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의 7월은 건기의 시작이자 겨울의 초입이고, 동물들의 이동시기다. TV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아왔던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동물들을 여유있게 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최적기이기도 하다. 기온도 13-25C로 적당하다.
홍콩에서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까지는 직항로가 있어 방콕 기착 포함 13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사파리 캠프가 있는 키코로크(Keekorok)까지는 육로로 약 6시간이 넘는 거리기 때문에 경비행기로 이동한다. 12인승 프로펠러 비행기로는 한 시간쯤 걸린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아프리카 초원은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서 떼지어 움직이거나 정지된 화면처럼 멈춰 서서 풀을 뜯는 동물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드디어 마사이 마라의 비행장에 도착한다. 비행기가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사이에 누런 황토 길로 곧게 뻗어있는 활주를 향해 하강을 시작한다. 활주로 옆에는 긴 막대기에 풍향과 풍속을 알려주는 꼬깔모자 모양의 풍선이 하나 걸려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사파리용 지프차에 올라타고 5분여를 달렸을까. 우리 눈앞에 얼룩말과 물소, 코끼리 가족, 개코원숭이 떼, 사자가 먹고 난 들소를 뜯고 있는 초원의 청소부 대머리독수리 떼가 나타난다. '아! 여기가 바로 그 아프리카구나, 아프리카야!'
국립공원 밖 완충지대에는 마사이족이 키우고 있는 양과 염소, 소떼가 초원의 풀을 두고 야생동물들과 다투고 있다.
케냐 마사이 마라국립공원은 1500평방km로 서울의 2.5배에 해당하는데, 주변의 완충지대와 탄자니아 쪽 세링게티 국립공원(마사이국립공원의 10배이상)과 합쳐진 초원이다.
우리는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지대 마사이국립공원 5마일 밖에 자리 잡은 Muthaiga camp에 6일간의 여장을 풀었다.
밤새 바람소리가 캠프 천막을 흔들었고 동물 소리에 놀라지 말라는 경고에도 모르고 잘 잤다. 이 곳 마사이 공원은 전체가 해발 1800m정도라 적도 부근인데도 덥지가 않다.
아침 일찍 활동하는 동물들을 보기 위해 5시30분에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새벽길을 나선다. 곳곳에 가젤, 얼룩말, 기린, 토끼, 자칼 등이 계속 관찰된다. 저 앞에 암사자 두 마리가 6마리의 새끼를 끌고 유유히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물웅덩이에 동시에 머리를 박고 물을 마신다. 이 초원의 최정점 포식자이다.
조금 지나니 숫사자가 위엄을 보이며 갈기를 뽐내며 언덕위에 앉아 있고 얼마 후 다른 사자와 새끼가 사냥해온 들소를 뜯고 있다. 초원을 끊임없이 이동하는 들소떼가 보인다. 타조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기린 가족, 코끼리 가족도 많이 보인다. 우리가 가끔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들소 떼의 도강하는 모습 바로 그 역동의 장소 마라 강(Mara river)에 도착했다. 수많은 들소 떼의 이동과 함께 강가 초원에 도착한 수천의 들소떼 외에 이쪽저쪽에서 줄을 서서 이동하는 수만의 들소 떼가 장관을 이룬다. 어느 순간 도강을 위해 강으로 뛰어들지 모르니 끊임없이 기다려야 한다.
9시 반에 도착하여 12시 반까지 기다리다 지쳐 잠시 마라강가를 쫒아 내려가 보니 수많은 하마와 악어들이 강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다시 돌아와 준비해간 샌드위치를 차 안에서 먹는 순간 4시간여를 기다린 보람이 있게 들소떼가 도강을 시작한다. 장관이다. 한마리가 악어에 물려 하류로 끌려간다. 새끼들소가 도강하지 못하고 뒤쳐져 있자 어미가 다시 돌아와 강가를 서성인다.
들소떼의 도강은 푸른 풀을 먹기 위한 수천 년간의 본능적인 행위다. 소 떼들은 6월이면 세링게티에서 이 곳 마사이를 향해 움직이고 9월이면 여기를 떠나 다시 탄자니아로 간다고 한다. 그 수가 약 백만 마리라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제일 큰 사슴종류인 사슴영양을 보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멧돼지도 보았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사파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처음으로 하이에나를 보았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 숫사자 세 마리가 마악 사냥을 끝내고 얼룩말을 뜯고 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코 앞 3m에서 관찰을 시작했다. 한 마리는 이미 포식을 했는지 자리를 뜨고 두 마리가 열심히 식사를 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약 40kg를 먹으면 이틀정도는 먹지 않는다고 한다. 피 냄새를 맡은 대머리독수리 떼가 주변 나뭇가지에 그 득하고 10-20m주변에 자칼이 얼른 식사를 하고 떠나기를 바라며 배회한다.
/ 계속....
<글·사진 김원식(homi@homi.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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