二 (She Wong Yee)
주소 : 灣仔 寶漢大廈(Po Hon Bldg, Wan Chai)
전화:2831 0163


蛇王兄(Tse Wong Hing)
주소 : 觀塘 僑昌大廈(Kiu Cheong Mans, Kwun Tong)
전화:2389 8904


蛇王林(She Wong Lam)
주소 : 上環 連威大廈(Lin Wai Bldg, Sheung Wan)
전화:2543 8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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