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2호, 10월5일]
홍콩에 20여년 가까이 살면서 몽콕에 '금붕어 시장'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갈 일..
[제192호, 10월5일]
홍콩에 20여년 가까이 살면서 몽콕에 '금붕어 시장'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갈 일이 없었다. '금붕어나 쭉 나열해 놓고 팔겠지' 싶은 생각에서 였고, 제 배 터지는 줄도 모르고 죽기 살기로 먹어 배가 비정상적으로 울퉁불퉁한 금붕어의 그 무식하고 기형적인 모습을 보러 그곳까지 간다는 사실이 우스워도 보였다.
또한 금붕어 시장은 홍콩의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보니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은 사실 홍콩에 사는 교민으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얼마 전 집에서 키우던 열대어가 슈퍼점보 사이즈가 되어가다 보니 어항이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 이를 하나 장만하러 금붕어시장으로 나섰다.
관광객들로 북적일 것 같았던 금붕어시장은 홍콩 현지인들로 북적거려 자칫 한 눈이라도 제대로 팔면 온 가족이 인파에 떠밀러갈 판이었다.
금붕어 시장에는 금붕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애완동물을 워낙 좋아하는 나지만 홍콩의 집이 협소하고 아파트인 관계로 개와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대신 거북이를 키우기 시작했고, 여차저차 하여 열대어 어항까지 들여놓게 됐다.

200미터쯤 돼 보이는 대로변에 금붕어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그곳에는 금붕어, 열대어는 기본이고, 노란색 개구리에, 노란색 뱀장어, 노란색 달팽이, 물벼룩 등 물에서 산다싶은 모든 것이 있었다. 또 듬성듬성 개와 고양이, 햄스터에 토끼는 기본이고 이구아나에 카멜레온 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든 생물들이 눈빛을 밝히거나 오뉴월 개 팔자의 상팔자를 자랑하듯 있는 대로 늘어져 오가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요즘 내가 심취해 있는 거북이의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는데 몇 달러짜리부터 수천달러에 호가하는 초호화판 거북이의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게마다 줄줄이 매달린 작은 봉지 안에는 화려한 금붕어와 열대어들이 들어있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열대어들의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생각 같아서는 종류별
로 다 하나씩 사들이고 싶었지만 열대어들도 궁합이 있는지라 만나서 잘 살아갈 녀석들만 한 군데 모아둘 수 있다.
두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열대어 한 봉지씩을 살 수 있도록 인심을 쓰는 척 하며 나는 거북이나 두어 마리 살까 싶어 거북이 집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견물생심이라고 몇 십 달러짜리 일본거북이나 한 마리 살까 싶다가 3-4천불 하는 레오파트라는 육지거북을 보니 등딱지의 색과 생김, 까만 눈이 보석처럼 예뻐 한 놈 들여놓고 싶은 욕구를, 먼 훗날 몇 천 달러의 느낌이 지금 내가 느끼는 몇 십 달러처럼 느껴지는 그날 이 놈을 하나 콱 장만하리라며 마음을 다스렸다.
어항과 어항에 들어가는 재료, 먹이 등을 전문으로 파는 상점에서 커다란 어항 하나와 필터, 모래 등을 사고, 거북이와 열대어를 위해 좀 색다른 먹이 서너 가지를 샀다.
상점원은 한 술 더 떠 거북이도 비타민이 필요하다며 자일리톨껌처럼 생긴 비타민을 한 곽 권하여, 그것까지 사니 경비가 대략 천불 가까이 나오는 게 아닌가.
그 크고 무거운 어항과 모래 등을 가족 넷이서 낑낑대며 들고 들어와 현관 앞에 설치하고 나니 날이 벌써 저물었다.
레이저백 머스크터틀이라는 종류의 우리 거북(이름이 '티모시'이다)이 녀석이 어찌나 비타민을 좋아하던지 마음이 다 흐뭇했다. 그러나 거북이 밥이라고 사온 마른 새우와 멸치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싸구려 열대어 먹이만 먹겠다고 했다. "얜 왜 싸구려 입맛이야?"했더니 옆에 있던 아들 녀석이 "엄마, 이 거북이밥 내가 좀 먹어보면 안돼요? 냄새가 너무 좋아요~~~ please~~~"하여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순간 20여 년 전, 애완동물 먹이 캔을 뚝 따서 열면 그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한 수저 푹 퍼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 몰래 거북이 밥을 슬쩍슬쩍 집어먹고 있는 건 아니지 심문해 봐야겠다.
* tips
홍콩에는 왜 금붕어 시장까지 조성돼 있고, 사계절 내내 금붕어를 사기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들끓을까?
이유인즉 홍콩사람들은 금붕어를 키우면 풍수상으로 재복이 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각 가정마다 회사마다 입구에 수족관을 놓는데 이 역시 재운을 불러들이기 위한 풍수학적 장치다.
이 참에, 홍콩을 사는 위클리홍콩 독자여러분들도 재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어항이나 하나 들여놓으심이 어떠신지...
금붕어시장 찾아가기
金魚街 - Gold Fish Market
通菜街 (Tung Choi Street)
오픈시간 : 10:30am~10:00pm
교통
● MTR 태자역 A출구 / B2출구, 몽콕 Mong Kok Stadium(旺角大球場) 방향, 도보 3-5분 거리
● MTR 몽콕역 B2출구, 太子道西 (Prince Edward West Road) 방향, 도보 3-5분 거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0-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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