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호, 11월 23일]
"상하이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 가이드를 했는데 도저히 설명을 해줄 수가 없었다.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2..
[199호, 11월 23일]
"상하이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 가이드를 했는데 도저히 설명을 해줄 수가 없었다.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2~3명씩 모이기만 하면 주식 얘기만 하고 전화로 주식시세를 물어보기 바빴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한 여행가이드의 푸념이다.
한국에서 더 잘 알겠지만 중국의 주식시장에선 광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제 갓 열살을 넘은 한 소년이 한국의 에버랜드와 비슷한 놀이동산 '환러취'의 주식으로 대박을 터뜨렸는데 나이 많은 우리들은 뭐냐" "옆집 아저씨는 은행에서 찍어 주는 '지진'(펀드)을 이름도 모르고 아무거나 샀는데 몇 달 만에 두 배를 넘어섰다" "누구네 집 자가용 운전사가 주식으로 돈번 뒤 관두었다" "스님이 바랑을 메고 증권사 객장에서 매수 주문을 내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인터넷에 올랐다" 등등 주식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저잣거리를 휘젓고 있다.
얼마 전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가 주식 공개를 했을 때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2004년 한국에서 시티파크 청약 때를 보는 듯 했다. 그날 마침 중국 증시는 폭락했는데 아마 많은 돈들이 거래소 상장주식에서 빠져나와 페트로차이나 공모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668억위안, 한국원화로 따져 40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이 공모에 모였다. 이럴 때 항상 어부지리가 생기는 법. 시티파크 청약 때 짭짤하게 돈 번 곳은 청약창구였던 당시 한미은행이었듯이 이날 중국에선 공모자금을 예치한 공상은행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중국은 주식공개에서 한국처럼 투자한 금액에 비례해 주식을 배정하지 않는다. 1인당 1000주 단위로 번호표 하나를 배분한 뒤 번호가 당첨된 사람이 주식을 배정받는다. 중국 석유 공모가가 16.70위안이니 최소단위인 1000주를 배정받고자 하는 사람은 1만6700위안을 내고, 1만주를 배정받고 싶은 사람은 16만7000위안을 낸다.
그런 다음 1만6700위안을 낸 사람은 예를 들어 번호 '0001' 하나를 받고, 16만7000위안을 낸 사람은 번호 '0001'부터 '0010'까지 10개 번호를 받는다. 증권 당국은 이 가운데 무작위로 번호를 뽑아 당첨된 사람에게 주식 1000주식을 배정하는 것이다. 이러니 주식공모가 로또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베이징에 살면서, 이 뜨거운 열기를 쬐어 보고자 필자도 지인들과 함께 중국의 '큰 손' 주식투자자를 초빙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 로펌의 대표로 있는 후씨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증시 상승흐름을 잘 타고 많은 수익을 거두었다.
전형적인 '만만디' 타입인 후씨는 중국 주식에 대해 단기 과열로 인한 거품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경제도약과 주식상승은 이제 시작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았다. '올림픽 이후 주식조정' 등을 우려하는 우리들의 얘기에 마치 장강의 물줄기가 이제 터졌는데 뭐 그리 급하냐는 식으로 대처했다.
그는 "최근 상하이지수가 6000을 넘어서면서 시잉위(市盈率 PER)가 70배를 넘어서는 등 단
기적으로 과열인 것 같다"며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이제야 정상적으로 이익을 내고 평가를 받아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 계속되는 중국의 경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올림픽 이후 공포'에서 벗어날 것을 권했다.
그가 자신 있게 추천해 준 종목은 무엇일까. 후씨가 '띠 이'(第一) 추천주라고 힘주어 말한 종목은 역시 중국석유. 상하이시장에 상장하는 대로 무조건 매수에 들어가라고 추천했다. 당시 홍콩증시에서 20위안정도 했으니 홍콩증시 대비 상하이 증시의 고평가만 감안하더라도 공모가 16위안부터 출발하더라도 충분히 상승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자체적으로도 나날이 올라가는 유가와 더불어 중국석유는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 등으로 향후 매년 4~6%씩 생산 규모가 늘어날 체력을 갖추고 있다.
이어 그가 꼽은 우량 종목은 중국 최대 탄광업체 중국신화(中國神華). 역시 중국석유와 함께 최근 증시에 상장하면서 공모자금 666억위안을 끌어 모은 중국신화는 중국내 21개 광산으로부터 연간 1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오펜하임어 펀드, 텍사스 교원연금 등이 전체 지분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산시성내 도로, 건설 등을 맡고 있는 회사 섬국투(陝國投)를 추천했다. 산시성은 탄광이 많은 곳으로, 중국은 최근 탄광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돈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최근 이 지역에서는 벼락부자가 많이 등장해 현금보따리를 들고 상하이로 와 랜드로버 차량을 사간 산시성 사람이 많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아무튼 이지역의 석탄산업이 개발되면서 기간시설 수요가 큰 곳이다. 따라서 도로, 교량 등을 건설하는 섬국투는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황금기를 구가한 철도회사의 중국판 재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가 자신 있게 추천한 세 종목 이외에도, 안정적으로 장기투자 할 수 있는 종목으로 '몽우'(蒙牛) 등을 추천했다. 내몽고지역의 청정성을 내세운 이 우유회사는 중국 우유시장 점유율 1위인데다 베이징 올림픽 공식기업으로 선정됐다. 게다가 중국인들의 식생활 문화가 갈수록 서구화되면서 우유시장 전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후씨를 만난 뒤 다시 중국 투자자들은 B2B사이트 아리바바의 홍콩증시 상장으로 '아리바바' 열풍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아리바바의 PER는 300. 말 그대로 딴 나라 얘기다.
[머니투데이]서정아의 중국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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