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마사이 시장
우리의 5일장과 같이 부족마다 돌아가며 일주일 간격으로 장이 선다하여 오후에 찾아가 보았다.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선 복장이 화려하다. 거기에 부족마다 무늬도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들이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은 감자, 토마토, 쌀, 소금, 파, 마늘, 설탕, 밀가루, 콩 등등 텃밭에서 재배된 농작물이다. 또 폐타이어로 만든 샌들과 옷가지, 비닐제품 등을 참 허름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가지고 와서 팔고 있지만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옆 동물 거래터에는 소나 양, 염소 등이 거래되었다고 하는데 오후에는 이미 파장이었다. 시장모습을 바라보며 사람 사는 모습은 세상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도 모이면 먼 친척의 안부를 물을 것이고, 동물이나 농사의 작황을 얘기하겠지.
시장 옆에는 블록집들이 쭉 들어 서있는데 벽에 써놓은 글씨는 Hotel... Battery charge..였다. Hotel은 커피나 청량음료를 파는 곳을 말하고, 이제는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전화의 충전을 장에 나와 한다. 집에는 전기가 없으니 위성 안테나를 단 Pub도 있다. 거기 모여 영국 Premier League 나 World cup 시청을 한단다. 10년후 이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마사이 마을 방문기
마사이 시장을 구경한 후 관광객용이 아닌 진짜 마사이족 마을을 보고 싶어 캠프에서 일하는 마사이 안내원의 집을 가보자고 청을 하여 찾아 갔다.
가시나무로 촘촘히 두른 몇 개의 작은 텃밭에는 가을걷이가 끝난 옥수수와 밀대궁을 염소들이 뜯고 있다. 진흙으로 만든 네모난 집이 10여 채 원을 이룬 가운데로 소를 가두는 울타리와 집집마다 한 두 채의 염소, 양우리가 잇대어 있는 동네를 들어서니 제일 먼저 소똥, 염소똥 등 각종 배설물이 우리를 맞는다. 안내원의 집을 향해 가는데 쏟아져 나온 동네 아이들이 올망졸망 수 도 없다. 얼굴에는 너나없이 파리떼가 눈가, 입가에 그득히 붙어 있는데 내 얼굴에 붙어 있는 듯 진저리가 쳐 진다.
서 너 평이나 될까, 고개를 숙여 들어선 집 입구에는 집의 1/3이 동물의 새끼를 키우는 축사이다. 중앙에 거실의 공간인데 돌로 쌓은 화덕이 하나 잿더미 속에 불씨가 살아 있고 호롱불이 하나 켜 있기는 하나 앞사람 얼굴의 구분이 어렵다.
옆벽에 환기 구멍이 얘들 머리 만하게 뚫려 있고, 물동이 하나 놓여 있는 벽에 나무를 걸쳐 앉을 수 있는 게 장식의 전부이다. 이 집 주인 솜베는 나이가 30인데 29살짜리 부인에게서 4명의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20살짜리 둘째 부인을 얻어 아직 집장만을 못해 두 부인이 한집에 살고 있다. 나중에 캠프에서 들으니 솜베는 새장가 드느라 빚이 많다고 한다.
홍콩에서 준비해간 학용품들을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집주인에게 얼마간 사례를 했다. 다행인 것은 이 마을 옆에 학교가 생겨 이제 마사이 아이들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 계속....
<글·사진 김원식(homi@homi.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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