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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명박 당선자의 인생역정과 통치 비전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1-17 20: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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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6호, 1월 18일]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이제 우리나라는 싫던 ..
[206호, 1월 18일]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이제 우리나라는 싫던 좋던 앞으로 5년간 "이명박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그래서 당선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통치철학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잘 알려졌듯이 이명박 당선자는 일본 오사카에서 1941년 태어나 해방직후 가족을 따라 포항에 정착했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게 됐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계속 수석을 하면 등록금이 면제되는 포항 동지상고 야간에 입학해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생활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여학교 정문 앞에서 뻥튀기 장사하는 것이 부끄러워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가 "뭐가 부끄럽냐? 네가 구걸을 하느냐, 남을 속이느냐? 당당하게 살아라"라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당당하게 살라는 가르침은 기독교 신앙과 더불어 당선자가 가장 존경하는 모친에게서 물려받은 자산이었다.

  당선자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2006년 초 노숙자대상 강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우리집 옆방에 거지 식구가 살았어요.  우리 집은 온 식구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도 굶기가 태반이었어요.  그런데 이 거지네 식구들은 매일 아침밥을 먹었어요..  그때는 참 이상했지.  우리는 열심히 일해도 밥을 못 먹는데 매일 노는 거지는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근데 나중에 보니, 우리는 다 부자가 됐는데 거지네 식구는 계속 거지로 살았어요." 이명박 시장은 값싼 동정과 위로의 말을 하거나 듣기 좋은 선심성 발언을 하는 대신, 거지 이웃를 인용하며 자기 책임과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유복한 집안 출신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다면 호소력이 없었을 텐데, 이시장의 무서운 가난을 자기 힘으로 극복한 배경이 이런 얘기에 타당성을 제공해 줬던 것이다.  바로 자조(自助, self-reliance)에 기반한 삶이 바로 이 당선자가 추구하는 철학임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에 올라와 고학을 하며 고려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했지만 6.3사태 주동자로 구속돼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을 복역했다.  석방 한 달여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기에, 옷 한 벌 못해드린 평생 씻지 못할 한을 만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현대건설에서의 정주영회장과의 만남. 그리고 29세 이사에 이어 35세에 사장이 된 초고속 승진이란 성공 스토리는  너무나 유명하다.  두 번이나 드라마의 소재가 돼 '이명박'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이 후보가 정치권에 들어온 것은 1992년 당시 신한국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국구 공천을 통해서이다.  그러나 정치계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는 두 번의 서울시장 도전 실패와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국회의원직 박탈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 후 2002년 대망의 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하고 나서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행한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그에게 실천하는 CEO형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안겨줬다.  그는 공허한 구호가 난무하는 한국정치에서, "경제를 일으킬 리더십이 있을 것 같은 사람", "말만이 아닌 실적으로 뭔가 보여준 사람"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얻어냈고 결국 대권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 당선자의 국정운영방향은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 잘 나타나있다. "이제는 건국과 산업화ㆍ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야 합니다.... 경제의 선진화와 삶의 질의 선진화가 함께 가는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신(新)발전체제를 열어야 합니다."

  먼저 당선자는 경제대통령으로서 떨어지는 성장동력을 살려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 같다.  비효율적인 정부 기능을 축소하며 합리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시장친화적이고 친(親)기업적인 정책을 통해 투자활성화를 촉진시키는 방식이 될 것이다.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푸는 것은 이런 정책의 구체적인 방식 중에 하나일 것이다. 교육분야에서는 '수능등급제'와 같은 잘못된 정책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포용정책에서 탈피해 포용을 유지하면서도 거기에 상응하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  그러면서 적절한 수위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언급과 충고를 할 것이 예상된다.  또한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의 복원과 공고화를 통해 북핵 포기를 유도하려 노력할 것이다.

  새 대통령은 결국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의 화해를 이루면서 선진화로 도약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는 없으며, 과연 새로운 체제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명박 당선자를 압도적으로 뽑아준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선자와 집권 한나라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낮은 자세로 국정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국민통합을 위한 큰 정치를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 기고자 경력사항 >

  o 연세대(사학과), 미 인디아나대학원(역사학) 졸업
  o 한국국제정치학회 외교사 분과위원
  o 현 명지대학교 사회연구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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