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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나라 이집트 여행기 (8)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9-29 14:17:32
  • 수정 2016-12-21 18: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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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6호, 9월30일]
[제96호, 9월30일]

<신의나라 이집트 여행기 (8)

  눈부신 아침햇살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이집트에서의 아침은 참 상쾌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아무리 아늑한 침대에서 잠을 푹 잤다고는 하나 흔들리는 기차에서 자서 그런지 여독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통통했던 서진이의 얼굴이 밤새 야위어 있었고 입술도 바짝 말라 까슬까슬 터 있었다.  이집트 남쪽의 관광도시인 아스완은 카이로보다도 온도가 기본적으로 5-6도 높아 낮에는 도저히 관광할 수 없다고 한다.  지친 서진이에게 아침나절에 택시를 대절해 이곳을 둘러보고 호텔로 들어가자고 설득하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택시 안에 앉아 있으면 정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아스완의 시내와 이집트가 자랑하는 아스완 댐을 '이 무시무시한 더위를 감수하며 봐야 하나' 싶은 마음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2시간 내내 떨쳐지지 못하게 했다.


이시스여신이 호루스신을 낳은 필레신전


  이시스(Isis) 여신이 호루스신을 낳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필레신전'은 아름다운 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이 아름다웠다.

  이시스 여신은 오시리스 신의 아내다.  그리고 호로스 신의 어머니로써 현모양처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랑했던 신이다.

  로마 제국 시대 때 다른 신전과 달리 보존이 가능했던 것은 이 신전 벽화에 이시스 여신이 호로스 신에게 젖을 먹이는 부조가 있는데 이를 기독교인들이 아기예수를 앉고 있는 마리아로 착각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이시스신전은 세트신으로부터 살해당한 오시리스의 심장을 발견한 곳으로 이집트에서 이시스 숭배사상의 중심지다.  이 신전은 수백 년에 걸쳐 완성이 되었다고 한다.  신전은 '필레'섬에 있던 신전이라고 하여 '필레'신전이라고 불리는데 '아스완 댐'이 생기면서 수몰되는 기막힌 운명에 처하게 됐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필레신전을 구해내기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 '아질리카'섬으로 옮겨놨다.  4만2000개의 조각으로 잘라져 옮겨진 이시스 신전을 자세히 보면 기둥마다 이어붙인 자국과 물에 잠겼던 흔적, 구획 표시 등을 볼 수 있다.

  신전이 옮겨진 현재의 섬과 500미터 떨어진 곳으로, 옛 신전 자리를 표시한 부표가 떠있다.

  이 섬에 가기 위해서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아스완시내에서 택시로 30여분을 달려 섬으로 들어가는 매표소에 도착을 했는데, 나는 당연히 선착장에서 필레 섬으로 가는 배 삯도 포함된 줄 알았다.  선착장에는 수많은 배들이 줄을 지어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몰려들어 배 값을 흥정을 해댔다.  나는 화가 났다.  어떻게 저 멀리 있는 섬의 입장요금을 이곳에서 받으며, 그 쪽으로 가는 배 삯은 알아서 해결하라며 흥정을 붙이는가 말이다.  입장료를 내놓고 배 삯이 아까와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인데, 게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입장료보다 배 삯이 몇 배로 비쌌다.  그나마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단체로 들어와서 배 삯이 부담스럽지 않았으나 나는 딸랑 서진이와 둘이 배 한척을 다 빌려야 하는 그 부담이 너무나도 컸다.  나는 꾀를 내어 핀란드에서 왔다는 단체관광객들 틈에 끼어 배에 올라탔다.

  호수 위로 20 여 분을 달려가자 신전의 모습이 드러났다.  호수 위를 달리는 배에서 보이는 것은 돌섬들뿐이었다.  그래서 이집트 각 지역의 신전과 궁전들은 모두 이 곳에서 돌을 날라서 썼다고 한다.  '아스완'은 채석장이었고 '나일'강은 운반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시스신전은 아름다웠다.  짙푸른 종려와 무화과나무는 이곳을 찾는 방랑객들에게 쉼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열주에 선명히 남아 나일강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부조, 뱀에 둘러싸인 동굴 속에서 물이 흐르는 두 개의 물병을 쥐고 있는 신, 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파라오의 모습 등은 저 아늑한 신화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그러나 조각상들을 유심히 보면 정 같은 것으로 쪼아 심하게 훼손된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 신전으로 숨어들어 살면서 "세상에 유일신은 하나님 뿐이다"라는 이유로 조각들을 훼손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흔적은 이곳뿐만 아니라 뒤에 나오는 룩소르 신전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기독교인들이 파 놓은 십자가도 신전 곳곳에 널려 있는데, 기독교인인 나로서도 몰지각하고 편협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그 시대(물론 지금도 많지만) 기독교인들이 참으로 한심스럽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시스신전(필레신전)을 둘러본 후 우리가 타고 왔던 누비아인이 모는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데, 이집트인 가이드는 신전에서부터 여기까지 우리에게 과잉친절을 베풀고 있었다.  팁을 건네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덥썩 받아 챙겼다.  결국 그 가이드에게 지불했던 팁이나, 배를 하나 빌리는 값이나 비슷해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이시스아일랜드호텔


  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잠자리다.  잠자는 곳이 불편하면 한층 더 여행이 고단해 진다.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다 하루의 가장 마지막에 찾아드는 곳이 안락해야만 한다는 건 나의 철칙이다.

  이집트의 호텔은 싸다.  특히 우리가 방문했던 여름은 비수기인지라 호텔은 텅 비어있었고, 5성급 호텔이 US100에도 못 미쳤으니 잠자리를 중요시하는 내게는 신나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시스아일랜드 호텔은 나일강변에 위치해 있는 아름다운 호텔이다.  나일강 선착장과 에이 호텔 간을 운행하는 호텔 전용 요트가 있다.  호텔 발코니에 서면 나일강유역에서 수영을 하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는 이집트 어린이들이 정겨워 보였다.

  작은 섬 전체가 이 호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호텔은 크고 아름다웠다.  호텔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며 우리는 사막으로 뒤덮인 삭막한 이집트가 아닌, 자연속의 한적한 휴양지에 온 느낌을 만끽하며 내일을 위한 휴식을 맘껏 취했다.

  내일은 새벽 세시에 아부심벨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한다.  내일은 진짜 강행군 중의 강행군이 될 것이다.

/ 계속...   <글 : 로사>   rosa@weeklyhk.com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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