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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6) - 람세스 미라 앞에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9-03 11:59:41
  • 수정 2016-12-21 18: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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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3호, 9월2일] 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6) - 람세스 미라 앞에서 뛰는 사기꾼 위에 나는 사기꾼 있다   투..
[제93호, 9월2일]

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6) - 람세스 미라 앞에서

뛰는 사기꾼 위에 나는 사기꾼 있다


  투탕카멘 전시관 반대편에는 역대 왕들의 미라를 따로 모셔놓은 로얄 미라실이 있었다.  이곳의 입장료는 박물관 입장료의 두 배인 40EGP (HK$55)였던 것으로 기억 하는데 가이드는 입장료가 비싸다며 자기 학생카드를 내게 건네주며 나와 서진이만 들어가 보라고 했다.  미라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이집트인 경비원겸 티켓판매원이 우리들끼리 뭔가를 주고받고 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 40이 내일 모레인 표정을 가다듬은 다음, 학생표 2개를 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저씨는 학생증과 나, 밖에 서 있는 가이드를 번갈아 보며 이게 너 맞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힘주어 말했다.  우리가 파키스탄이나 인도, 기타 중동인들을 보고 쉽게 구별을 못하듯 그네들 역시 전혀 다르게 생긴 우리를 구별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던 탓에 더 당당하고 천연덕스럽게 우겨댔다.  옆에 있던 서진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엄마 그게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조용히 하라며 입을 다물게 하고 경비원과 눈싸움과 기싸움을 한 끝에 기어이 학생표 2장을 받아들고 유유히 미라실로 걸어들어 갔다.  
  이 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과히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이집트인들은 틈만 나면 여행객들에게 달려들어 사기를 쳐대고 있고, 알게 모르게 나도 여러 차례 바가지를 써왔던 탓에,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치며 나는 오히려 통쾌한 기분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자라나는 아이를 옆에 두고 어떤 것이 올바른 교육인지 먼저 생각해야 하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손해를 덜 보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나보다 더 험한 세상을 살아갈 내 아이에게 가르치고도 싶다.


아! 람세스

  미라실에는 람세스 2세를 비롯한 11구의 파라오와 왕비들이 누워있었다.  미라실은 다른 전시실보다 약간 스산하고 찬 기운이 서려있다.  람세스 2세의 미라를 보는 순간 나는 머릿속에 퓨즈 하나가 퍽 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뼈와 가죽만 남아 말라 쪼그라진 노인의 볼품없는 미라.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던 위대한 파라오와는 거리가 먼, 보통 인간의 적나라한 바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미라들과는 다르게 한손을 약간 들어올린 채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자세 역시 어제의 젊고 매력적인 석상이 들려주던 얘기와는 전혀 달랐다.  그가 마지막으로 하려던 말은 무엇일까.  죽어서까지 남루한 몸으로 뭇사람의 관광 대상이 돼야하는 고달픔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기다란 손톱, 이빨 하나하나, 염색을 했었다는 그의 갈색 머리카락, 긴 매부리코, 짙은 갈색 피부... 그 옛날 천하를 호령하던 파라오 람세스의 미라를 이렇게 내 맘대로 들여다봐도 되나 싶은 생각에 잠시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미라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발걸음을 람세스에게로 돌리니 서진이는 옆에서 내게 "중증"이라고 타박을 했다.

  한참 그를 들여다보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눴다.  당신을 그렇게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그리워 해오던 내가, 당신을 만나러 이곳까지 왔다고, 당신은 비록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가슴 저린 모습으로 이곳에 누워있지만, 내 마음속의 당신은 전설속의 절대군주, 신이라 불리던 파라오 람세스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고...


올드 카이로-아기예수 피난교회 (St. Sergius Church )

  우리는 박물관을 나와 올드 카이로로 향했다.  올드 카이로는 이집트 기독교의 중심지인 콥트교 구역이란다.  콥트교는 이집트를 중심으로 2천년간 명맥을 이어온 기독교의 일파라고 한다.
  이곳은 올드 카이로답게 전통적인 이집트의 모습을 나름대로 잘 유지시키고 있는 듯 보였다.  로마 시대의 탑과 벽이 오래된 콥트 교회도 있었고, 카이로에서는 볼 수 없는 넓은 인도도 있었다.  인도 옆으로 꽤 탐나는 옛 그림과 운치 있는 흑백 사진들이 행인들의 발걸음을 잡아놓곤 했다.

  올드 카이로에는 아기예수 피난교회가 있다.  마리아와 요셉, 아기예수 성가족이 헤롯왕을 피해 애굽으로 피난하던 중 1개월간 머물던 성스러운 장소에 건축된 교회다.   우리가 아기예수 피난교회에 도착했을 때 교회 사무장인 듯한 사람이 교회 문에 자물통을 채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 교회를 보기위해 멀리서부터 왔노라고, 열어달라고 부탁하자 기꺼이 열어주었는데, 교회를 보러온 우리가 기특해서가 아니라 팁을 받기 위해 열어준 것임이 금세 드러났다.  오른손을 내밀어 엄지와 검지를 쓱쓱 부비며 "빡시시, 빡시시"하는데 이는 바로 팁을 달라는 소리였다.  신성한 교회를 지키는 사무장(관리인)까지 관광객을 돈으로 보고 있으니 이집트인들이 돈을 밝힌다느니, 사기를 친다느니 하며 왈가왈부해봤자 더위에 지친 내 에너지만 추가로 소모될 뿐이다.

  관리인이 팁을 요구하며, 빨리 나가라고 추궁하는 바람에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지만, 교회 내에 있던 여러 개의 화강암 기둥과 그 중 잘 다듬어지지 않은, 가롯 유다를 지칭한다는 기둥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글 : 로사> rosa@weeklyhk.com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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