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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함께 백야나라로 떠나는 여행] 나는 지금 러시아로 간다 - 마지막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0-01-21 11:48:28
  • 수정 2010-01-28 11: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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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02호, 1월22일
왔노라 보았노라.... 살아 돌아왔노라!!
오늘 우리는 고국의 품으로 돌아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뷔페로 아침을 먹고, 못다 산 지인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호텔 주위를 돌아다닌다.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가 어느 보드카를 살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주인아줌마가 사려면 빨리 사라고 성질을 부럭 부린다. 제니퍼가 "언냐, 여기서 좀만 더 있다가는 한 대 얻어 맞겠다. 어디 무서워서 사겠나, 퍼뜩 나가자"며 재촉을 한다.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는 저녁 8시에 있지만 딱이 할 일도 없어 점심을 먹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간다. 출발시간 4시간 전에 도착해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시간 죽이기를 하다 카운터가 열렸다는 소리에 느긋이 갔더니 검색대에 벌써 한국인 관광객들이 50미터는 족히 되게 줄을 섰다. 그 옆 검색대는 외국인 몇 명만이 여유롭게 서 있기에 잽싸게 달려가 줄을 섰는데, 한참 만에 공항직원이 다가오더니 "너네 한국 사람은 저쪽 가서 서!!"라고 명령을 한다. 여기엔 사람이 없는데 왜 우리더러 저쪽으로 가라고 하냐며 항의를 해봐도 아무런 대꾸가 없다.

뻘쭘해진 우리는 다시 한국관광객의 대열 가장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30여분 쯤 됐을까 대한항공 카운터에 다다라 여권을 보여주니 한국에서 파견된 듯 보이는 한국인 매니저가 활짝 웃으며 우릴 반긴다. "고생 많으셨죠, 홍콩에서 연락 받았습니다. 나머지 여행은 편안히 저희가 모시겠습니다."라는 그의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돈다. 그래 이제 우린 고생 끝 행복 시작인거야. 자, 가자 우리의 고국으로!!

엄마의 품 같은 그곳
 
북적이는 공항을 벗어나 대한항공 기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영화 '백야'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냉전시대, 구소련의 천재발레댄서 미하엘 바리시니코프의 긴박하고 극적인 탈출 장면이 멋지게 그려진 영화 '백야'. 엄마 품처럼, 내 고국처럼 편하고 아늑한 이 대한항공 기내에 앉아 지금 나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극적으로 소련을 벗어나던 그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끼며 희열을 느낀다. 이리저리 돌며 뜸을 들이던 비행가가 하늘로 '피유~융'하고 날아오른다. 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앉아 보르도산 와인에 백만번 먹어도 안 물릴 것 같은 비빔밥에, 치즈, 샐러드를 배고픈 승냥이처럼 무작정 받아먹는다. 무한한 행복감에 젖어 터져 나오는 희열을 숨기느라 숨이 가쁠 지경이다. 노트북을 열어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중년남성이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혼자 여행을 했는지, 여행을 자주 하는지 부터 시작해 한국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는 어느 정도 됐지는지, 결혼은 했는지, 했으면 남편은 뭐하는지..... 예전 같으면 이런 호구조사를 당하면 대번 짜증부터 냈는데, 오늘은 이마저도 기쁘고 행복하다. 그런 아저씨의 말투와 모습에서 관료냄새가 슬슬 뭍어 난다. 짐작컨대 모 기관의 장쯤 될 듯싶어 하나하나 짚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모 부처 국장님이란다. 흐흐흐. 9시간에 걸친 긴 비행시간 동안 이 낯선 중년남성과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또 같이 하얀 아침을 함께 맞는다. '편안히 주무셨어요?'라고 묻는 이 남자의 아침인사에 기분이 참 묘해진다.

잠시 후, 밤새 얼굴이 뽀얗게 핀 제니퍼가 나타나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한다. "언냐, 잘 잤나, 내 너무너무 행복하다. 승무원의 친절이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줄 내 이번 여행에서 알았다 아이가. 또 있재 언냐, 이코노미도 억수로 좋데이. 비빔밥 다 먹고 한 그릇 더 시켜 먹었다. 언냐, 우리 비행기가 최고다 최고!!"

제니퍼는 인천 공항에 내려 홍콩으로 바로 돌아가고, 나는 한국에 더 남아 나머지 일을 보기로 한다. 저녁 때 쯤 제니퍼에게, 전화를 걸어 잘 도착했는지 묻자 수화기 너머로 숱한 말들이 와다다다 쏟아아 나온다.

"언냐, 뭐 이런 일이 다 있노. 언니가 모스크바 공항에서 사준 그 보드카 있제, 그거 인천공항에서 다 뺏겼다 아이가. 이번 여행 끝까지 이렇다 언냐, 속상해 죽겠다!!"

"제니퍼, 괜찮아. 언니가 홍콩 가서 다시 사줌 되잖아. 그리고 우리 감사해 하자. 무사히 건강하게 그리고 많은 추억 남기고 떠나왔잖아. 러시아라는 그곳, 냉전시대의 어둡고 차가운 그늘이 아직도 짙게 남아있는 지금 러시아를 배낭여행하며 느껴봤다는 건 정말 의미있고 값진 여행인 게야. 먼 훗날 이 여행에 대해 '이보다 더 축복인 여행은 없었다'고 할 날이 올것이야."

지금까지 로사와 제니퍼의 모스크바 여행기를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홍콩으로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많은 지원을 해주시고, 마음을 써주신 대한항공 홍콩지점의 윤진호 지점장님과 김제범 부장님 그리고 임보경 과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7일간 러시아 여행 경비 (홍콩-인천-모스크바-뻬쩨르-모스크바-인천-홍콩)]
- 항공료 : 홍콩-인천-모스크바 왕복 : 약 HK$5,000
               모스크바-뻬쩨르 왕복 : HK$1,600
- 호텔 : 뻬쩨르 : HK$1,300, 모스크바 HK$1,800
- 식비 : 간단한 식사 HK$100, 파인다이팅 HK$400
- 발레 관람료 : HK$850
- 박물관, 성당 입장료 : HK$100~200
- 비자발급 : HK$800
* 1인당 약 HK$15,000

끝.

* 대한항공은 인천과 모스크바를 주3회 직항으로운행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로사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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