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호, 11월 16일]
노트 정리의 기술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독서 노트를 정리하는 게 좋다. ..
[198호, 11월 16일]
노트 정리의 기술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독서 노트를 정리하는 게 좋다. 책을 읽을 때는 오랫동안 그 내용을 기억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용은 물론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경우가 많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2학년 때 들은 교육철학 수업과 관련된 일화다. 나는 교육철학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독서 노트에 정리하면서 읽었다. 열심히 읽고 메모하다 보니 교재의 전체 내용이 '교육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정리됐다. 몇몇 학생은 교재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보다는 교재에다 밑줄을 치면서 부분적인 내용을 암기했다.
그때 몇 사람과 내기를 했다. 나는 시험문제로 논술형 한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어떤 학생들은 단답형을 포함해서 여러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디어 시험시간이 됐다. 교수님은 시험지를 2장씩 나눠주면서 필요하다면 앞뒤로 작성해도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시험지는 그냥 백지였다. 교수님이 칠판에 쓰신 문제는 '교육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라'였다. 나는 내기에서 이긴 것은 물론 가장 우수한 답안을 제출한 학생이 됐다.
학창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에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나 내용이 있으면, 잘 정리해뒀다가 수업시간이나 개인 면담 시간에 일러주곤 한다.
책을 읽고 그것을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간단하게라도 나름의 논리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제목과 저자와 목차는 반드시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도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어두는 것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책을 무작정 많이 읽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트에 독창적으로 정리할 때 비로소 마음의 양식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행의 힘

공부를 잘하려면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한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스스로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자유로운 여행은 새로운 사람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자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다.
나무는 여행하지 못한다. 그래서 유전적인 특성과 주어진 환경에 의해 미래가 결정된다. 하지만 사람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72년 처음으로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다. 시청 앞에는 수도권 전철 1호선 공사가 한창이었고, 처음 보는 높은 빌딩과 수많은 사람이 오갔다. 별천지에 온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도 이곳에서 나의 꿈을 펼쳐야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하게 됐 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완행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가는 데만 12시간이 걸리는 고향을 혼자 다녀왔다. 그때부터 혼자서도 여행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때는 부산과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서 해운대 백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콜럼버스를 떠올리기도 했고, 거대한 무덤과 불국사를 바라보며 정치와 종교와 역사를 생각하기도 했다.
대학교 때는 기차와 고속버스와 여객선이 다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전국의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물론 한라 산, 지리산, 설악산 등 주요 산과 제주 도, 거제도, 울릉도, 홍도 같은 섬을 두루 다녔다. 휴전선 가까이에 있는 민간인 통제구역 외에는 거의 다 가봤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대학 졸업 후 육군 사병으로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바람에 민간인 통제구역까지 이곳저곳 누빌 수 있었다. 그때부터 외국 여행을 계획했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자동차를 빌려 타고 40여 개 주 구석구석과 주요 대학, 국립공원들을 찾아다녔다.
유학을 마친 뒤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등 전 세계를 두루 여행하고 있다.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주어진 여건과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계기였다.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혁신하는 것이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여행이야말로 자기 혁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에서 경험한 일들은 때로 삶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도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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