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득선, 그리움1, 2007, 65X20cm,장지에 혼합재료 |
오늘 하루 당신이 핸드폰과 컴퓨터, 그리고 텔레비젼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되시는지? 하루에도 몇 시간씩 들여다보는 기기들의 네모난 화면에 익숙해진데다. 네모난 창으로 보이는 바깥이란 즐비하게 들어선 회색건물들이기 십상인 홍콩의 우리들에게 일상의 네모를 넘어서도록 도와주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가 이득선과 김형진은 둘 다 장지를 사용하는 한국화가로, 관객에게 네모 안에 그려진 대상을 감상할 뿐 아니라 네모 밖의 모습 또한 상상하도록 격려하는 힘을 가진 작가들이다.
이득선은 전통적인 한국화의 채색방법을 이용하여 차곡차곡 색을 입혀가며 청아한 풍경을 그려낸다. 수십 겹의 채색을 통해 올라온 초록과 파랑이 감도는 해뜨기 직전 산의 모습과, 푸른색이 돌도록 새까만 밤에 슬쩍 드리운 달의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내는 맛이 참으로 근사하다.
전통적인 산수화가 관객을 그림 속으로 초대하여 화가와 함께 산책을 하도록 초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이득선의 산수화는 마치 줌렌즈를 바짝 당긴 듯한 풍경을 우리 앞에 던져 놓음으로써 우리가 고개를 양쪽으로 돌리며 화면에 미처 나오지 않은 부분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김형진은 정사각형의 캔버스에 인물을 그린다. 작가는 칠교놀이*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모양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인물을 그린다. 우리가 누군가와 만나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정보들이 그 혹은 그녀의 이름, 나이, 국적, 외모, 성격 등 다차원적임을 기억할 때, 작가 김형진이 인물을 그리는 방식은 설득력을 갖는다.
김형진의 인물은 정사각형의 공간에 갇힌 듯이 묘사되지만, 정작 인물들은 잠잠히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뻗어나가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그가 그린 인물들의 아웃라인은 한결 같이 삐쭉빼죽하게 연장된 선으로 마무리 되어있는데, 이는 또 다른 칠교 조각이 연결될 수 있음에 대한 가능성-타인과의 연결에 대한 개인의 소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사교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기호식품 커피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작가의 위트 또한 돋보인다.
인물과 풍경을 아울러 펼쳐지는 한국화 2인전 'Beyond the Box'에서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네모를 발견하길 기대한다.
 |
▲ 김형진, A man who is waiting for something, 2009, 150x150cm, 캔버스에 장지,커피, 목탄, 아크릴 |
* 칠교놀이 : 정사각형 모양을 잘라 만든 7개의 조각들로 사람이나 동물의 여러 형태, 도형, 기호 등 여러 가지 독창적인 모양을 만드는 게임이다. 영어로는 Tangram.<전시안내>
전 시 명: Beyond the Box
주 최: 신화갤러리 홍콩(www.shinhwagallery.co.kr)
초대작가: 이득선, 김형진
전시일정: 2009년 11월19일~12월19일
초대일시: 2009년 11월19일 오후 6시30분 신화갤러리
전시장소: 신화갤러리 G/F 32 Aberdeen St. Central
전시문의: 2803 7960 / info@shinhwagallery.com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