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읽기
오랜 전통을 가진 민족의 술 막걸리가 값싼 술로 인식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가 이제야 빛을 본다.
저렴한 가격에 건강과 미용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는 점이 웰빙과 절약을 지향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잘 맞아 떨어져 국내외에서 '열풍'을 일으킨 듯 보인다.
쌀로 빚은 막걸리는 알코올도수가 6%정도로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에게 유익한 여러 가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즉 막걸리는 일반 주류와 달리 상당량의 단백질과 당질, 코올린, 비타민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중 단백질과 당질은 에너지원이 되는 혈당의 감소를 방지하며, 비타민B2와 콜린은 간의 부담을 덜어 줘 알코올성 간경화증이나 영양실조 현상을 예방해 준다고 한다. 또한 일반 주류의 알코올이 고혈압이나 심장병, 동맥경화증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시키는 것과는 달리 막걸리에 다량 함유된 생효모는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고 하니 가히 보약중의 보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유명한 칼럼니스트 이규태 씨는 그의 코너에서 막걸리는 오덕(五德)이 있다고 쓰고 있다. 즉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一德)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二德)이며, 힘 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三德)이다.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四德)이며,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오덕(五德)이다.
어? 너 생막걸리야?생막걸리는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는 대신 계속 발효 과정을 거치므로 유통기한이 짧다. 살균 막걸리는 6개월~1년으로 유통기한이 길지만 효모가 죽기 때문에 막걸리 본래의 톡 쏘는 맛은 덜하다.
동동주냐, 막걸리냐동동주는 찹쌀(멥쌀)을 찐 것과 누룩과 물을 혼합하여 발효가 끝난 상태에서 위에 밥풀이 그대로 동동 뜬 것을 떠낸 술이다. 발효가 끝난 상태에서 물을 첨가하지 않고 거른 것도 동동주라고 한다.
엄밀하게 구분하여 재료 등으로 볼 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막걸리란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켜서 거른 우리의 고유한 술이다.
막걸리는 탁주와 같은 의미로 사용할 때도 있는데, '탁주'는 글자 그대로 탁한 술이다.
또 탁주는 가끔 막걸리, 혹은 동동주와 같은 뜻으로 쓰일 때도 있다.
같은 술독(술을 담는 용기)에서 만든 동동주와 막걸리의 알콜 함유량을 비교해 보면 동동주보다 막걸리의 알콜 함유량이 낮다. 막걸리는 물을 더 넣어서 거르기 때문이다.
애주가들이 뽑은 최고의 막걸리1. 정헌배 인삼탁주 중앙대학교 정헌배 교수가 30년간 연구한 끝에 100% 국내산 쌀과 6년근 인삼만을 사용하여 빚어낸 막걸리로 한 병 한 병 수공 제조된다. 인삼을 통째 갈아 넣은 것 같은 깊고 진한 맛과 향으로, 막걸리의 고급 버전. 독한 듯 하면서도 술술 넘어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2. 배혜정누룩도가 자색고구마막걸리 당도는 낮지만 항암 효과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여주 자색고구마를 원료로 사용한 건강 막걸리. 달콤한 고구마 향이 풍기며, 선홍색을 띠어 식욕을 돋운다. 탄산이 약하고 일반 막걸리에 비해 매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므로,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마시도록 한다.
3. 배상면주가 대포막걸리합성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100% 쌀로만 빚은 살균 탁주. 청주와 막걸리를 섞어놓은 듯한 맛. 막걸리 특유의 냄새는 적고 달콤한 맛이 감돌아 가볍게 마시기 좋다.
4. 배다리 쌀막걸리 5대째 양조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즐겼다는 술로도 유명하다. 막걸리의 모든 맛을 극대화하여 잘 표현해준다. 타닌은 강하지만 너무 탁하지도 텁텁하지도 않은 모던하고 세련된 맛으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하다.
5. 대강양조 소백산 막걸리 햅쌀에 올리고당을 첨가해 빚은 막걸리로, 청와대 건배주로 유명하다. 첫맛은 톡 쏘고 진한데 점차 입에 착착 감기는 텁텁하면서도 걸쭉한 질감에 빠져든다.
6. 참살이 탁주 인간문화재 강석필 씨와 국립 한경대학이 공동으로 개발, 100% 무농약 쌀로 빚는다. 2009년 전통주 품평회 금상 수상작. 탄산이나 단맛이 덜하고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도 거의 없어 말쑥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순한 막걸리. 뒷맛이 매우 깔끔하다.
7. 태인주조장 송명섭 생막걸리 무형문화재 송명섭 씨가 손수 농사지은 쌀과 밀로 직접 빚어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전통 막걸리. 감미료 등 첨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단맛은 거의 없지만 막걸리의 순수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남자들에게 권하는 시큼한 막걸리.
8. 금정산성 막걸리 16세기에 금정산성을 쌓던 병사들을 위해 빚은 산성토산주로, 박정희 대통령이 민속주 1호로 지정했다. 전통적인 주조 방식 그대로 금정산성 안 누룩마을의 질 좋은 누룩을 사용해 빚는다. 강한 신맛에 단맛이 잘 조화돼 시금털털한데도 뒷맛은 매우 깔끔하다. 마치 고급스러운 치즈처럼 진한 누룩 향의 풍미가 일품.
9. 국순당 생막걸리 강원도 횡성을 대표하는 막걸리. 강원도 주천강의 맑은 물과 발효 제어 기술로 빚어 오래도록 맛과 신선함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 탄산이 과하지 않아 목 넘김이 깔끔하다. 신맛이 조금 강한 듯.
10. 덕산 쌀막걸리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나온 막걸리. 3대째 가업을 이어온 덕산 양조장은 등록문화재 58호로, 진천쌀과 지하 150m 암반수로 막걸리를 빚는다. 부드럽고 깔끔하며 은은한 과일 향이 난다. 탄산 함량이 적당해 시원하고 개운한 청량감이 돈다. 대중적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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