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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의 체험적 '공부 잘하기' 조언 -3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11-08 17: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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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호, 11월 8일] 넓은 시야 갖기   책을 많이 읽고 내용을 나름의 논리에 따라 정리하라.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197호, 11월 8일]

넓은 시야 갖기

  책을 많이 읽고 내용을 나름의 논리에 따라 정리하라.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이영덕 선생님이 지도교수님이었다(훗날 김영삼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분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선생님께 개인 면담을 신청한 적이 있다.  캠퍼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군사정권 반대 데모가 일어났다.

  그때 독일로 이민을 떠난 지인으로부터 독일 유학 제안을 받았다. 학비·생활비 등 경제적인 부담을 모두 책임지겠으니 와서 공부만 하라는, 당시로서는 환상적인 제안이었다.

  대학 1학년 때 겪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불안한 사회 분위기에서 독일 유학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 왔다.

  연구실로 찾아간 나는 그간의 상황을 설명한 뒤 선생님의 흔쾌한 허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오랜 침묵이 흐른 뒤 이 교수님은 "독일 유학은 매우 좋은 기회다. 하지만 대학원 석사를 마친 뒤에 네가 원하면 유학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 때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면 사회적인 지도자가 되는 데 별문제가 없었지만, 너희 시대에는 우리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진 다음, 필요하다면 미국이나 유럽을 두루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현실 도피가 아닌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 지향적인 유학이 돼야 한다는 것과,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독일 유학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육군 사병으로 최전방에서 군복무도 마쳤다.

  선생님의 지도 아래 석사학위를 마친 다음 미국 버클리대로 박사학위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날 때 선생님은 내게 "항상 개방된 마음으로 전세계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큰사람이 되라"고 당부하셨다.

  21세기를 흔히 세계화 시대라고 한다. 이미 20여 년 전 세계화 시대가 올 것을 인식한 선생님의 조언 덕분에 나는 남보다 그만큼 앞서 세계화 시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다독(多讀) 앞에 장사 없다

  공부를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에는 한계가 있지만, 책을 통한 사회문화적 진화에는 한계가 없다.

  책은 많이 읽을수록 유익할 뿐 아니라, 읽은 책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습관은 미래를 윤택하게 한다.  책은 청탁(淸濁)이 없다.  좋고 나쁜 것 혹은 유익하거나 무익한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탓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시골에서 서울 신림동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하게 됐다.  당시 교과서말고는 읽을거리가 없던 시골에서 상경한 내게 동네 골목길의 만화방은 낙원이었다.

  어떤 때는 만화방끼리 경쟁하느라 '10원에 하루 종일'이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밥도 먹지도 않고 삼매경에 빠져 살았다.

  몇 달에 걸쳐 주변 만화방에 있는 만화들을 모조리 섭렵했다.

  중학교 2학년 말 즈음에는 만화책의 작가 이름이나 표지만 봐도 내용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만화 도사가 됐다.

  읽지 않은 만화가 거의 없게 되자 만화방에 갈 일이 줄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화방에 가서 신간 만화만 봤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신간 만화도 이야기의 전개나 내용이 나의 예측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만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시들해졌다.

  중학교 3학년부터는 만화보다 책이 좋아졌다. 학교 도서실에는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시립 도서관에 가서 흔히 이야기하는 양서(良書)를 읽기 시작했다.

  유명한 책 대부분은 만화로 만들어져 있었던 데다, 만화방에서 줄거리를 이미 다 파악한 뒤라 책 내용을 모두 암기하다시피 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예비고사, 본고사 등 대입 준비를 하면서 대학입학시험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었지만,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교과서에 언급된 고전들을 읽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학부 시절에는 교재 이외의 책을 1년에 100권 읽자는 '100 독서회'를 만들어 정신없이 책을 읽었다.  한글로 된 것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책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시험 준비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됐다.

  두보의 시에 나오는 '남아수독오거서  (男兒須讀五車書·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에 걸맞은 남자가 되기 위한 지침을 착실히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요즘도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전공과 관련된 것은 물론 전공과 무관한 것도 가리지 않고 읽는다.  하루에 한 쪽이라도 책을 읽지 않는 날은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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