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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칼럼] "SAY YES to YOUR LIFE" - 그녀의 하루 24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0-09-09 10:44:54
  • 수정 2010-09-16 12: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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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32호, 9월10일
 결혼과 동시에 떨어진 남편의 해외발령 덕분에 외국에서 장기 신혼여행을 만끽하게 된 H는, 길어진 회의 탓에 점심을 거른 남편 앞에 종일 걸려서 만든 저녁을 내려놓았다.

"어, 이건 파스타잖아. 밥이 아니네."

"힘 들여서 만든 거니까 일단 먹어보고 말을 해."

남자는 배고픈 사람답지 않게 국수 가락 몇 개를 입에 넣고 소처럼 우물우물 씹어댈 뿐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공들인 음식인데 그렇게 맥빠지게 먹어? 크림소스에 들어간 바다가재랑 다른 재료에 들인 돈이 얼만데. 정말 고급요리란 말야."

"느글느글한 건 다 싫어하는 거 알잖아. 사실 국수도 별로고…."

"어머 웃겨. 지난 주말 파티에 갔을 때는 알프레도 파스타를 두 접시나 잘만 먹더니."

"그거야 음식 준비한 사람 성의를 봐서 그런 거지."

"그럼 지금도 내 성의를 봐서 맛있게 먹어주면 되겠네! 밖에서는 그렇게 좋은 매너가 왜 집에만 오면 전부 사라지는데? 내 앞에서는 그렇게 망가져도 된다는 거야 지금?"

주방을 치우며 부글대는 짜증을 겨우 가라앉힌 그녀는 다음 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그를 위해 심사숙고해서 고른 넥타이들을 내밀었다.

"다 똑같은 스타일이네. 난 이렇게 패턴이 복잡한 디자인은 싫더라. 왜 다 이런 걸로만 샀어?"

"세상 모르는 소리 좀 하지마. 이 브랜드 넥타이만 패턴별로 수집하는 남자들도 많대."

"난 우표수집도 귀찮은 사람이니까 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꿔. 내일은 그냥 있는 걸로 하고 갈 거니까."

"몰라, 세일 아이템이라 교환도 환불도 다 안 되니까 맘대로 해. 게다가, 요즘 왜 그렇게 성격이 짜증나는 스타일로 변했어? 자기 출근시키자마자 청소하고 나가느라고 나야말로 밥도 굶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 자기가 먹을 요리 만들고 자기가 입을 넥타이 사러 다니느라구!"

"그래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난 바다가재 들어간 파스타 안 먹어도 되고 유치한데다 값만 비싼 넥타이 안 매도 괜찮으니까 낮에 다른 할 일을 좀 찾아봐라 제발."

외국생활을 시작한 이래 틀 잡힌 일과와 새로운 친구를 만들지 못한 H는 남편이 말한 '다른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남자를 만난 이후로 그에게만 치중해온 그녀라 그 이전의 삶이 기억에 희미할 뿐이었다. 친구와 주변사람들, 사회활동, 이런저런 취미들도 그녀의 관심망에서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내친김에 임신이라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지금의 혼란과 연일 티격태격하는 말다툼만 더 악화시킬 게 너무도 뻔했다.

싱글라이프에 종지부를 찍고 커플라이프에 올인하기 위해 주변의 관계들을 청산하고, 취향과 생활을 바꾸고, 머리를 자르고 실용적인 스타일로 리폼한 젊은 여성들은 속으로 고민한다.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애쓴 만큼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불안한 속마음을 모르는 남자가 무심코 날리는 멘트와 눈치없는 실수들은 여자들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날마다 남자의 귀가에 맞춘 "이브닝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시간과 기력을 전부 소진한 H는 그의 미지근한 반응이 서운한 나머지 배신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저녁마다 아내의 과도한 기대를 채워주기 피곤한 남편의 짜증도 신혼 재미를 부추길 리는 없었다. 당연히 둘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의도한 것과 달리 무미건조해질 따름이었다.

연애 초기에 애교스럽게 연약한 애인은 잠시 귀여울 수 있어도, 그것이 도를 넘어 자기 인생 전부를 남자에게 떠맡기려는 여자는 물 먹은 솜이불처럼 부담스럽다.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살림을 하는 칼 같은 역할분담이 사라지고, 능력 있는 여자를 인생 파트너로 선호하는 남자들이 늘어만 가는 시대에 지속 가능한 사랑을 하자면, 사랑에 거는 기대를 다시 점검하고 사랑에 대한 자세를 새로 다질 필요가 있다.

주방, 거실, 익숙한 장소들로 한정된 동선을 넓혀,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는 동반자로서 사랑에 기여하는 여자의 3D적 동선을 구상할 때가 온 것이다.

<글 : 베로니카 리(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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